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세계 최초…다음주 가상자산 거래소 트래블룰 적용

다음주면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에 트래블룰이 적용된다. 트래블룰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규제로, 100만원 이상 가상자산을 송·수신할 때 양측의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한다.

그러나 트래블룰 시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금융위원회는 여전히 트래블룰에 대한 가이드를 내놓지 않고 있어 혼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어쩌다보니 세계 최초 된 국내 거래소

지난 해 10월 FATF가 발표한 지침서에 따르면 트래블룰 준수 방법에 대해서는 국가별로 단계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없었다. 한국은 3월 25일 시행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트래블룰을 포함하면서 FATF의 권고안이 나온 지 1년도 안 돼서 세계 최초로 트래블룰을 시행하게 됐다.

지난해 전국은행연합회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자금세탁 문제가 발생할 때 실명계좌를 발급한 은행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을 경우에 면책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차 책임은 은행에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거래소별로 다른 트래블룰 적용

지난 1월 빗썸과 코인원은 일찍이 트래블룰을 적용했다. 당시 농협이 두 거래소에게 실명계좌를 발급해주면서 트래블룰을 60일안에 만들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두 거래소의 트래블룰 기준을 보면 비슷한 부분이 있다. 실명확인이 되지 않은 개인지갑 사용을 불허하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현재 공지된 내용은 단순히 예정대로 트래블룰을 시행을 알리는 정도다. 업비트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개인지갑이나 해외거래소 송금 관련 내용은 정해진 것이 없다.

코빗은 기존 4대 거래소 중에서는 가장 최근에 트래블룰 공지를 냈다. 코빗은 다른 거래소들과 달리 메타마스크를 포함한 외부 지갑 주소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사전 등록을 위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빗썸도 트래블룰을 발표할 때 심사를 통한 외부 지갑 사전등록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며칠 뒤 내부사정으로 지갑 등록을 전면 불가로 입장을 바꿨다. 빗썸과 제휴중이던 농협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이 일기도 했다. 당시 코빗에 실명계좌를 발급한 신한은행 관계자는 트래블룰 재량을 코빗에 주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코빗이 타 거래소들과 달리 개인지갑 사용 허용을 할 수 있던 이유로 해석된다.

가상자산 부문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은 트래블룰 적용에 있어 개인지갑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금융정보분석원 관계자는 “FATF의 지침에 따라 사용자의 이름, 연락처, 주소 등이 확인이 된다면 개인지갑을 이용한 가상자산 입·출금을 허용하겠다”며 “다만 개인정보 확인이 없는 개인지갑은 사용이 안 된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국내 거래소끼리도 송금 막히나?

현재 국내 4대거래소는 두 개 협의체로 나뉘어 트래블룰을 구축중이다. 국내 거래소의 트래블룰 솔루션은 업비트 자회사인 람다256의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와 빗썸·코인원·코빗 3사가 주도하는 코드(CODE)로 나뉜다. 베리파이바스프는 두나무의 자회사인 람다 256이 개발 중이다.

트래블룰은 거래소 간 가상자산을 송·수신할 때 거래 당사자의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 쪽의 솔루션만 사용하게 되면 다른 거래소가 보유한 정보를 알기 어렵다. 때문에 국내 트래블룰 이행을 위해서는 협의체 간 솔루션 언동이 필요하다.

당초 4대 거래소는 코드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에 참여했지만 업비트가 독자적으로 트래블룰 솔루션을 개발한다고 밝히며 코드 설립 발표 전에 탈퇴하기도 했다. 확실히 정해진 게 없는 상황 속 양측 솔루션의 연동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으면 각자 다른 협의체를 이용하는 거래소간에는 가상자산 전송이 중단될 수 있어 고객의 부담이 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만 업비트 관계자는 “현재 코드와 연동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윤희성 기자>heecastl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