‘메타버스’를 향한 정부의 꿈, 실현 가능할까?

메타버스, 정말 지겹게도 들으셨죠? 하지만 아직 지치기는 이릅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메타버스 사업이 고도화될 예정이거든요. 특히 메타버스를 향한 정부의 의지가 불타오릅니다. 메타버스 특별법부터 10대 분야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 메타버스 경제 민관 TF팀 등 정부의 열정이 대단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진행된 정부의 메타버스 정책에 대해 훑어보겠습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1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5대 핵심과제를 보고했습니다. 그중 메타버스 콘텐츠와 관련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문체부는 영화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케이팝을 콘텐츠 산업의 성장의 축으로 삼았고 이러한 콘텐츠를 메타버스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한류는 K-메타버스로, 문화유산은 가상 박물관∙미술관으로, 관광은 한강 공원을 가상체험 공간으로 만들어 시공간을 초월하는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것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콘텐츠・미디어 생태계 거버넌스를 구축해 메타버스 등의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 상생을 위한 협의체, 규제혁신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 (출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부의 메타버스 관련 계획은 콘텐츠에만 국한하지 않습니다. 정부 부처 중에 가장 활발하게 메타버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곳은 따로 있는데요. 바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입니다.

윤 정부는 후보 시절 ‘메타버스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에 지난 6월 국정과제를 통해 “2027년까지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점유율 5위권 내 도약을 이뤄내겠다”며 “일상∙경제활동을 지원하는 메타버스 서비스 등의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블록체인을 통한 신뢰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지난 15일 과기부는 대통령 업무보고 5대 핵심과제를 발표하며 ‘메타버스 경제 활성화 민관 TF팀’을 출범시켰습니다. 해당 TF팀은 메타버스 내 경제 활성화를 체계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마련된 TF팀입니다. 아울러 민관 협력을 통해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를 실현하겠다고도 밝혔고요. 그뿐만 아니라 메타버스를 디지털 혁신을 위한 핵심 분야로 선정하고 메타버스 10대 서비스 실증을 통한 초기 시장 창출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지난 1월 과기부는 ‘메타버스 신사업 선도전략’ 자료를 발표하며 10대 분야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 과제를 발표했는데요. 생활, 관광, 문화예술, 교육, 의료, 미디어, 창작, 제조, 오피스, 정부까지 총 10개의 분야로 나뉘어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과기부

당시 과기부는 “메타버스는 스마트폰에 이은 차세대 플랫폼으로서 ICT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오며 생태계 전반을 혁신하는 촉매제 역할을 기대한다”며 “기존 물리적 공간에서 이뤄졌던 다양한 활동들이 메타버스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전국 주요명소와 농장, 전통시장을 메타버스로 구현하는 등 지역 특화 소재에 메타버스를 결합한 서비스를 개발∙확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에 경북은 ‘메타버스 수도 경북’ 상표 브랜드 등록을 추진하고 있고, 전주 또한 한옥마을 등의 관광지를 메타버스로 구현할 계획입니다. 뿐만 아니라 올림픽, 엑스포 등의 국제 행사에서도 메타버스 이벤트로 개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제∙사회 영역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이 앞당겨졌다며 비대면이 일상화된 시대 속, 메타버스가 급부상했다며 기대를 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올해 들어 급격하게 메타버스에 대한 버블이 꺼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메타버스 열풍이 꺼진 다음”이라고 말했습니다. 메타버스의 한계를 지적하며 확실한 비즈니스모델(BM)이 확립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로 꼽았는데요.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로블록스에서조차 아이템 판매 외의 매출처가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입니다. BM이 확립되지 않은 사업은 결국 무너지고 만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메타버스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긍정적이나, 엔데믹 후 메타버스 시장의 전망은 불투명합니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메타버스 관련 연관글로벌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5조 달러(약 648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고, 해외 시장 조사 업체 VMR 또한 2020년 약 272억달러(약 35조원)로 평가됐던 메타버스 시장이 2030년까지 약 8245억달러(약 1082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최근 메타버스 시장은 먹구름만이 가득합니다.

출처: 메타

현재까지의 메타버스 시장을 살펴보면요. 사명까지 바꾼 메타(전 페이스북)의 지난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21% 감소한 74억 7000만달러(약 9조8000억원)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VR헤드셋 등의 메타버스 장치를 개발하는 리얼리티 랩스의 손실이 늘었는데요. 리얼리티 랩스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30%가 늘었지만, 영업적자가 29억 6000만달러(약 3조9000억원)에 달했습니다. 지난 분기에도 이 회사는 약 33억 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는데요. 메타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비즈니스 성장에 맞춰 AI 인프라, AR과 VR, 메타버스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리얼리티 랩스 등의 분야 일부 투자 속도를 늦출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로블록스 또한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용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로블록스는 2분기에도 결제액이 6억 달러(약 7850억원)에 그쳐 전년 대비 10%나 줄어들 전망입니다. 정 연구원은 “이는 (엔데믹 후) 외부 활동 확대로 1인당 일일 사용시간이 전년 대비 4% 줄어든 2.4시간에 그친 데 따른것으로 실제 2분기 중 1인당 결제액은 27%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이라고 성적 부진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었는데요.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의 월간활성이용자(MAU) 수는 28만2880명입니다. 지난 12월 39만3010명 이후 3월에는 29만명의 MAU를 기록하는 등 이용자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데요.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또한 지난달 기준 MAU가 20만6000명대까지 하락했습니다. (네이버제트 측은 해당 발표 수치가 사실과 다르다고 의견을 밝혀왔습니다.)

물론, 메타버스가 잠시 주춤할지라도 ‘메타버스가 미래다’라는 의견은 부정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메타버스와 관련해 해결해야 할 게 많아 보입니다.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도 확실하게 내려진 바 없을뿐더러 메타버스 산업과 유사한 게임은 부정하면서 메타버스는 신사업이라 말하는 정책 기조 또한 의아한 점이 많습니다.

얼마 전 발표한 문체부의 핵심과제에서 ‘게임’이 제외돼 여러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고요.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출시하면 괜찮고 게임이라는 이름에서는 규제 받는 상황이 난처하다”며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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