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를 향한 쿠팡의 꿈

쿠팡은 10년째 망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연합니다, 전통적인 이커머스 플랫폼과 달리 쿠팡은 상품을 매입해 보관하는 물류창고, 배송, 인력 등의 비용이 큽니다. 이익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보편적 관점으로 보았을 때 쿠팡은 금방이라도 실패할 기업 같았습니다.

그러나 쿠팡은 한국 최고의 이커머스 회사로 살아남았습니다. 지난 십여년 간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 올렸습니다. 쿠팡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약 13%입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상장했습니다.

그러나 쿠팡은 여전히 흑자를 내지 못하는 중입니다. 실적발표 이후, 쿠팡의 주가는 계속해 하락하고 있습니다. 적자는 더 커졌습니다. 2021년 순손실은 약 1조 8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방역비용, 덕평 물류센터 화재 등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게다가 쿠팡의 서비스를 따라잡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했습니다. 익일배송과 새벽배송이 대표적인데요, 이제 한국에서 새벽배송은 당연한 옵션이 된 수준입니다. 쿠팡에 대항하는 유통 연합도 있죠. 네이버와 신세계가 손을 잡았습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두 기업의 점유율을 합치면 30%가 넘습니다. 절대강자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유통계의 두 공룡이 손을 잡은 것은 쿠팡에게 위협이 되리라는 사실은 확실합니다. 

이번 쿠팡의 실적 발표를 보면 특이한 점이 하나 보입니다. 부정적인 지표 옆에는 ‘NM’라고 돼 있습니다. 뜻은 ‘Non Meaning’입니다. 부정적인 지표가 의미 없다는 얘깁니다. 쿠팡은 현재 상황에 대해 ‘계획된 적자’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쿠팡의 자신감과는 달리 주가는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에게는 과연 쿠팡이 차별화된 전략으로 흑자를 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여전한 듯 합니다.

쿠팡도 투자자들의 걱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고 합니다.   쿠팡은 올해 1분기 총이익률은 직전 분기 대비 2.5% 오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동시에 흑자로 전환하고자 여러 시도를 하는 중이지요. 과연 쿠팡의 주요 저력과 앞으로의 방향은 어떨까요? 

 

쿠팡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충성도 높은 고객층입니다. 지난해 4월 기준 쿠팡의 재구매율은 78%입니다. 이번 실적발표에서 쿠팡 활성고객수는 거의 1800만명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세 명 중 한 명은 쿠팡을 이용한다는 이야기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쿠팡은 계속해 고객을 록 인(Lock-In)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는 중입니다. 쿠팡의 성장 저력이 고객이기 때문입니다.

쿠팡의 여러 시도 중 가장 큰 호응을 받는 서비스는 와우 멤버십입니다. 와우멤버십은 쿠팡의 익일배송인 로켓배송 무료 이용, 새벽배송인 로켓프레시를 이용할 수 있고 30일 내 무료 반품, 쿠팡OTT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지난 12월까지 매달 2900원만 낸다면 무료 배송 및 반품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큰 매력을 끌었죠.

쿠팡은 현재 멤버십 가격을 높였습니다. 지난해 12월 와우멤버십 가격을 월 2900원에서 월 4900원으로 인상했는데요, 비율로 보자면 적지 않지만 혜택에 비해 가격이 워낙 낮다 보니 큰 반발은 없었습니다. 국내 멤버십 서비스가 기본 10000원에 시작한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무료 배송과 무료 반품을 보장하는 쿠팡 멤버십 서비스는 큰 매력을 가집니다.

이번 멤버십 가격 인상으로 쿠팡은 연간 1200억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쿠팡은 최근 블랙 컨슈머를 막기 위해 무조건 반품 및 환불 정책을 바꿨습니다. 물론 무조건 반품이 가능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블랙 컨슈머를 막기 위해 사용흔적이 없는 제품만 가능하다고 못 박았습니다. 반품에 드는 자본을 생각해본다면 반품 정책을 명확히 한 이번 조치 또한 쿠팡의 이익을 개선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쿠팡은 오픈마켓인 쿠팡 마켓플레이스의 성장에도 계속 집중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직매입 비율이 90%에 달합니다, 직매입에 비해 오픈마켓 규모는 아직 작습니다. 하지만 오픈마켓은 비용 부담이 큰 직매입과 달리 플랫폼만 제공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죠.

그러나 쿠팡이 마켓플레이스에 기대하는 것은 그 뿐 만이 아닙니다. 쿠팡이 물류센터를 적극적으로 확보한 이유가 있죠. 쿠팡은 올해 오픈마켓을 대상으로 하는 3PL서비스도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3PL이란 물류 과정 일부를 물류대행업체에게 아웃소싱하는 ‘제3자 물류’를 의미합니다.

