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도 IPO 하는 미국 테크기업 4

테크 기업들의 상장 러시가 계속되고 있다. 이미 지난 9월 거대 테크 기업들의 상장 행렬로 한차례 호황을 맞았던 미국 증권가는 또다시 기대감에 부푸는 분위기다. 에어비앤비, 로블록스, 도어대시, 위시, 어펌 등 각광받는 테크 기업들이 미 증권거래소에 기업공개를 신청했다.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또 주의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에어비앤비

지난 16일(현지시간)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가 기업공개(IPO)를 신청했다. 에어비앤비는 기업공개로 인한 시가총액이 300억달러(약33조3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에어비앤비의 나스닥 상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비앤비의 구체적인 증시 데뷔일은 12월 중순으로 전망되며 종목명은 ‘ABNB’란 약칭이 사용된다.

에어비앤비는 코로나19 최대 피해 기업으로 분류된다. 작년까지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31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올해 4월, 팬데믹 여파로 여행 산업이 축소되면서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180억달러(약20조원)까지 추락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에어비앤비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25억달러의 수입을 거둬들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무려 12억달러 감소한 수치다. 에어비앤비가 1월부터 9월까지 기록한 순손실도 6억97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손실이 증가했다.

에어비엔비의 분명한 적자에도 시장의 관심은 엇갈린다. 우선 에어비앤비가 부활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미국 클라우드정보서비스 기업 복스(BOX)의 아론 레비 회장은 트위터에서 “에어비앤비의 기업공개는 완벽한 마켓헤지”라며 “만일 백신이 빨리 나온다고 믿으면 사람들은 다시 여행하기를 원할 것이고, 만일 백신이 빨리 나온다고 믿지 않아도 사람들은 이제 다른 장소에서 원격으로 근무하기를 원할 것”이라며 에어비앤비의 증시데뷔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실제로 에어비앤비가 최근 반등에 성공한 것은 맞다. 3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3억달러 감소했다. 그러나 2억1900만달러(약2400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코로나19에 맞춘 에어비앤비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이 원인으로 꼽힌다. 에어비엔비는 그간 여행자들에 초점을 맞췄던 사업 모델에서 비대면 수업과 근무를 진행하는 학교나 기업을 위한 지역 내 숙박 입대 사업으로의 전환을 꾀했다.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 내 농촌지역 숙소제공자들의 수입은 전년보다 25% 이상 증가한 2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내 제2차 락다운이 진행될 경우 에어비앤비가 또다른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미국은 연일 15만명 이상의 확진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최근 뉴욕시는 학교 폐쇄를 결정한 바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투숙객들에게 관대한 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에어비앤비에게 ‘예약 취소’ 행렬이 또 한번 이어지게 될 경우 에어비엔비가 곤욕을 치룰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단기 임대 산업을 연구하는 덴버 대학의 카렌 시 교수는 뉴욕타임즈(NYT)와의 인터뷰에서 “에어비엔비는 다시 한번 힘든 시간을 맞이할 것”이라며 “역사는 지난 봄을 반복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에어비앤비의 상장은 미국경제가 코로나19에 갇혀 있음을 보여주게 될 지 아니면 백신으로 인한 경기 부흥 기대를 느끼고 있을 지에 관한 일종의 관심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에어비앤비는 기업공개 신청 보고서에서 “우리는 전세계가 이 전염병으로부터 회복함에 따라, 에어비앤비가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경제적 힘을 실어주는 중요한 원천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로블록스

비디오게임플랫폼 로블록스(Roblox)도 지난 10월 나스닥 상장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로블록스의 기업가치는 현재 40억달러(약4조4600억원)로 평가받는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로블록스는 알토스벤처스, 퍼스트라운드캐피탈 등의 벤처캐피탈로부터 3억3500만달러(약3700억원)를 조달해왔으며, ‘RBLX’라는 이름으로 올해 안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블록스는 펜데믹 기간 동안 아이들이 친구들과 비대면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면서 이용률이 급증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상장 신청서에 따르면 로블록스는 이번 3분기까지 5억8800만달러(약6500억원)의 수입을 거둬들이며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다. 로블록스는 자사를 코로나19로 인해 “급성장” 했다고 말하며 “전세계적인 펜데믹 사태로 인해 사용자들이 온라인에 더 머물렀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설명했다.

