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블록체인협회가 존폐 위기에 빠졌다. 지난 7일, 국내 가상자산 5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가 협회에 탈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 거래소들은 그간 협회의 이사진으로 활동해온 주축들이어서 파장이 더 크다.

탈퇴 의사를 밝힌 거래소들은 한국블록체인협회 회원사로서 활동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계속해 협회 측과 갈등을 빚어온 만큼 논란을 종결하고 새 협의체를 구성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협회는 남은 회원사들에게 이사진 개편 등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협회의 해산이 불가피하다고 말하지만, 협회 관계자는 “남은 39곳의 회원사들과 향후 진로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려고 한다”며 “아직 결정된 사안은 없으며 해체 수순을 밟는다는 이야기들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전했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2018년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주요 사업으로서는 ▲블록체인 관련 제도 개선 및 정책 ▲블록체인 기술과 금융 융합을 통한 경제와 금융의 효율성 제고 ▲소비자 이익 확대 방안 연구 ▲건전한 시장 발전과 산업 생태계 조성 및 소비자 보호 제도 개발 등이다.

협회의 이사진은 이석우 업비트 대표, 최재원 빗썸 사장, 차명훈 코인원 대표, 오세진 코빗 대표, 이준행 고팍스 대표로 구성돼 있었으며 지난 7일 협회에 사퇴 의사를 전했다. 5대 거래소는 지난해부터 빚어온 협회와의 갈등을 종결하고 자신들만의 새로운 협의체를 통해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협회 태도에 5 거래소

어떤 갈등이 있었길래 이사진들이 대거 협회를 탈퇴하겠다는 움직임까지 일어났을까?

거래소들이 가지는 협회에 대한 불만은 다음과 같다. 우선, 협회가 여러 회원사들 사이 의견을 조율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봤다. 또, 협회가 금융위원회의 사단 법인 인가를 받지 못해 업계 의견을 당국에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부분도 지적했다.

5대 거래소 측에 따르면 협회에는 중소∙대형 가상자산거래소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 전문 기업, 투자사, 코인 발행사 등의 다양한 회사들이 모여 있다. 여러 형태의 회사가 모여있는 만큼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에 대한 의견 조율 과정에서 협회의 마땅한 역할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갈등을 조율하거나 의견을 하나로 모아주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게 협회의 일반적인 역할인데, 이 같은 능력에 신뢰를 얻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협회 관계자는 “협회 측은 주도권 행사보다 회원사들의 뜻을 존중해주는 게 기본”이라며 “협회 사무국이 회원사들의 의견을 크게 뛰어넘지 못했던 부분은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아울러 5대 거래소 측은 협회가 금융위원회의 사단법인 인가를 받지 못해 당국과의 소통이 불가했다고 말했다. 협회에 소속돼 있는 회원사들은 협회가 정부 혹은 국회에 업계 의견을 전달하기를 바라는데, 인가 승인을 받지 못한 협회를 통해서는 의견을 전달하는 데 불편이 컸다는 주장이다. 금융위원회의 사단법인 인가 승인은 협회가 설립 때부터 설정해온 목표였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를 이뤄내지 못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5대 거래소는 지난 22일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닥사)’를 설립했다. 가상자산 업계의 건전한 발전과 투자자 보호책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협회 탈퇴는 협의체를 설립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이와 관련해서 5대 거래소 측은 새 협의체 설립이 기존 협회 탈퇴와 연관이 아예 없진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에 따르면 “두 차례의 당정 간담회를 통해 국회 측에 5대 거래소를 중심으로 협의체를 만들어보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며 “아무래도 협의체에 좀 더 힘을 실어 집중적으로 인력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5대 거래소 “직접 의견 전달하겠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의 출범은 테라∙루나 사태를 통해 거래소 간 신속하고 통일된 대응이 중요하다고 깨달았던 것이 계기가 됐다.

이에 협의체는 먼저 원화마켓이라는 동일한 조건에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5대 거래소를 중심으로 자율개선안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는 향후 방향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상황이며,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자료제공: 빗썸

이는 가상자산 당정간담회서 5대 거래소가 발표한 ‘가상자산 사업자 공동 자율 개선방안’의 구체적 실행을 위한 첫 번째 단계이기도 하다. 협의체는 ▲디지털자산 거래 지원 개시부터 종료까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강화된 규율 방안 마련 ▲위기대응 계획 수립을 통한 공동 대응 ▲투자자에게 충분한 정보 제공 및 투자 위험성에 대한 인식 제고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법안 검토 및 지원 활동을 협력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업무협약서를 작성했다.

협의체 내에는 4개의 분과가 있으며 각 분과 간사로 거래지원은 코인원이, 시장감시는 코빗이, 준법감시는 빗썸이 교육은 고팍스가 맡아 구체적인 기준과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사무국을 설치해 각 거래소와 정부, 국회 등의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 창구를 만들고, 자문위원회도 두어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과 감독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 5대 거래소만의 협의체는 이익 집단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협의체 관계자는  “법 규정이 빠르게 이어지지 않으니 5대 자산소만이라도 자체 협의체를 만들어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겠다는 것 뿐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향후 다른 거래소들에게도 문호를 확대할 것이다”고 일축했다.


또 다른 협의체 관계자는 “5대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 및 폐지에 대한 최소한의 공통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통 가이드라인을 수립한다는 것이 모든 거래소가 동일한 코인을 상장시키겠다는 뜻은 아니”라면서 “더욱 체계화된 가이드라인을 둠으로써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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