쿠팡은 현재 오픈마켓 사업자를 대상으로 제트배송을 운영 중입니다. 지난해 쿠팡로지스틱스는 택배 운송사업자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제3자 물류를 위한 발판이었죠.

쿠팡의 제트배송은 쿠팡이 오픈마켓 사업자에게 재고 예측치를 전달하면 사업자는 쿠팡으로 해당 물품을 전달, 고객에게 전달하는 라스트마일까지 쿠팡이 전부 맡는 서비스입니다. 오픈마켓 사업자를 상대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건데요. 이미 2018년 택배운송 사업자 자격을 취득했지만 로켓 배송을 위해 택배업을 잠시 포기했던 쿠팡이 풀필먼트 서비스를 위한 역량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판단 하에 다시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마켓플레이스의 기존 배송에 비해 수수료는 높습니다. 쿠팡이 물류 과정을 모두 대행하기 때문입니다. 쿠팡 마켓플레이스의 수수료가 최대 10%인 반면 제트배송의 수수료는 30%입니다. 판매자 입장에서 물류에 대한 비용을 아끼는 데다가 고객에게 호평을 받을 수 있는 새벽배송까지 보장하고 쿠팡이라는 네임벨류를 가진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다고 생각하면 아까운 비용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쿠팡이 풀필먼트 서비스를 운영하는 아마존을 벤치마킹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쿠팡이 물류역량을 어느 정도 확보한 현시점에서 오픈마켓을 상대로 한 제트배송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현재 쿠팡의 물류 인프라는 4000만ft² (약 370만㎡) 규모입니다. 쿠팡 김범석 의장은 “지난해 쿠팡은 1500만ft²(140만㎡) 물류 인프라를 추가했고 올해도 수백만 제곱피트(ft²)를 확충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앞으로의 물류센터 확장은 신선식품과 제3자 물류를 위한 투자가 중심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같이 제 3자 물류에 대한 투자가 계속되고 제트배송이 활성화돼 수수료를 얻는다면 쿠팡의 수익도 개선될 수 있겠죠. 한국투자증권 김명주 연구원은 쿠팡이2022년 손실폭 축소를 위하여 광고 사업과 풀필먼트 서비스 강화를 통한 마켓 플레이스 매출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쿠팡은 신사업의 성장을 이끌겠다는 의지도 보입니다. 지난 실적 발표 당시 쿠팡 고프라브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성장 이니셔티브 분야인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핀테크, 해외 등 성장 신사업에 대한 투자액을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쿠팡이츠는 쿠팡에게 있어 어려운 사업입니다. 경쟁자인 배달의민족과 프로모션 경쟁을 지속해 큰 출혈이 있습니다. ​​최근 프로모션을 중단하고 배달기사에게 고정배달비를 보장해 많은 배달기사를 모았던 리워드제도를 폐지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쿠팡은 리워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가장 큰 출혈이라고 분석된 만큼 이전과 같은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쿠팡은 자사 활성화 고객 중 70%가 쿠팡이츠를 이용한 적이 없다며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0년 12월 출시한 OTT서비스 ‘쿠팡플레이’도 국내 OTT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입니다. 물론 성과는 좋습니다. 쿠팡의 멤버십 일환으로 제공해 쿠팡 유료 고객은 별도의 비용 지불 없이 쿠팡 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기준 월간 사용자수(MAU)는 368만명으로 국내 OTT 서비스 중 4위를 차지합니다.

쿠팡의 신사업 중 주목받는 분야는 ‘쿠팡 파이낸셜’, 즉 금융업입니다. 쿠팡은 올해 금융서비스업, 은행 및 보험업, 전자지불업, 모바일 지불 서비스업, 신용할부금융업, 할부판매중개업 등 금융업에 뛰어들 예정입니다. 일각에서는 쿠팡의 고객 유지에 도움이 되리라 분석합니다.

지난 실적발표 당시 쿠팡은 중장기적인 입장에서 투자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익을 개선해나가겠다는 포부를 보였습니다. 조정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기준 손실 규모를 4830억원 미만으로 낮추고 핵심 사업인 로켓배송의 수익 개선을 노린다고 설명했습다. 또한 로켓프레시도 활용도가 낮았던 과거와 달리 규모가 커지면서 수익이 개선되리라 기대 중입니다. 쿠팡은 올해 4분기부터 유통분야가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다만 여전히 여러 이슈가 존재합니다. 새로 들어올 정부도 플랫폼에 대해 이중적인 입장을 보일 뿐 아니라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방역비용이 부담이 될 예정입니다. 

김범석 의장의 말처럼 쿠팡의 “성장과 효율성의 균형을 지키고 유지하는 전략”이 지속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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