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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S 클라우드 전환’ 마친 대한항공, 지난 3년과 앞으로의 여정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기 전이던 2018년 11월, 대한항공은 전사 IT 시스템을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AWS 올인 마이그레이션(All-in Migration)’ 전략의 선언이다. 그것도 3년 안에 모든 인프라 시스템 전환을 마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당초 목표 일정보다 딱 한 달 늦어진 지난 7월, 정부가 퍼블릭 클라우드로의 이전을 금지해 물리적 데이터센터에 남긴 대전 연구소 관련 1%를 제외한 99%의 시스템을 모두 클라우드로 이관했다. 글로벌 대형 항공사 가운데 최초다.

“3년 전에는 클라우드 올인(All-in)을 선언했고, 오늘은 올던(All Done)이라고 말하겠다.”

장성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야기다. 장 부사장은 28일 AWS코리아(대표 함기호)가 마련한 온라인 미디어 브리핑에 나와 이렇게 선언했다. 그는 “3년 전, 주변 많은 사람들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고 의심했지만 대한항공은 AWS 클라우드 올인 마이그레이션에 성공했다”면서 “고객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디지털 역량을 갖추게 돼 고객의 요구와 변화를 빠르게 파악해 서비스를 개선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세계적으로 제일 사랑받는 항공사가 되겠다는 전략에 다가설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장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3년간의 클라우드 전환 경험과 성과,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AWS 전환, 어떤 절차로 진행했나


대한항공은 AWS는 물론 파트너사인 LG CNS와 함께 클라우드 인프라 전환을 추진했다. 크게 세 단계(Phase 1, 2, 3)로 기존 사내 데이터 센터에서 운영했던 데이터와 네트워크, 보안 시스템 등 IT 시스템 이관이 진행됐다.

장 부사장은 클라우드 전환을 추진하면서 “기본적인 네트워크부터 보안, 서버 관련 아키텍처에 대해 많이 고민했고, 왜 클라우드를 도입하고 그 장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 아웃소싱하면서 잊고 있었던 보안, 관리체계와 거버넌스를 모두 재점검했다”고 회고했다.

초기 1단계에서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운영관리 체계를 수립하면서 간단한 애플리케이션과 시스템을 우선순위로 선정한 워크로드를 이관했다. 2019년 6월까지 약 16% 이관을 완료했다. 역량 확보 차원에서 진행된 초기 과정이다.

그 다음 2단계에서는 IT 조직에서 클라우드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고 비즈니스 현업 조직에서도 클라우드 이해도가 높아진 시기인만큼, 주요 애플리케이션 시스템을 본격 이관해 46%의 인하우스 워크로드를 이관했다.

장 부사장은 “리프트앤시프트(Lift and Shift) 방식 보다는 처음부터 리팩토링(Refactoring)부터 리플랫포밍(Replatforming)까지 다하는 차원에서 접근했는데 너무 과한 스텝이었다. 우선 클라우드 아키텍처로 리플랫폼하고 오픈소스소프트웨어(OSS) 적용하는 계획을 잡았다. 그리고 클라우드 커맨드 센터(CCC)를 오픈했다. 보안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그 외 영역을 한눈에 보고 어떻게 AWS 이관 스테이터스 한 눈에 볼 수 있는지 진도 관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기완 AWS코리아 시니어 솔루션즈 아키텍트 매니저는 이에 더해 “2단계부터는 확보된 역량을 바탕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클라우드에서 리플랫폼을 진행하고, 클라우드 특징을 많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데이터와 머신러닝(ML)까지도 접근했다. 각 사업부 담당자들과 적극적인 협업으로 비즈니스 현안을 풀수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ML 과제를 20개 넘게 도출해 그 중 8개를 프로덕션화했다. 추가 과제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3단계에서는 난이도 높은 패키지 시스템 이관에 주력했다. 예약시스템과 엮여 난이도가 높은 로열티(Loyalty), 크루(Crew) 시스템 외 패키지를 전환했다.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은 이관하는 대신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MSA) 기반 클라우드 네이티브 방식으로 새롭게 개발했다.

