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유니버스는 팬덤 플랫폼의 리니지가 될 수 있을까?

“팬덤 플랫폼인 유니버스는 엔씨소프트가 꿈꾸는 메타버스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엔씨는 (유니버스를 포함) 게임과 게임 이외의 여러 가지 콘텐츠가 구현되는 더 큰 개념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려고 한다”

엔씨소프트 측이 지난 5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공개한 자사 메타버스 로드맵 중 일부다.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회사가 구현하고자 하는 메타버스를 대체불가토큰(NFT)을 비롯한 크립토가 게임, 비게임 콘텐츠와 융합되는 세상이라 설명했는데, 그 중심 축 중 하나로 유니버스를 꼽았다. 게임사가 만드는 메타버스의 핵심 콘텐츠가 팬덤이라는 것은 꽤 흥미로운 부분이다.

엔씨가 메타버스의 첫 번째 사례로 든 유니버스는 지난해 1월 출시된 팬덤 플랫폼이다. 유니버스라는 플랫폼 안에서 팬(이용자)과 아티스트가 소통을 하는 것을 주요 서비스로 한다.

게임 외 사업 진출은 이미 다른 게임사들도 마다하지 않는 도전이다. 뷰티∙헬스케어(넷마블), 디지털 휴먼(크래프톤,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등 다수의 게임사가 사업 다각화의 일종으로 게임 이외의 산업을 선택했다.

그러나 팬덤 플랫폼은 다르다. 게임사와는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아티스트’를 주요 서비스 내용으로 하며,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산업을 꽉 잡고 있기에 진입장벽이 높다. 그런 상황 속, 게임사인 엔씨는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팬덤 플랫폼’을 택했다.

하이브, SM 그리고 엔씨

앞서 언급한 것처럼 팬덤 플랫폼에는 이미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 엔씨는 지난해 1월에야 유니버스의 문을 열었는데,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는 2019년 6월,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 디어유는 2020년 1월에 이미 서비스를 시작한 상태다.

속도의 차이는 실적에도 반영된다. 유니버스의 매출은 공개된 바 없으나,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니버스 제작사 ‘클렙’의 지난해 매출은 약 115억이다. 같은 시기 하이브 위버스의 매출이 약 3000억원, SM 디어유의 매출액이 약 400억원을 기록했다. 아직은 매출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나는 셈이다.

자료제공: 엔씨

이 차이에는 각 사가 보유한 아티스트 라인업도 반영된다. 엔씨가 아직은 엔터테인먼트사에 기반을 둔 타 플랫폼에 비해 아티스트 라인업 인프라가 좋지 않다는 점이 불리하다. 유니버스가 40개 팀과 콘텐츠 제휴를 맺은 반면, 디어유는 지난 2월 기준 74개의 팀과 콘텐츠 제휴를 맺었다. 위버스는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세븐틴 등 국내 인기 아이돌과의 제휴 뿐만 아니라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같은 해외 유명 아티스트와도 협업을 준비 중에 있다. 

유진투자증권의 이현지 연구원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의 디어유는 충성도 높은 팬덤을 기반으로 아티스트가 구독자의 닉네임을 불러주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몰입감을 높였다. 디어유에서만 볼 수 있는 아티스트의 사진이나 영상, 음성 등 다양한 독점 콘텐츠를 제공해 구독 유지율을 90% 수준으로 높게 유지하고 있다.

위버스 플랫폼 내 K팝 아티스트 中

하이브의 위버스 또한 글로벌 인기 아이돌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블랙핑크 등의 강력한 아티스트 라인업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터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는 결국 강력한 라인업으로부터 나온다”며 “자사 레이블 뿐만 아니라 국내외 유수의 아티스트를 영입해 레이블을 확장하며 아티스트 라인업을 늘려가고 있는 ‘위버스’ 플랫폼 영향력은 확대될 전망”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나 어느 정도 구조적 성장이 이뤄진 현재로서 플랫폼의 서비스 편의성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지점이다. 팬덤 사업 특성 상 ‘아티스트 파워’를 외면할 수 없지만, 생태계 초기와 달리 이제는 서비스 측면에서 어떤 편리함을 주는지가 락인 효과를 부르는 요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잘하는 걸로 승부보겠다는 엔씨

이에 엔씨는 보유한 최신 IT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차별점으로 삼았다. 기존 게임 산업을 하면서 구축해온 IT 기술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결합해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다.

