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석의 입장] 택시면허의 근본을 바꿔야

일본은 아직도 일반 행정 서류에 인감 도장을 찍는다고 한다. 이 인감제도는 일본 행정의 디지털화를 크게 방해한다. 전자서명으로 간단히 할 일도 도장 때문에 디지털화 하지 못하고 있다. 도장이 디지털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인감제도를 없애자는 목소리가 시민들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일본의 IT정책을 담당하는 과학기술상이라는 분의 말이 재미있다. 다케모토 나오카즈 과학기술상은 “행정절차의 디지털화와 함께 서류에 날인하는 일본의 전통적인 도장 문화의 양립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도장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사활의 문제다”라는 말과 더불어…

그러자 덴소에서 도장을 자동으로 찍어주는 로봇이 등장했다. 로봇의 한쪽 팔이 서류를 넘기고, 카메라가 컴퓨터 비전 기술을 통해 인감을 찍어야할 곳을 인식하고, 다른 쪽 팔이 도장을 찍는다.

인감이라는 제도 자체를 버리지 못하고, 그 제도 안에서 효율성을 높이려다 보니 이런 황당한 기술이 나온 것이다.

택시 면허제도는 어떨까. 정부는 개정된 여객운수법이 타다 금지법이 아니라 혁신 모빌리티 기업을 제도권으로 끌어안는 법이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개정된 법에 따라 모빌리티 기업은 플랫폼 운송업체라는 새로운 자격을 얻고 사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면허제가 가져오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이용자들이 택시 서비스에 불만을갖는 가장 큰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나온다. 현재의 면허제는 수요의 탄력성에 따른 공급의 탄력적 제공이 불가능하다. 이용자들이 필요할 때 택시를 잡을 수 없고, 필요 없을 때는 길거리에 택시가 넘쳐난다.

또 면허는 자격증인데, 자격증을 사고 팔면서 재산화 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시민의 재산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느니, 재산에 손해가 갈 수 있는 개혁에 나서지 못한다.

현명한 정부라면 이제는 택시 면허제도 자체를 고민해야 한다. 현재 택시의 모든 문제가 이 면허제도에서 나온다. 지금까지 면허를 통해 공급을 규제하는 대신, 정부는 반대급부로 가격을 규제했고, 각종 규제도 더할 수 있었다. 결국 택시는 경쟁이 없고 가격을 높일 수도 낮출 수도 없으며 각종 규제가 쌓여있으니 서비스가 개선되지 않았다.

아마 택시 면허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유는 이용자의 안전 보장에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신분확인 및 안전교육 이수와 시험 등을 통해 택시 운전 자격증을 발급하고, 자격을 갖추면 누구나 택시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바꾸면 기존의 택시 면허 보유자, 특히 개인 택시는 큰 손해를 본다. 7000만원 정도 하는 개인택시 면허는 하루아침에 종이조각이 될 것이다.

정부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여야 한다.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자에게 기여금을 받든 서울시에서만 연간 1000억원이 넘는 택시 지원금을 활용하든 뭐든 해서 개인택시를 페이드 아웃하고 택시면허제 자체를 개혁 했어야 했다.

현재의 면허 제도를 그대로 유치한 채 그 틀 안에서 혁신 모빌리티 업계를 끌어안겠다는 것은, 인감도장과 디지털을 양립시켜보겠다는 생각에 다름이 아니며, 결국 도장찍는 로봇 같은 괴물을 탄생시킬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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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댓글

    1. 요금을 현실화 하면 자연히 수요가 줄어듭니다.

      런던의 블랙캡은 15000대정도의 면허제도와 총량이 있습니다. 서울은 법인, 개인 합쳐 7만대의 택시가 있습니다.
      너무 많아서 개인택시는 부제를 적용하여 강제로 2틀일하고 하루 쉬게 하고 있습니다.

      런던택시의 주 손님은 부자들과 관광객입니다.
      시민들은 대부분 큰 이용이 없습니다.

      세상에 아주 친절한 택시. 승차거부 없는 택시는 있습니다.
      그러나 택시 못 잡는다고, 불평하던 그 시민들은, 이번에는 비싸다고 안 탈 것입니다.

      1. 택시를 15000대로 줄일 것도 아닌데, 요금을 현실화 할 수가 없죠.
        수요의 탄력성을 고려해 올리는 게 최선이겠죠.
        런던의 예는 잘못된 예 같네요.

        친절한 택시, 승차거부 없는 택시는 당연한 겁니다. 선택이 아닙니다.
        타다가 편법이었기 전에 택시는 무법이었습니다.
        타다와 겨루지 않더라도 면허제가 없어져야 체질 개선이 비로소 가능할 것입니다.

  1. 택시를 15000대로 줄일 것도 아닌데, 요금을 현실화 할 수가 없죠.
    수요의 탄력성을 고려해 올리는 게 최선이겠죠.
    런던의 예는 잘못된 예 같네요.

    친절한 택시, 승차거부 없는 택시는 당연한 겁니다. 선택이 아닙니다.
    타다가 편법이었기 전에 택시는 무법이었습니다.
    타다와 겨루지 않더라도 면허제가 없어져야 체질 개선이 비로소 가능할 것입니다.

  2. 문제를 정확히 짚으셨네요.
    개인택시 면허 자체가 재산형태를 띄기때문에 어떤 형태의 사업이 나오던 저게 고쳐지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타다 사업 접는다는 말 듣고 타다기사분들보다 타다로 퉁원치료 받던 환자, 이동하던 장애인분들이 먼저 떠올랐는데,
    부디 저게 고쳐지고 타다처럼 만족하면서 탈 수 있는 새로운 택시 플랫폼이 나와서 그분들의 삶이 편해질 수 있기를!

  3. 공감가는 글입니다. 그리고 나이 많은 기사분들은 정말 위험한 운전자이니, 정년퇴직제도를 도입해야.. 제 주변에 졸업운전, 운전중 통화로 사고당한 승객이 몇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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