장 부사장은 “당초 2021년 6월 3단계가 마칠 예정이었지만 한 달이 미뤄진 이유는 애플리케이션의 복잡성 때문이었다. 성공적인 것은 홈페이지를 MSA 아키텍처로 새로 개발해 CICD 환경을 만들어 클라우드로 배포하고 관리하는 방식을 새롭게 만들었다. 홈페이지와 앱을 신규 개발해 작년 4월에 고객들에게 소개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전사적자원관리(ERP)였는데, 당시 알아보니 클라우드로 옮긴 레퍼런스가 아직 없었고 데이터베이스(DB), 미들웨어, 보안 등 사용하는 ERP의 의존성이 높아 어떻게 할 지 6개월간 고민하고 테스트하면서 지연됐다. ERP도 클라우드로 전환했고, 아키텍처를 변경해 백업 등도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바꿨다. 두 달째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매니저는 “모바일과 웹을 클라우드 네이티브 아키텍처로 바꿔 작게 시작하고 실패하더라도 유연한 클라우드 인프라 활용해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제거시킬 수 있는 효과를 얻었다”며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AWS에서 운영,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적극적인 협력을 진행했다. 대한항공 테크 리더들이 밀착해 공동의 목표를 수립하고 거버넌스를 확립하고 목표를 공유해 AWS 리소스들과 테크 조직이 협업하는 구조를 만들어 진행하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

대한항공은 백업·재해복구(DR)를 포함해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AWS에서 운영하고 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AWS 리전, 즉 서울 리전과 미국 버지니아 리전을 활용하면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구축, 운영 중이다.


대한항공이 꼽은 클라우드 전환 성공요인 세 가지


장 부사장은 클라우드 전환의 성공요인으로 강력한 리더십과 전체 조직이 수행한 변화관리, 확고한 거버넌스와 지원을 꼽았다. 그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부터 “고객이 변화하는 만큼 우리도 변화하자”며 강력한 리더십으로 클라우드 전환을 선언하고 앞장서 움직이면서, IT와 협업 등 다양한 조직에서 업무별 변화관리를 수행한 것이 주효했다. 클라우드 전환은 IT에서만 수행하거나 시스템만 바꾸는 차원이 아니라 다같이 제대로 클라우드를 이해하고 효과를 알고 체득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직원들이 데이터와 고객 중심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AWS 이노베이션 빌더(Innovation Builder)’ 프로그램을 도입해 클라우드 문화 조성에 힘썼고, 500여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기술 기초교육도 진행했다. 이를 토대로 사업부문과 기술부문의 협업 강화, AWS 클라우드를 활용한 아이디어 역량 구축 등 전사적인 전파 노력을 계속 기울이고 있다. 그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조직은 ‘클라우드 센터 오브엑셀런스(Cloud Center Of Excellence)’다.

CCoE는 10명 미만으로 구성됐다. 클라우드 전환과 관련해 최고의 스킬을 가진 엔지니어로, 의욕과 관심도가 높은 사람들을 모아 여객, 운송 등 영역별로 최적화된 아키텍처와 방법론 등을 만들고 계획을 세워 전파하는 데 있어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장 부사장은 “클라우드 전환시 단계별 접근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교훈으로 얻었다. 한 번에 다 해내겠다는 욕심보다 마이그레이션을 먼저 실행하며 배운 후에 모더나이제이션 하겠다는 접근이 필요하다”라면서 “함께 일하는 조직원들이 공동으로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의) ‘무브 포워드(Move Forward)’, (되돌릴 수 없다는 의미의) ‘노 터닝 백(No turning back)’ 개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클라우드 전환으로 얻은 것들


장 부사장은 클라우드 전환으로 얻는 가장 큰 혜택으로는 속도, 즉 민첩성을 지목했다. “클라우드는 속도다. 기존 프라이빗 데이터센터에서는 환경 하나를 만드는데 요청부터 승인, 여러 작업을 거쳐 2-3주가 걸렸다면 이젠 실시간으로 작업 환경을 만들 수 있다. IT팀이든 현업에서든 요청하면 언제든 1시간 후에 환경이 만들어진 상태에서 테스트를 수행할 수 있어 상향식(bottom-up)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

속도뿐 아니라 고객 요구를 빠르게 파악해 ‘고객 중심 혁신 플랫폼’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얻게 된 매우 큰 가치로 보고 있다.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을 다시 개발했다. 기존에도 나쁜 환경은 아니었지만 고객들이 필요한 변화, 예를 들어 티켓팅을 빠르게 하고 싶고 사용했던 결제를 다시 이용하고 싶으니 왜 안되냐는 요구 등을 개발해 배포하려면 기존에는 3-6개월 걸리는 환경이었다. 수요를 분석해 서비스를 출시하기가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래서 MSA 개발로 재구축하자고 결정내린 것이다.”

