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맡겨둔 예금이나 부동산은 소유자가 갑자기 사망해도 법적 절차에 따라 상속을 진행할 수 있다. 상속인이 사망한 사람의 자산 여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도 상관없다. 은행이나 정부에 요청하면 자산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상자산은 상속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사망자가 개인지갑에 넣어둔 가상자산의 경우, 상속자가 지갑의 비밀번호를 모르면 대규모 가상자산이 허공에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개인 지갑 속 가상자산 영영 못 찾을 수도 있어

지난해 약 1조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억만장자가 해변에서 익사체로 발견되었다. 그는 가상자산 거래소 엠피엑스를 만들기도 한 미르시아 포페쿠스다. 그러나 그의 가족이나 지인 중 누구도 비트코인을 상독 받았다는 소식은 없다. 포페쿠스의 비트코인은 개인지갑에 저장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지갑을 조회하거나 입·출금 하기 위해서는 지갑의 비밀번호가 필요하다. 이 번호는 무작위의 문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발급과정에서 본인인증을 비롯한 어떠한 개인정보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포페쿠스가 가족에게 공유하지 않았다면 비밀번호를 찾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 1월 뉴욕타임스는 가상자산 시장 분석 업체인 체이널리시스를 인용해 1850만 비트코인 중 20%가 암호 분실로 방치된 상태라고 전하기도 했다.

가상자산 지갑 형태도 여러가지…해킹 위험도 존재

다만 모든 가상자산이 개인지갑에 존재하는 건 아니다. 업비트, 빗썸 등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용자들의 지갑과 키(비밀번호)를 대신 보관해준다. 이 경우 분실 우려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또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같은 경우 상속 업무 처리 정책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 신변에 갑작스러운 이상이 생겨도 일정 부분 대비할 수 있는 상태다.

그러나 거래소 지갑은 해킹 가능성이 존재한다. 2019년 업비트의 이더리움 지갑에서 34만2000개의 이더가 빠져나가는 일이 있었다. 같은 해 빗썸에서는 약 221억원의 가상자산이 외부로 빠져나갔다. 

개인지갑도 완벽하게 해킹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상에서 보관되는 지갑들, 예를들어 메타마스크, 카이카스, 팬텀 등은 해킹이 발생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해킹 방법은 원격 프로그램으로 해커가 침입하거나 PC나 스마트폰에 악성 소프트웨어가 잠입해 사용자가 개인지갑에 접속할 때 키입력을 감지하고 해커에게 키 비밀번호를 전달해주는 방식, 공용 와이파이에서 비밀번호를 훔쳐보는 방법 등이 있다.

온라인은 언제나 해킹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개인지갑도 있다. 이 경우 악성 소프트웨어나 백도어 프로그램 등 해킹 요소에 영향을 받지 않아 보안 측면에서는 가장 안전하다. 온라인에서 보관하는 지갑을 핫월렛, 오프라인에서 보관하는 지갑을 콜드월렛 혹은 하드월렛이라고 부른다. 업비트에서 해킹 당한 지갑도 핫월렛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핫월렛에 가상자산을 간편하게 보관하자니 해킹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콜드월렛에 보관 하자니 갑자기 신변에 이상이 일어나면 대신 관리해 줄 사람이 없어 사전에 비밀번호를 공유하지 않은 상태면 사실상 보유한 가상자산은 무용지물이 된다.

 지갑, 대신 관리해주는 ‘커스터디’…해킹 위험도 매우 낮아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기술이 있다. 커스터디(수탁) 지갑은 개인이 직접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대신 소유하며 관리한다. 커스터디 지갑은 100%로 콜드월렛으로 보관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콜드월렛 외의 형태는 네트워크를 통해 해킹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커스터디 업계 관계자는 “폐쇄된 별도 공간, 쉽게 말하면 금고 안에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전했다. 내부자가 지갑을 빼돌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출입을 위해서는 6~7단계 걸쳐야 한다”며 “물리적으로 철저하게 관리한다”고 전했다.

커스터디를 가장 활발하게 서비스하는 곳은 미국 은행이다. 미국 연방정부 은행 감독기관인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연방은행이 가상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통화감독청은 은행이 이미 각종 자산 보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가상자산 수탁업무를 맡는 것 또한 같은 역할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시티은행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 커스터디 시장에 뛰어들어 직접 사업을 하고 있다. 또한 가상자산 키를 보관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은행이 가상자산 자체를 운용하기도 하며 추가 사업을 벌일 수도 있다.

 은행이 눈독 들이는 커스터디 사업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는 커스터디 사업에 국내 은행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하나은행을 제외한 5대 시중은행은 각자 커스터디 관련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법인을 설립한 상태다. 농협은 가상자산 커스터디 전문 기업 카르도에 전략적 지분투자를 진행했고, 국민은행은 지난해 해치랩스, 해시드와 함께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세웠다. 신한은행도 코빗, 블로코, 페이스퀘어가 공동 설립한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투자를 진행했다. 우리은행은 코인플러그와 합작법인 디커스터디를 설립하고 가상자산 수탁 시장 진출을 밝혔다.

다만 커스터디 관련한 제도가 불명확해 직접적인 사업은 하지 못하는 조심스러운 상태라는 입장이다. 한 은행의 관계자는 “아직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기준이 없기 때문에 출자 형식이나 법인 설립에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

커스터디 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해왔던 수탁 업무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자산의 형태만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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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성 기자>heecastl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