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산하기관에 원격의료연구회 설립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사 단체들이 원격 의료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기관 서울시의사회에는 최근 원격의료연구회가 구성됐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에도 올해 처음으로 원격의료연구특별위원회가 마련됐다.

의사 단체에서 원격 의료를 우려하는 핵심 이유 중 하나는 대학병원, 수도권에 환자가 쏠리는 문제가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 면책, 수가, 개인정보에 대한 책임 소지를 의사에게 어느 정도 할당하느냐에 따라 원격 의료에 대한 의사 단체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광재·강병원·이영 의원과 4차산업혁명위원회·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주최한 ‘디지털전환 시대, 비대면 진료 미래 정책세미나’에서는 10일 원격 의료에 대한 의료계, 산업계, 정부, 환자 입장을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의료계 관계자들은 최근 원격 의료에 대한 의료계의 관심을 전했다. 김성근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장은 “의사협회 산하 원격의료연구회 구성으로 의정합의가 잘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원 대상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70~80%가 앞으로 원격의료는 일상이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참하지 않겠다는 쪽도 꽤 많다. 면책, 수가, 개인정보에 대한 책임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격의료연구회에서는 원격 의료를 하겠다는 쪽으로 의사들이 움직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일을 한다. 김성근 연구회장은 “일본에서 원격 의료를 많이 했고 최근 재진 이외 초진으로도 조금씩 풀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일본 의사 협회와의 협의 하에 진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려해야 할 점은 일본에서의 재진과 우리 재진은 다르다. 일본에서는 같은 질환으로 매달 병원을 방문해서 6개월 이상된 경우를 재진으로 정의한다. 이런 디테일을 찾아 연구하고 있다. 연구회 회원들 대부분이 개원가 의사들이며 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도 같이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사 사회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대화를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고 이를 위한 자료를 축적하는데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 역할이 있다”고 전했다.

김성근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장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이유는 우선 의학 내 진료 원칙상 대면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면 대형병원, 수도권에 환자가 쏠리는 의료전달체계 붕괴 현상이 원격 의료로 더욱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상원 연세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의료 선진국이 아니라 의료 소비의 천국이다. 가고 싶은 병원에 얼마든지 갈 수 있고 같은 질환을 가진 환자가 여러 대형 병원을 둘러볼 수 있다. 30분 대기에 1분, 3분진료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격의료로 인해 붕괴된 의료전달체계가 더 강화될 것인지 나아질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격 의료를 도입하려면 1차의료기관에서 이뤄져야 한다. 3차의료기관은 1차의료기관에 자문을 하는 역할 정도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3차의료기관이 나서면 의료전달체계는 붕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 원격 의료를 위해 의원에서 화상 장비와 별도의 공간을 갖추고 환자의 스케줄에 맞춰 진료하는 것에도 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가가 원격 의료에 대해 보통 진료보다 인상된 수가를 줄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국민 세금으로 부담할 것인지, 수혜 집단에 책임을 지울 것인지에 대해서도 결정해야 한다.

빠른 정책 결정 필요한 산업계…원격 의료 환영한 환자들

산업계는 원격 의료에 대한 정확한 정책이 있어야 관련 사업을 믿고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 사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외 기업부터 진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는 이날 토론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하는 입장으로서 원격 의료를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면서 기회이기도 한 분야라고 정의했다. 그는 “디지털 헬스케어 내 여러 분야가 비대면 진료와 연관이 된다. 오미크론 유행으로 재택 진료 가능성이 열리고 있고 재택 진료 지원은 안 하는지 업체 문의도 들어오고 있다”며 최근 업계 반응을 전했다.

결국 투자를 해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하는데 정책이 확실하지 않아 자본과 인력을 투여하기가 망설여진다는 입장이다. 이은솔 대표는 “원격 의료를 아예 안 한다고 하면 다른 곳에 집중하면 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국가에서 산업계 쪽에 힘을 싣고 싶다면 빠르게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못하는데 외국으로 가서 다른 기업보다 잘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

보건복지부에서는 산업적인 시각에서 원격 의료를 바라보는 것은 부처 성격에 맞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보건복지부에서는 보건의료정책적 관점에서 먼저 볼 것이고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의 의료 접근 문제 해소를 우선시한다. 산업적 측면은 그 다음이다”고 말했다.

더불어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다. 현재 홈재활로봇 서비스, 재외국민 비대면진료, 스마트 심전도 모니터링, 스마트 임상시험 등을 통해 안전성, 효과성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역할에 한정되지 않고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원격 의료 관점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관점도 제시됐다. 특히 민간 투자자들의 투자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한상원 교수는 “원격의료를 정부에서 하고자 하는 이유는 결국 보건 의료 향상보다는 국가 경쟁력과 산업화를 위해서다. 산업부, 기재부 등이 의료 산업을 새로운 도약으로 삼기 위해서는 투자가 이쪽으로 이뤄져야 한다. 투자자, 정보통신업체, 플랫폼 기업 등 원격 의료 부흥으로 인한 혜택을 볼 수 있는 산업군에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영 한국제1형당뇨병환우회 대표

병원 밖 관리가 중요한 만성 질환을 겪는 환자 입장에서는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가 반가웠다는 입장이다. 김미영 한국제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코로나19로 한시적 전화 처방 제도가 가능해지니 환우회 회원들이 아주 좋아했다. 제1형 당뇨로 병원을 가면 보통 오전에 혈액검사를 받고 오후에 진료를 본다. 3차 의료기관의 경우 엄청난 인파가 있는 만큼 2일씩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시간이 안 맞으면 진료를 빠트리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은 학기 중에 수업 빼는 것이 쉽지 않은데 방학이 아닐 때는 환자를 빼고 진료 후 처방을 받을 때가 있다. 검사 결과를 듣는 것 정도는 비대면 진료로 하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항시 혈당 체크를 하는 것이 중요한 제1형 당뇨병의 경우 환자나 보호자단에서의 모니터링 데이터를 의료진에 공유할 때 더욱 효과적인 진료를 볼 수도 있다.

김미영 대표는 “만성질환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시간보다 환자가 자가 관리하는 시간이 많다. 현재는 환자 생성 데이터를 의료진에 전달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 마이 헬스웨이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환자 개인의 의료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의료진과 공유한다면 대면 진료 형태가 아니더라도 오진 비율을 추고 효과적인 진료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박성은 기자<sag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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