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약 50일 앞둔 상황에서 후보자들의 과학기술 공약 청사진이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에서는 과학기술부총리 제도를 핵심 공약으로 꼽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역 연구개발(R&D)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측에서는 연구자 개인을 위한 연구 인프라 개선을 강조했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대전 유성구 KAIST에서는 ‘과학기술혁신 공약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 행사에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디지털대전환위원장,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위 정책본부장 등이 참석해 과학기술 관련 핵심 공약을 발표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디지털대전환위원장 토론 모습

과학기술혁신 부총리 필요…“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재양성”

박영선 위원장이 행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내용은 과학기술혁신 부총리제 도입이다.

박 위원장은 “과학기술부총리제 도입은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 때 과학기술 부총리가 있었고 김대중 정부는 IT 강국, 노무현 정부의 경우 ICT 강국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오면서 정보통신부는 없어지고 사대강 건설과 관련한 예산 배분이 많이 되면서 과학기술쪽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박근혜 정부 시기에도 실질적으로 예산에서는 변화가 없었다. 이후 문 정부부터 디지털 정부를 외치게 됐다”며 공약을 마련한 배경을 설명했다.

과학기술부총리의 역할은 각 부처에 흩어진 과학기술 관련 사항을 통합하는 것이다. 박영선 위원장은 “똑같은 클라우드 투자, 앱 개발을 할 때 각 부처마다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과학기술과 관련한 전체 거버넌스가 연결, 소통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일을 담당하는 사무관이나 담당 과장의 선에서 해결되기 때문에 분산되는 것”이라며 과학기술부총리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예산 기증을 입안할 수 있는 권한도 과학기술부총리가 가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박 위원장은 “자문위원회가 기능을 활발히 할 수 없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예산 기능이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책정해준 예산을 가지고 과학 쪽에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 때문에 과학에서 풀어야 하는 솔루션과 예산 책정한 측이 생각한 해법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5위인 R&D 예산 규모도 3위 정도로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외 강조한 사항은 인재 양성이다. 디지털 전환을 이끌 과학기술 인력 양성을 핵심 과제로 가져가겠다는 것.



박 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초고속 인터넷망 까는 것이 당시 가장 필요한 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는 인공지능(AI)이 시대의 화두였다. 이제 이재명 정부는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가장 중요한 일로 가져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째도 인재양성, 둘째도 인재양성, 셋째도 과학기술 인재양성”이라고 강조했다.

발표 중인 안철수 후보

“과기정통부 대전으로 옮겨야”…지역 정책 강조한 안철수 후보

안철수 후보는 이날 토론회 전 국민의당 대전시당에서 대전을 과학특별자치시로 지정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를 비롯해 과학기술 관련 정부 부처와 연구기관, 민간기업, 대학 등을 대전에 집적시킨다는 계획이다.

토론회에서도 안 후보는 지역별로 특화된 R&D 사업을 가져가야 한다며 지역 과학기술 공약을 강조했다.

그는 “유행에 따라 R&D 주제를 계속 바꾸면 안 된다. 지자체별로 유행하는 사업이라면 모두 진행한다. 블록체인, AI가 인기라 하면 전국에서 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한 지자체는 3가지 정도 아이템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인력, 연구설비, 대학 등에서 각 지역이 경쟁 우위에 선 것이 있는데 이 중에서 3가지를 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존에 투자를 많이 했더라도 버릴 사업은 포기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는 “싱크 코스트(sink cost)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10억을 투자했는데 잘 안 됐다. 1억만 투자하면 잘 될 것 같다. 지금까지 투자한 돈이 아까워서 더 투자한다. 경영 판단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이미 투자한 돈을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 1억을 가지고 어느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성공 확률이 높은지 생각해야 한다. 지자체도 경영마인드를 가지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기만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리소스를 활용해서 그 분야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안철수 후보 또한 이재명 후보와 같이 과학기술부총리제를 제안하는 입장이다. 안 후보는 이외 청와대에도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을 둘 것을 제안한다.

기업 규제 방법에 대해서는 네거티브(negative) 규제로 갈 것을 강조했다. 사실상 현 상황에서는 기존 규제 방법인 포지티브(positive) 규제만 유효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안 후보는 “규제는 반드시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는 작업을 해야 한다. 복잡한 법들 없애고 새로운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 생명과 안전에 대한 규제는 촘촘히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반면 신사업에 대한 규제는 최대한 없애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표 중인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위 정책본부장

“대학원생부터 겪는 연구자 현장 고충 해결하겠다”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는 거시적인 예산 확보보다 연구자 개인이 연구 환경에서 겪는 어려움을 개선하는 정책을 만들 계획이다.

원희룡 본부장은 행사에서 “과학기술인들의 연구 여건과 앞으로의 기회를 확보하겠다. 대학원을 가고 창업을 하고 출연연구, 기업을 가는 과정에서 모든 기회 사다리가 단절돼 각자도생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체 국가 R&D 예산을 늘리고 성과에 대해 기업, 부처, 출연연 승진을 시켜주는 틀에 박힌 보상 체계와 과거의 지원 체계로는 미래 시대에 대응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각 단계마다 실질적인 문제 사항을 해결하는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학원 연구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 본부장은 “연수, 교육과정에 최저임금, 주 52시간도 적용 안하는 경우가 많다. 열정페이는 노예노동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두뇌를 더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교수 개인이 아니라 연구 과제를 주는 국가 기관에 있다는 주장이다. 원희룡 본부장은 “출연연, 교육부 연구 예산을 주는 BK21의 연구방식 문제다. 단기 성과 혹은 페이퍼 성과를 내게 하는 관료주의 때문에 같은 재원을 가지고도 제대로 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과학 정책 대상과 정책을 수립하는 주체도 과학기술 연구자가 되어야한다는 주장이다. 국가 과학기술 관련 정책에 대해 과학기술인들을 직접 정책 결정에 참여시키고 발언권 확보해야한다는 것.

원 본부장은 “원전 에너지,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디지털 전환, 바이오 정책, 우주 항공 모두에 있어서 과학기술인들을 정부부처, 지방정부 등 핵심 결정 위치에 배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박성은 기자>sag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