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알못을 부탁해] 삼성은 어떻게 반도체 거물이 됐을까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큰 목표를 가져라”
1983년 이병철 당시 삼성 회장은 이렇게 외치며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삼성은 반도체와 관련된 인력도, 인프라도, 경험도 전무한 상태였다. 이미 시장은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점령한 상태였다. 뒤늦게 뛰어들어봐야 그들을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삼성은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2018년에는 세계 반도체 시장 1위 기업이라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나아가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후발주자였던 삼성, 지금은 D램시장 절대강자
삼성이 반도체 시장에 첫 발을 내딛던 때는 이미 도시바, NEC, 히타치 등의 기업들이 D램 시장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던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병철 전 삼성전자 회장은 1983년 삼성전자가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삼성전자는 4Mb D램 공정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켰다.
1989년에는 세계적으로 D램의 밀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 부품을 웨이퍼에 평면으로 늘어놓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공간을 절약하고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 부품이 차지하는 면적을 줄여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이에 IBM, 도시바, NEC 등은 아래로 파고 내려가는 트렌치형 방식을, 삼성전자는 쌓아 올리는 스택형 방식을 채택했다. 결과는 삼성의 승리였다. 삼성은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일본 회사와 기술 격차를 좁혀 나가, 1992년에는 64Mb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경쟁사들을 제쳤다.
2000년, 삼성은 또 한 번 격차 벌리기에 성공했다. 당시 300mm 웨이퍼 생산량이 증가하던 시기였다. 300mm 웨이퍼를 도입하면 기존 200mm 웨이퍼에 비해 2.25배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업계에서는 장비에 드는 비용 부담과 공급 과잉으로 입을 수 있는 손실이 예상돼 도입을 미뤘다. 게다가 2001년은 9.11 테러로 사회가 전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2001년 10월부터 300mm 웨이퍼로 120나노 기반 D램을 양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2002년 대부분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손실을 기록했으나 삼성전자는 홀로 30.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삼성전자는 2005년 SSD 사업 진출 선언, 2006년 80나노 DDR2 D램 개발 등 지속해서 기술을 개발한다. 올 8월에는 차세대 D램이라 불리는 3세대 10나노급 LPDDR5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도시바가 라이선싱하고, 애플이 성장시키고
현재 삼성전자는 D램뿐만 아니라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낸드 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저장한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로, 1980년에 도시바가 처음 개발했다. 플래시 메모리는 노어 플래시와 낸드 플래시로 나뉜다. 노어 플래시는 데이터 접근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며 낸드 플래시는 데이터 용량이 큰 것이 특징이다. 플래시 메모리 초기 시장에서 노어 플래시는 인텔이, 낸드 플래시는 도시바가 기술과 시장을 리드하고 있었다.
그런데 1992년 삼성에 결정적 기회가 왔다. 도시바가 1992년 삼성전자에 기술 라이선싱을 부여한 것이다. 도시바는 인텔의 노어 플래시 진영과 경쟁하기 위해 낸드 플래시 진영에서 우군이 필요했다. 도시바는 한 후 아래로 봤던 삼성에 손을 내밀었고 삼성전자는 이를 계기로 낸드 플래시 핵심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의 낸드 플래시 사업은 애플이 아이팟 나노를 출시하면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아이팟 나노의 용량은 1~4기가바이트 정도인데, 크기는 50g이 채 되지 않았다. 따라서 기존처럼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를 사용할 수 없었고, 노어 플래시도 64개 정도가 탑재해야 했다. 반면, 낸드 플래시는 칩당 밀도가 높아 10개 이하만 사용해도 된다. 애플은 낸드 플래시를 탑재하기로 결정, 생산라인(파운드리)을 함께 운영하던 삼성전자를 선택한다.
아이팟 나노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타 제조업체들도 유사한 제품을 출시했다. 이는 곧 낸드플래시 수요의 증가로 이어졌다. 2005년에는 낸드플래시 수요가 전년 대비 64% 상승했으며, 이미 낸드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삼성전자는 2004년~2005년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배 증가했다. 그렇게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2013년 8월 3차원 수직구조 낸드(3D V-NAND) 플래시 메모리도 개발했다. 3차원 수직구조 낸드 플래시는 수직으로 쌓아올린 적층 공정과 원통형 셀구조를 도입한 기술로, 반도체 미세화 기술의 한계를 극복했다.
메모리 강자 삼성의 2030년 비메모리 1위 전략은?
삼성전자의 ‘꿈’은 메모리 반도체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삼성전자가 제공하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는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시리즈다. 삼성전자는 아이팟에 AP를 공급, 2007년 비메모리 부문에서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2012년은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전성기라고도 할 수 있는데, 삼성전자와 애플 제품에 AP를 탑재했다.
2015년, 삼성전자는 퀄컴과의 시스템 반도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CPU 코어 자체 개발에 주력, ‘몽구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러나 개발한 제품이 경쟁사 대비 성능이 밀린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자, 삼성전자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지난 2019년 11월 몽구스 프로젝트는 철회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CPU 개발에 손을 놓지 않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EUV 공정을 활용해 제작한 모바일 AP를 공개했다. 지난달 12일 삼성전자는 중국 상하이에서 5나노 EUV 공정으로 제작한 모바일 AP ‘엑시노스 1080’을 공개했다. 엑시노스 1080은 ARM의 CPU 코어를 적용했다. 5나노 칩은 인공지능 등 각종 첨단 기술, 관련 산업에 적용될 전망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최상위 AP인 5나노 공정으로 만든 ‘엑시노스2100’을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신제품인 갤럭시S21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배유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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