엔씨가 꼽은 타 플랫폼과의 차별점은 ▲독자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유니버스 오리지널’ ▲단독 온∙오프라인 행사 ▲AI 음성 합성 기술이다. 특히 음성 합성기술은 엔씨의 AI 기술이 구현된 서비스로, 최소 20분에서 1시간 분량의 개인별 음성 데이터만으로 음성을 생성할 수 있는 개인화 음성 합성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아티스트가 보낸 메시지나 게시글 등에서 아티스트의 AI 보이스를 들을 수 있다고 사측은 설명했다.

덧붙여 지난 15일 엔씨는 플랫폼 경쟁력 제고를 위해 유니버스 플랫폼을 전면 개편 했다. 엔씨에 따르면 개편된 유니버스는 메인 화면을 ▲홈 ▲디스커버 ▲메시지 ▲마이 총 4개의 탭으로 구성해 기능을 간편화 했다. 업데이트를 진행한 한 달 동안 ‘프라이빗 메시지 3인권’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게끔 하는 이벤트를 진행했으며, 합동 콘서트 일정을 함께 공개했다.

출처: 모바일인덱스

효과는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업데이트를 진행했던 13일부터 19일까지의 유니버스 매출 순위는 24위다. 업데이트를 진행하기 전주 순위(35위)와 비교했을 때 11위 상승한 기록이다. 엔씨 측은 “이번 전면 개편에서 지난 1년 동안의 글로벌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얻은 이용자 피드백 및 데이터를 반영해 편의성 강화에 집중했다”며 “앞으로도 웹 버전, 라이브 스트리밍 등 새로운 기능과 콘텐츠를 선보이며 팬덤 활동에 즐거움을 더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면 개편의 효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문제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플랫폼 사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7월, 네이버의 브이라이브와 통합한 위버스의 새로운 버전 위버스 2.0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위버스2.0에선 위버스샵 업그레이드, 데이터 분석 및 물류 시스템 고도화한 신규 위버스 서비스가 공개된다.

결국은 메타버스

그러한 상황 속 유니버스∙디어유∙위버스 모두 자사의 팬덤 플랫폼을 메타버스 신사업으로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하이브는 위버스를 통해 메타버스를 비롯한 NFT, 암호화폐 등의 신사업을 전개해갈 것이라고 밝혔고, 이학희 디어유 부사장은 “디어유는 팬과 아티스트가 소통하는 메신저 플랫폼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거듭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엔씨 또한  유니버스를 메타버스의 일부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단순 팬과 아티스트의 소통의 장을 넘어 팬덤 플랫폼이 신사업 확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11월 메타버스 산업 보고서를 통해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 구축 또한 이러한 트렌드에 반영한 것”이라며 “메타버스 플랫폼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관련 글

첫 댓글

  1. NC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할게 없어서 억지로 만든 서비스 같다.
    막말로 아티스트를 가지고 있지 않은 회사가 팬덤 플래폼을 만드는게 과연 성공할 수 있는건가? 이게 사업성이 있나?
    빅히트-YG가 위버스를. SM-JYP가 버블(리슨)을… 이미 4대기획사 및 그 부수적인 아티스트가 위버스와 리슨에 다 몰려있는데
    엔씨의 유니버스…? 성공가능성?…. 불가하지 ㅠ 이건 사업성을 모르는 사람도 다 예측가능할텐데
    그냥 억지로 만든 서비스고, 후에 사장될 서비스..
    엔씨가 엔터업계를 인수하지 않는 이상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