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네이버가 붙으면 누가 이기나요? BCG의 답변

“코로나19 이후 커머스 시장이 엄청나게 커지면서 과연 커머스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고,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쿠팡이 이길지, 네이버가 이길지, 쓱닷컴이 다시 강자가 될지, 롯데는 어떻게 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 답변을 드리기 전에 먼저 이커머스 시장이 하나의 시장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2019년 실물 상품 기준으로 국내 약 80조원 규모의 이커머스 시장이 만들어져 있는데, 이 시장은 세 개의 다른 시장으로 분류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세 가지 시장에서의 성공요인이 명확하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접근법이 다른 세 개의 시장

김연희 BCG(Boston Consulting Group) 아시아 태평양 유통부문 대표가 컴업(Come Up) 2020 행사장에서 21일 전한 말이다. 김 대표가 이커머스 시장을 나누는 기준은 카테고리다. ‘생필품(Commodity)’, ‘식료품(Grocery)’, ‘버티컬(Vertical)’ 세 개의 카테고리로 나눠서 시장을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컴업 2020에서 발표하는 김연희 BCG 아시아태평양부문 대표

먼저 생필품 카테고리다. 김 대표에 따르면 대부분 ‘온라인’ 이라고 한다면 이 생필품 시장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생필품 시장에서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상품 구색(Selection)’이 많아야 하고, 초저가(Low Price)가 중요하고, 검색과 배송의 편의성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쿠팡, 네이버, 이베이코리아(지마켓, 옥션), 11번가와 같은 대형 마켓플레이스들이 이 시장을 나눠먹고 있다.

하지만 생필품 시장은 ‘나눠 먹는’ 시장이 아니라는 게 김 대표의 강조 사항이다. 생필품 시장은 머지않아 하나의 대형 사업자를 중심으로 ‘통합(Consolidation)’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김 대표의 관점이다. 생필품 시장에서는 치열한 가격 경쟁과 물류 등 인프라 투자로 인해 ‘과점 구조’ 없이는 수익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요컨대, 작은 업체들이 승부를 보기에 쉬운 판이 아니다.

두 번째는 식료품 카테고리다. 김 대표에 따르면 식료품 카테고리에 있어서는 단순 ‘구색’ 확충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상품 구색의 양보다는 ‘차별화’다. 그래서 품질 높은 제품을 소싱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신선식품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품질 높은 상품 전달을 위해서는 ‘콜드체인’이라는 새로운 물류 역량이 필요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켓컬리, 쿠팡의 로켓프레시, SSG닷컴 같은 업체들이 이 시장을 공격적으로 가지고 가고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식료품 시장에서 가장 큰 도전(Challange)은 ‘손익’을 만드는 것이다. 식료품 시장에서는 ‘돈을 버는 것’ 자체가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 세계적으로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업체 중 돈 버는 곳은 딱 한 군데밖에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전언이다. 그 업체는 영국의 테스코(TESCO)인데, 이 업체는 배송비를 유료화했기 때문에 돈을 벌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단일 아이템 판매보다는 ‘장보기’에 적합한 여러 상품을 묶어서 바스켓 플레이를 해 최대한 손익을 확보하는 것이 식료품 시장에서 만들어야 할 중요 역량이다.

마지막은 BCG가 ‘버티컬’이라 명명한 시장이 있다. BCG는 뷰티, 패션, 가구 등 고관여 상품 카테고리를 편의상 ‘버티컬’이라 부른다. 김 대표에 따르면 버티컬 카테고리에서는 생필품, 식료품과는 완전히 다른 성공 요인이 필요하다. 물건보다는 ‘정보’를 팔아야 되기 때문에 ‘콘텐츠 커머스’가 여기서 파생된다. 상품 판매에 있어서 소셜 미디어가 결합되는 사례가 많다. 고객 경험에 있어서도 차별화할 여지가 있다.

버티컬 시장은 생필품 시장과 달리 하나의 업체가 시장을 ‘통합’하기가 어렵다고 김 대표는 전망한다. 파편화되고 분산된 많은 업체들이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고, 식료품 시장과는 달리 온라인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수익성이 괜찮은 시장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신규 업체가 창업하여 접근하기 좋은 영역 또한 ‘버티컬’이다.

