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이나 카페의 키오스크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어르신을 가끔 볼 수 있다. 편리하자고 만든 키오스크로 인해 오히려 주문과 결제에 오랜 시간이 걸리곤 한다. 디지털 디바이스의 UI/UX에 노인들이 적응하지 못하는 한 단면이다.

디지털 기술이 너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계층이 늘어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표적인 취약계층인 고령층의 경우, 일반 국민 기준 60%가량만 디지털 생활 정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 확산이 노인, 장애인, 사회 계층간 격차를 키우는 역효과를 일으킬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회에서는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디지털 포용법’ 제정이 논의중이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지난 해 1월 대표발의한 디지털포용법은 ▲국가의 책무 규정 ▲국무총리 소속 디지털 포용위원회 설치 ▲디지털 역량 구체화 △전문 인력 양성 ▲장애인·고령자 디지털 접근 대책 등을 담고 있다.

13일 오전 10시 국회(강병원 의원, 그리고 이광재 의원, 조승래 의원, 윤영찬 의원, 양정숙 의원)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회 전반에 디지털 포용법 필요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디지털 포용법 공청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디지털포용법은 디지털포용에 관한 기본 사항들을 규정한다. 이 때 ‘디지털포용’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소외와 차별 없이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하고 지능정보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지능정보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 향상과 지속가능한 포용적 성장 증진을 추구하는 환경과 그 지향점” 이라고 정의된다.

디지털 포용법 시행은 국가가 정보 격차 해소를 통해 사회 불평등을 완화할 법적 책무를 부여한다. 국민 모두가 차별과 소외 없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 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다.

디지털 포용법이 시행된다면 정부는 3년마다 디지털포용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 디지털포용 관련 정책과 관련된 사안을 다루는 국무총리 소속 디지털포용위원회도 신설한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역량 함양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교육전문인력 양성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디지털포용법에는 범부처간 협력과 민관협력을 장려하기 위한 조항도 포함한다. 디지털 포용을 위해서는 시민사회, 민간단체, 정부 간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날 참여진은 모두 디지털 포용법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발제를 맡은 한국교원대 정필운 교수는 국가가 헌법 제 11조 평등권 실현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한 정보 격차에 대한 내용을 담은 현행 ‘지능정보화 기본법’이 정보 격차에 대한 충분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존 정보격차에 대한 내용을 담았던 정보격차해소법이 지능정보화기본법에 흡수되어 정보 격차 해소 정책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정 교수는 “‘지능정보화 기본법’은 전국민 대상 디지털 역량 함양을 위한 교육 추진과 전문인력 양성, 키오스크 접근성 보장 정책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고 말했다. 이 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강호윤 국장도 “다양한 디지털 역량 강화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법적 근거가 부족해 사업을 추진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고 덧붙였다.

 

한국법제연구원 조용혁 센터장은 “(디지털 포용법이 제정된다면) 사회 구성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능동적인 주체가 될 수 있게 법안이 확장”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건국대학교 황용석 교수는 유럽, 호주 등 해외에서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정책을 포용의 관점으로 전환했다며 적극적인 입법을 촉구했다. 대한노인회 우보환 본부장도 디지털포용법이 단순한 장식법이 되지 않고 구성원 간 격차를 해소하고 사회 통합을 위한 법안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참여진들은 현재 법률안에 대해 몇 가지 보완점을 제안했다.

조용혁 센터장은 접근성 보장 대상과 포용 대상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기존에 있던 차이나 차별, 격차에 있었던 요소에 대해 고민한 부분 뿐 아니라 교육, 지역, 경제적 격차 등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박마루 사무총장은 이와 함께 위원회 구성 기준에 대해 성별 뿐 아니라 장애, 노령층 등 당사자들을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디지털 포용에 이바지한 공로자를 포상하는 조항에 대해 공로자 범위에 사업자를 포함해 법안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강호윤 국장은 디지털 포용은 “당연히 가야할 길”이라고 말했다. 법안이 발효된다면 디지털 역량 함양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도 보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