대한항공은 MSA로 구성된 웹사이트와 모바일앱으로 서비스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은 물론, 기존 4단계로 이뤄진 티켓 구매 단계도 2단계로 간소화했다. 또 원스톱 항공권 구매가 가능하도록 기능을 개발 중이다.

장 부사장은 데이터 부문에서 혁신을 꾀할 수 있게 된 점도 언급했다. “기존에는 데이터를 다 모을 수 없는 환경이었다. 워낙 데이터웨어하우스데이터관리(DWDM)시스템이 비싸기도 했다. 정형 데이터 위주였는데, 점점 비정형 데이터와 인공지능(AI)·ML 데이터가 많이 생기면서 고민이 많았다. AWS S3 쓰면서 데이터를 고객이 원하는대로 모을 수 있게 됐다. 고객에 맞는 패턴과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어떠한 데이터도 저장가능한 데이터 레이크를 구축하고 있다.”

그는 “장애시에도 다운되지 않도록 리전을 설계했다. 데이터 백업과 복제도 테이프 기반에서 실시간 복제로 바꿨고, 2시간 이내에 전환해 전체 서비스가 가동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했다”며 안정성과 가용성 강화 측면을 강조하면서, “IT 입장에서는 안정된 환경을 운영하게 됐고 신기술을 접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점이, 현업 입장에서는 빠르게 고객 대면·접점 채널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부각했다.

비용 측면에서 얻은 성과에 대해서는 “전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처음에는 오히려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비용을 생각하면 클라우드 전환을 할 수 없다. 이는 두번째 문제”라고 단언하며, “운영을 잘하고 안정화될수록 비용은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고객의 요구와 변화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것에 큰 가치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장 부사장은 “대한항공의 52년 역사상 단 시간 내에 이뤄낸 가장 큰 규모의 IT 혁신”이라며 “전략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클라우드를 통해 효율은 높이면서 더 빠른 방식으로 서비스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게 됐고, 이는 위드(with) 코로나가 이뤄지고 코로나19 이후에 여행이 재개될 때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현대화 혁신 여정 시작,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면 전환”


대한항공은 클라우드 이전과 더불어 확보하게 된 데이터 분석 능력과 ML 기능을 바탕으로 ▲경영 프로세스 혁신 ▲여객서비스 강화 ▲예약·발권 시스템 편의성 증대 ▲기상예측 정확도 제고 등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클라우드 ML 관리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ML 모델 구축, 학습, 적용을 모두 하나의 환경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로 정확한 수요 및 통계 예측을 지원함으로써 보다 나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악천후로 인한 항공기 지연 예상시간, 항공기 정비 소요시간 예측 등을 토대로 고객들에게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대한항공의 설명이다.

또한 AWS 클라우드로 구축된 고객 데이터 플랫폼에서 고객별 특성에 따른 고유 디지털 식별 정보가 부여돼, 맞춤형 고객 서비스 제공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고객이 대한항공으로부터 제공 받은 서비스를 포함한 각종 정보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고객 요구에 맞는 맞춤 서비스를 추천하는 기능도 제공하게 된다.

장 부사장은 이날 클라우드 전면 전환이 완료됐다(Cloud All-in Migration, All Done)고 공식 발표하면서, “하지만 여정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대화 혁신 여정을 시작하고 있다. 2년 후에는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전체 시스템이 혁신돼있다고 이야기하길 바란다”고 계획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50년 넘는 역사를 가진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란 얘기다.

그는 “AWS로 전사 전환이 됐다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된 것은 아니다. 이제 첫 단계를 끝낸 것 뿐”이라며 “현대화를 수행한 뒤에 트랜스포메이션을 하는 것이다. 회사 차원에서 모든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선 직원들이 만족해야만 고객들에게도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가장 처음으로 바꾼 것이 내부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상치 못한 재택근무 등을 수행하며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로 오피스도 바꿨다. 앞으로 트랜스포메이션 해야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AWS를 기반으로 인프라 서비스(IaaS)를 모두 전환한 데 이어 SaaS로 전환하는 작업들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클라우드 이전과 사용이 어렵고 힘들다고 여겨지는 매우 중요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들, 특히 DB의 경우 클라우드 이전보다는 새롭게 MSA 기반의 클라우드 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으로 새롭게 개발한다는 방침을 세워놨다. 장 부사장은 “DB를 대체한다기 보다는 클라우드에 맞게 아키텍처를 바꿀 것이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교체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2년 안에 전체적으로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말하는 계획”이라고 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유지 기자>yjle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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