김 대표는 “생필품 카테고리를 잘하는 업체가 식료품 카테고리도 잘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사실 의문이 있다. 북미 생필품 시장에서 1위를 하고 있는 아마존이 아마존프레시를 통해서 식료품 시장을 먹었는지, 패션 버티컬(의류) 영역에서 아마존 모델로 성공했는지 본다면 그렇지 못했다”며 “그래서 아마존은 많은 버티컬 사업자를 M&A하고 있다. 생필품과 식료품, 버티컬 시장은 본질적으로 다른 역량이 필요한 시장이라는 것을 꼭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누가 이기나요?

그래서 누가 이커머스판의 최종 승자가 된다는 것일까. BCG는 생필품 카테고리의 강자로 쿠팡을 꼽았다. 쿠팡은 독보적 고객 경험을 기반으로 이커머스 시장 안에서 충성 고객 확보에 성공했고, 사업 영역을 확장해 궁극적으로 이커머스의 승자가 될 가능성을 가시화하고 있다는 BCG의 평가다.

반면 생필품 카테고리에서 쿠팡과 경쟁하고 있는 11번가와 이베이코리아에 대해서는 부정적 전망을 냈다. 자본 게임이 필수적인 생필품 영역에서의 본격적인 통합이 시작되는 상황. 11번가와 이베이코리아는 차별적 고객 가치와 자생적 트래픽 확보에 실패해서 미래 입지가 불투명해졌다는 게 BCG의 평가다.

식료품 영역에서는 뜬금없이 ‘온라인’ 사업자가 강자로 부상하고 있고, BCG가 주목하고 있는 기업은 여기서도 쿠팡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식료품 시장은 전통적인 식료품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오프라인 사업자에게 유리한 판이 맞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순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공격적 진출로 오프라인 사업자들의 미래 경쟁이 불투명하다는 것이 BCG의 평가다.

현재 강력한 온라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오프라인 사업자 SSG닷컴과 롯데온에 대해서 BCG는 ‘의문 부호’로 평가했다. 이 기업들은 급속한 채널 변화에 따른 기존 사업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오프라인 관점의 사업 철학으로 인해 디지털 조직, 역량 구축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대표는 “명확한 건 지금 전통 유통 사업자들의 내부 혁신이 굉장한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라며 “업체들은 내부에서 보다는 외부로부터 혁신을 가속화 하겠다가 지금까지의 결론”이라 설명했다.

한 편에서 BCG가 보고 있는 이커머스 영역의 또 다른 강자는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기업이다. 포탈과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고객 트래픽과 인공지능 기술 역량, 결제 솔루션을 바탕으로 커머스 전 영역의 생산자와 고객을 연결하는 플랫폼 모델을 완성하며 막대한 파급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BCG의 평가다.

요컨대 BCG가 이커머스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기업은 쿠팡과 네이버, 그리고 카카오 세 개로 압축된다. 하지만 BCG는 누가 이커머스의 최종 승자가 되느냐 보다 더 중요한 이슈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어떻게 보면 BCG가 분류한 마지막 카테고리인 ‘버티컬’과 연결되는 이슈인데, ‘유통의 본질 변화’다. 김 대표의 이야기로 마무리 한다. 쿠팡과 네이버가 붙으면 누가 이기냐는 질문에 대한 BCG의 답변이다.

유통의 엔드게임, 수많은 업체 중에 누가 이기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유통의 본질이 바뀔 것입니다. 저는 유통에서만 20년 넘게 일을 했는데, 과거 유통은 아주 대표적인 강자가 살아남는 시장이었습니다. 왜냐하면 CAPEX(Capital Expenditures, 미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지출된 비용)가 많이 투하되는 시장이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상품을 소싱하고 머천다이징하고 공급망(Supply Chain)을 관리하는 것이 유통 영역에서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모델이 많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미래 온라인 유통은 아마 점점 더 통합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파편화된 시장에서의 경쟁이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브랜디라는 이커머스 업체는 많은 셀러를 위해서 머천다이징도, 소싱도, 뒤에 있는 SCM(Supply Chain Management)까지 모든 것을 다해주는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합니다. 이 모델에서 브랜디에 있는 셀러가 유통인지, 브랜디가 유통인지 헷갈립니다. 또 네이버는 어떤가요. 유통인가요, 아닌가요. 유통업의 본질에 대해서 저부터 많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유통업의 정의가 달라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글

2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