로블록스는 현재 월간 1억 5천만 명 이상의 월간 활성 이용자를 보유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인크래프트가 1억 2천만 명 정도의 월간 활성 사용자를 가지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로블록스에도 회의적인 시각은 존재한다. 투자전문매체 인베스터플레이스는 주식 시장에 먼저 데뷔했던 게임 회사들이 줄곧 어려움을 겪었다며 로블록스의 상장을 경계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실례로 소셜게임회사 징가(Zynga)는 2011년 주당 10달러로 나스닥에 데뷔했지만 현재 징가의 주가는 주당 9달러로 9년전에 비해 오히려 떨어졌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로블록스가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IT 매체 프로토콜은 펜데믹 수혜를 입은 로블록스에 대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지금의 추진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로블록스 또한 자사가 “코로나19 이후에는 예약 또는 사용자 증가가 없을 수도 있다” 고 우려한 바 있다.

도어대시

배달대행업체 도어대시는 지난 13일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기업공개(IPO)를 신청했다. 도어대시의 시가총액은 160억달러(약17조8000억원)로 현재 벤처투자자들로부터 30억달러(3조34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소프트뱅크와 세콰이어 캐피탈이 각각 도어대시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으며, 도어대시 창업자 토니 수가 40%를 지닌다. 골드만삭스와 제이피모건 등이 도어대시의 나스닥 상장을 이끌 계획이며, 12월 중순 ‘DASH’라는 약칭으로 주식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심할 여지없이 도어대시 또한 코로나19 최대 수혜 기업이다. 기업공개를 위해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도어대시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19억2000만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했던 5억8700만달러와 비교해 200퍼센트 넘게 증가한 수치다.

주문 건수에서도 확연한 성장세가 나타난다. 도어대시는 지난 9개월간 5억4000만건 이상의 주문건수를 기록했다. 지난 해 같은 기간 1억8000만의 주문건수와 비교하면 놀라운 증가 추세다. 미국의 분석업체 ‘세컨드 메저’에 따르면 도어대시는 지난 9월 미국 내 배달대행 전체 매출의 49%를 차지했다. 22%를 점유하는 데 그친 경쟁사 우버 이츠의 두 배가 넘는 실적이다.

도어대시의 지속적인 손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하기는 했지만, 도어대시는 최근 9개월간 1억4900만달러(약16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 2분기에도 2300만달러의 이익을 내긴 했으나 3분기 또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도어대시는 코로나19로 인한 락다운이 올해 자사의 급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인정하면서 “향후 우리의 매출, 주문건수의 증가율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결국 도어대시도 로블록스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대처하는 지가 관건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코로나19 백신이 도어대시에게 나쁠 것이냐”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단지 명확한 것은 없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미정치매체 악시오스는 “도어대시만이 기업공개에 나서게 될 유일한 기업은 아니다”라며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안개 속에서 도어대쉬를 명확하게 볼 수 있으려면, 우리는 몇 분기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어대시는 오히려 코로나19가 배달대행 산업을 가속화시켰다는 입장이다. 도어대시는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기업공개 보고서에서 “전체 성인 58%와 밀레니얼 세대 70%는 식당 음식을 배달로 이용할 가능성이 2년 전보다 더 높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이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화시켰다”고 밝혔다.

위시

전자상거래업체 위시는 앞선 8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 신청서를 비공개로 제출했다. 위시의 기업가치는 112억달러(약12조4800억원)으로 벤처투자자들로부터 18억달러(약2조원)가량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상장 규모와 구체적인 가격은 비공개 요구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지만, 올해 연말까지 기업 공개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시는 현재 7천만명에 달하는 액티브 유저를 보유하고 있다. 위시에 따르면 이들은 총 100개국, 40가지 언어에 기반한다.

위시는 중국의 판매자와 업체 간의 연결을 도맡아오며 의류와 가정용품, 전자제품과 같은 상품들을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해왔다. 이에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와 동시에 위시가 낮은 품질의 상품을 판매한다는 비판 또한 동시에 존재한다.

투자전문매체 인베스터플레이스와 IT전문매체 프로토콜은 위시의 비즈니스가 주로 중국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을 투자 시 주의할 점으로 꼽았다. 위시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중국 중심의 비즈니스를 구축해왔다. 이에 미국이 중국과 갈등이 심화될 경우, 또다른 희생양으로 위시가 대두될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이호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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