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비금융 지주회사도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Coperate Venture Capital)을 소유할 수 있게 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방안’을 발표했다. CVC를 원칙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다만 무조건적인 허용은 아니다. 자본조달 및 투자대상에 제한을 뒀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금지됐던 CVC 규제가 허용됨으로써, CVC가 늘어나거나 해외 투자에 전념하던 대기업 CVC가 국내로 들어올 수 있을 전망이다.

CVC란

CVC란 일반적으로 기업이 소유한 벤처캐피탈을 의미한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이 소유한 ‘구글벤처스’ ‘캐피탈G’, 인텔의 ‘인텔캐피탈’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기업 중에는 상당수가 CVC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CVC가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허용되지 않았었다. 공정거래법에는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업이나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회사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 규제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었다. 우선 일반지주회사만 이 규제에 갇힌다는 점이다. 정부는 대기업집단을 지주회사 형태로 유도하고 있는데, 지주회사가 되면 규제가 더 생기는 셈이다. 반면 지주회사가 아닌 삼성전자는 합법적으로 삼성벤처투자라는 CVC를 가지고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 역시 지주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CVC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제 지주회사 역차별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물론 그렇다고 지주회사들이 CVC를 절대로 만들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지주회사 시스템 밖에 있는 계열사 밑으로 CVC를 두던가, 해외에 만들면 가능하다. 롯데의 경우 ‘롯데엑셀러레이터’의 지분을 호텔롯데로 넘겼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라서 규제에 해당하지 않는다. SK그룹은 미국법인을 통해 300억원 규모의 벤처 펀드를 운영중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도 마음만 먹으면 CVC를 만들 수 있는데, 괜한 규제로 스타타업 생태계만 위축시키고, 투자금을 국내가 아닌 해외로 돌리는 역효과만 나온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내에서도 CVC 허용에 대한 입장은 엇갈렸다. 혁신경제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기재부는 CVC를 허용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길 원했고, 경제검찰인 공정위는 금산분리의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반대해왔다.

정부, CVC 일단 허용, 제약은 있어

이날 발표된 내용은 일단 CVC를 허용하면서도 공정위의 우려사항이 최대한 반영된 모습이었다. 우선 일반지주회사가 CVC의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했다. 부채비율도 자기자본의 200% 이내로 제한을 두었다. 이는 현재의 벤처캐피탈보다 5~10배의 제약이다.

또 타인자본을 이용한 대기업 지배력 확장을 방지하고, 총수일가의 사익추구를 막기 위해 펀드 조성에 제약도 뒀다. 펀드 출자를 허용하되, 총수일가 및 계열회사 중 금융회사의 출자를 금지했다. 그룹 외부자금 출자는 펀드 조성액의 최대 40%로 제한했다. 즉, 총수일가의 개인적인 자금이나 금융 계열사의 자금이 아닌 그룹 계열사의 자금을 중심으로 펀드를 운영하라는 의미다.

또 이 펀드는 총수일가와 관련된 회사에는 투자할 수 없고,  CVC의 계열사, 대기업집단 소속기업에 대한 투자도 금지된다. 해외 투자는 CVC 총자산의 20%로 제한했다. CVC가 투자한 회사를 대기업 계열사로 편입시키려면 10년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

설립형태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신기술사업금융업자
지분구조 차입규모는 자기자본의 200%로 제한
업무범위 오직 투자만, 다른 금융행위 금지
자금조달 총수일가, 금융사 출자 금지, 외부자금은 펀드의 40%로 제한
투자제한 총수일가 투자 금지, 계열사 투자금지, 대기업 투자금지, 해외투자 20% 초과 금지.
투자규제 등록 3년 내에 40% 이상 투자해야 함(창업투자회사)

신기술사업자에만 투자해야 함(신기술사업금융회사)

대기업 vs 벤처,  온도차

정부의 발표에 대기업과 스타트업 모두 환영을 표시했지만 온도차는 좀 있었다.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CVC 보유가 허용됨으로써 민간자본의 벤처투자를 더욱 활성화하고 신산업 육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대기업이 새로운 기술과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투자를 받는 벤처기업은 대기업의 인프라를 활용한 사업협력과 성장기반을 조성함으로써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상생하는 한국형 혁신생태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협의회에는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코스닥협회, 한국모바일기업진흥협회, 한국바이오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한국엑셀러레이터협회, 한국엔젤투자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 한국인공지능협회,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등이 포함돼 있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은 “그간 엄격하게 금지되던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허용한 이번 정책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정책의 취지가 어려움에 놓여있는 벤처기업의 생존과 미래지향적 벤처창업에 도움을 주려는 것인데, CVC가 제한적으로 허용됨으로써 당초 기대했던 정책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