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쿡신문] 임신중단 비용을 지원하는 미 테크 기업들

이번주 ‘외쿡신문’입니다.

최근 미국 기술 기업들이 직원의 임신중단(낙태)권을 지키기 위한 투자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직원의 합법적 낙태를 위한 비용을 회사에서 지원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임신중단 등 건강 관련 서비스를 받기 위해 주를 이동해야 하는 직원에게 4000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이 서비스에는 임신중단 뿐 아니라 비만, 종양, 약물남용 등을 치료하는 비용도 포함됩니다만, 관심은 임신중단에 쏠려있습니다.

아마존의 이 제도가 눈길을 끄는 것은 향후 미국에서 낙태를 불법화하는 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미국 연방 대법원이 ‘로 대(對) 웨이드 사건’의 판례를 뒤집는 판결문 초안을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이 판례는 여성의 낙태권을 헌법상 권리로 보장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판례에 따라 미국에서는 임신 24주 이전에는 임신중단을 허용합니다. 만약 폴리티코의 보도대로 미국 연방대법원이 ‘로 대(對) 웨이드 사건’의 판례를 뒤집는다면, 공화당이 집권하고 있는 주에서는 임신중단에 대해 더욱 엄격한 법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마존이 직원들에게 임신중단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습니다. 만약 거주하는 주에서 낙태가 불법화 되더라도 다른 주로 이동해 합법적으로 임신을 중단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은 4000달러까지 그 비용을 대겠다고 합니다. 아마존은 미국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이런 지원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고 프로토콜은 분석했습니다. 미국에서 직원을 가장 많이 고용하는 회사는 월마트인데, 이런 종류의 혜택은 제공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마존이 고용하는 시간제 파트타임 노동자들이 이 혜택에서 제외됩니다.

낙태비용을 지원하는 기술 기업은 아마존뿐만이 아닙니다. 테슬라, 애플, 매치그룹, 범블, 옐프 등도 낙태를 위한 여행경비 지원을 발표했습니다.

기술 기업과 낙태는 주로 텍사스와 관련이 깊습니다. 텍사스는 주차원의 법인세와 개인소득세가 없기 때문에 본사를 텍사스로 이전하는 기술 기업이 많습니다. 그런데 텍사스는 임신 6주차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텍사스에서 직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낙태 경비 지원이라는 정책이 등장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테슬라가 대표적입니다.  지난 해 본사를 텍사스로 이전한 테슬라도 최근 낙태를 위한 여행경비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소개팅앱 서비스 회사인 매치그룹이나 범블 등도 본사가 텍사스에 있기 때문에 직원의 낙태비용을 지원합니다.

한편 기술 기업의 낙태 지원은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공화당 소속인 브리스코 케인 텍사스주 하원의원은 낙태를 원하는 직원들에게 여행 혜택을 제공하는 어떤 회사와도 지방정부가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르코 루비오 연방 의회 상원의원은 그런 비용에 대해 세금공제를 청구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 후루룩 뉴스

이커머스 업체들의 주가가 무너진다

아마존, 쇼피파이, 엣시 등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의 주가가 연이어 폭락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활동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공급망 위기와 인플레이션,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논의도 업계의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아마존은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8% 가량 하락했습니다. 7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보고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은 2021년 1분기 매출이 116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지만 순손실이 38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매출 역시 20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입니다.

이베이, 엣시 등 대표적인 이커머스 기업도 비슷한 모습입니다. 이베이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한 24억8000만 달러의 매출을 보고했습니다. 2분기 예상 매출치도 최대 24억 달러로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예상치인 25억4000만 달러를 하회했습니다. 이후 이베이의 주가는 11% 가량 하락했습니다. 엣시는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한 성장세를 보고한 후 주가가 17% 떨어졌고, 쇼피파이도 1분기 매출 12억 달러와 올해 상반기 더 낮은 성장세가 예측된다고 보고한 직후 주가가 15% 하락했습니다.

지난해 뉴욕 증시에 상장한 쿠팡의 주식도 계속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6일(현지 시각) 장중 한 때 역대 최저가인 11.71달러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상하이 봉쇄조치 완화, 반도체·자동차 공장 재가동

중국 상하이에 있는 기업이 점차 가동을 재개하는 분위기입니다. 그간 중국은 코로나19가 발병하면 도시 전체를 봉쇄하고 전면 검사를 실시하는, 일명 제로 코로나라는 강력한 방역 정책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시 내에서 반발이 심하고, 중국 경제에도 영향이 생긴 만큼 중국 정부도 기업 활동에 한해서는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상하이 시는 두 번에 걸쳐 제로 코로나 정책에도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조업 재개 화이트리스트 목록을 발표했습니다. 화이트리스트 대상에는 자동차, 반도체, 바이오, 화학공업, 신소재, 모바일, 네트워크 등 주요 산업분야가 해당됩니다. 1차 화이트리스트에는 666개의 기업이, 2차 화이트리스트에는 1188개의 기업이 포함됐습니다.

중국 정부는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는 것도, 그렇다고 위드코로나를 시행하기에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마냥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기에는 자국민의 반발이 심하고, 중국 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 중앙기관 사이에서도 봉쇄 조치를 완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는 있지만, 실제 제로 코로나 정책 자체가 완화되기에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화이트리스트 기업을 선정하고 공장 재개를 허가한 것은 중국 정부의 고육지책입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은 유지하면서 경제 활동도 재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화이트리스트 기업을 선정하면서 주변 국가는 우선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습니다. 중국의 봉쇄조치는 부품·소재 공급과 물류 등 다방면에 악영향을 미쳤는데, 이 영향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세관 역시 업무 정상화 수순을 밟으면서 공급망 또한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EU, 애플 페이 반독점법 위반 조사 착수

애플이 다시 유럽연합(EU)의 반독점 조사를 받습니다. EU 집행위는 “애플이 자사 기기들에서 모바일 지갑 애플리케이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접근을 막음으로써 경쟁을 제한했다”는 예비 견해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습니다.

애플 페이는 NFC 기반 결제 서비스로, 세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EMV 등의 규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기능을 외부업체(서드파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아이폰을 통한 NFC 방식의 비접촉식 결제는 오로지 애플 페이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애플 페이는 전 세계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오프라인 페이 서비스로, 유럽 내 2500개 이상의 은행과 250개 이상의 핀테크 업체에서 사용합니다. 특히 비접촉식 카드 사용이 잦은 유럽 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그런데 현재까지 애플은 자사 NFC에 접근하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권한을 타사에게 내준 적이 없습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만약 혐의가 입증된다면 애플은 관련 매출의 최대 30%를 과징금으로 내야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EU 집행위가 4월 23일 합의한 ‘디지털 시장법(DMA, Digital Markets Act)’을 위반했다고 판단할 경우 전 세계 애플 매출의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애플 측은 개인정보호호를 위한 조치라고 반박합니다. 근거리 무선 통신 개방이 자사의 시스템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초거대 AI 경쟁에 메타 합류

최근 AI 업계의 최대 격전지는 초거대 모델 AI입니다. 초거대 모델 AI란 엄청나게 많은 매개변수를 가진 AI모델을 말합니다. 지난 2020년 오픈AI가 발표한 ‘GPT-3’가 시초입니다. ‘GPT-3’는 3000억 개의 데이터셋과 1750억 개의 매개변수를 AI 언어모델입니다.

인공신경망에서 매개변수는 뉴론 간 정보 전달을 담당하는 시냅스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초거대 모델 AI는 기존 모델보다 훨씬 정교한 품질을 자랑합니다. 오픈AI가 ‘GPT-3’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자, 구글, 화웨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잇달아 초거대 모델 AI를 개발했습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LG 등이 유사한 AI를 개발했습니다.

지난 주에는 메타가 이 대열에 합류를 선언했습니다. 메타는 초거대 언어모델 OPT(Open Pretrained Transformer)를 출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회사 측에 따르면, GPT-3 수준의 언어 정확성을 제공하는 1750억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언어모델이라고 합니다.

메타의 행보에 주목할 점은 단순히 결과물을 발표한 것이 아니라, OPT-175B의 사전 훈련된 모델, 기본 코드, 개발 로그북까지 공개했다는 점입니다. 오픈AI가 ‘오픈’이라는 회사명에 어울리지 않게 GPT-3을 독점적으로 판매한다는 점과 비교해보라는 취지일까요?

메타 측은 “학계 연구원, 시민 사회, 정책 입안자, 산업계 종사자가가 협력해 책임 있는 AI를 만들어야 한다”고 짐짓 훈계(?)를 하기도 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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