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의 계절…스타트업 창업자의 구직 조언
채용의 시즌이다.
물론 채용 시즌이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한국의 IT , 그리고 개발자들은 1년 내내 채용중이고, 구직자들도 1년 내내 준비중이다.
필자와 같이 스타트업을 창업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더 좋은 회사에서 제안이 온다면, 한번 이직을 생각해 볼만한 이들이 IT 직종, 특히 개발자들이니까.
다른 직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한국의 IT직종만큼 채용시장과 구직시장이 서로 불균형인 곳이 있을까 싶다. 기업 입장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고, 구직자입장에서는 일할 곳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보통 구직자와 기업간의 서로 다른 눈높이 – 미스 매치 – 를 이야기 하는데, 이는 기업의 잘못도 구직자의 잘못도, 국가의 잘못도 아니다. 아니, 어쩌면 모두의 잘못일수도 있다.
현상을 보자.
기업이 채용공고를 낸다. 조금만 광고하면 그래도 어느정도는 이력서가 들어온다. 그런데 기업입장에서 마음에 드는 이력서는 드물다. 결국 채용을 못 한다.
구직자입장에서는 반대다. 여기저기 수십군데 이력서와 자소서를 넣어도 면접 하나 보기 힘들다. 결국 채용이 안 된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다 아는 현실이다.
그럼 좀 더 깊게 들어가면 어떤 상황일까.
기업 입장에서는 크기를 막론하고 경력자를 채용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특히나, 다른것에도 충분히 모험을 해야 하는 ‘스타트업/소기업’입장에서는 ‘채용’에서까지 모험을 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인원이 많지 않은 스타트업이 개발팀 전체 인력 대부분을 신입으로 채우는것은 너무 큰 모험이다. 애초에 충분한 시니어 개발자와 개발팀의 허리를 맡아줄 중급 개발자들이 충분히 있다면 신입을 채용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그런 환경을 갖추지 못했다. 시니어 개발자는 인건비가 너무 비싸고, 신입 채용은 큰 모험이다.
따라서 대부분 작은 기업들은 “중급( 보통은 2~5년차 )” 개발자를 채용을 하려고 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이 현상에 덧붙여서 중견 스타트업(하이퍼커넥트나 우아한형제들 정도 사이즈)은 물론이고 대기업들(카카오나 네이버 같은)까지도 신입보다는 경력을 더 많이 채용하고 있다. 물론 중견 사이즈의 스타트업들은 실제로는 개발팀이 수백명씩 되는게 아니니 그럴 수 있는데, 직원이 1000명이 넘는 대기업들까지도 신입이 아닌 경력직을 주로 뽑다 보니 시장에는 당연히 경력직이 부족해진다(물론 최근 네이버의 경우 신입을 대거 채용해서 교육 시키겠다는 뉴스가 나오긴 했다).
반대로 구직자의 입장은 어떨까.
실력좋은 시니어는 그래도 갈곳이 많다. 자신의 실력이 자신있다면 사실 어느정도 선택의 폭이 넓다. 경력이 어느정도 되는 중급 개발자의 경우에는 지금 시장에서 품귀다. 연봉의 눈높이만 맞추면 거의 대부분의 기업을 갈 수 있고, 실력에 자신이 있다면 좀 더 높은 연봉을 욕심내도 된다.
애초에 국내 개발자 인력풀 자체에 실력좋은 시니어와 중급 개발자는 많지 않다. 한국의 IT업계가 넓다면 넓겠지만 좁다면 좁다. 한다리만 건너도 많은 개발자들과 연결이 된다. 바꿔서 말하면 그만큼 사람이 적다는 뜻이 된다. 회사에 만족하고 일하는 경력자들을 제외하고 나면, 막 퇴직해 이직 하려는 사람을 찾기는 정말 하늘의 별따기다.
이제 시니어나 중급이 아닌, 시장에 막 진입한 초급 개발자를 보자.
…. 경력도 없고, 아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 한다리 건너서 취업을 연결해 줄 사람도 많지 않다.
그렇다고 특출나게 개발을 잘하는것도 아니다. 간혹 특출나게 개발을 잘하는 초급 개발자들도 없진 않다. 그런 개발자들은 논하지 말자. 보통 구글 같은 유명 해외 IT회사로 가거나 혹은 병특으로 어딘가에서 조용히 몇년동안 개발을 하고 있을테니까.
모든 초급 개발자들의 실력이 특출나서 원하는곳에 쉽게 취업이 가능하다면 참으로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말 뛰어난 실력이 있는게 아니라면, 어느정도는 자신을 잘 포장해야 그나마 좋은 회사에 갈 확률이 생기지 않을까?
그래서 신입 개발자들에게 몇가지 경험을 공유 하려고 한다. 필자 주변에 있는 채용 담당자, 혹은 면접관의 입장인 사람들과 이야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또, 필자가 지난 몇년간 채용하면서 경험한 내용도 들어갔다. 이 이야기들이 구직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물론 우리 회사도 올해는 채용을 수월하게 했으면 좋겠다. 우리도 채용중이다!).
우선 구직자들이 해서는 안 될 것들이다.
채용 방식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많은 경우 취업 포털을 통해 이력서를 받는다. 취업 포털이 아무래도 비 IT업종에 더 치중하다보니까 자기 소개서 양식이 IT기업이 원하는 바와 많이 다르다. 생각보다 많은 구직자들은 그 양식에 맞춰서 글을 쓴다. 자연히 개발직군 채용 담당자들이 싫어하는 양식이다(여기에는 HWP 파일도 포함된다. 웬만하면 양식은 PDF 혹은 워드로 작성하자).
예를들어 “부모님이~ “로 시작하는 형태의 이력서나 “가족, 어릴적 부모님은… “ 형태의 내용들로 채워져 있는 이력서가 매우 많다. 기억해야 할 사항중의 하나가 채용담당자는 구직자의 가정형편이나 부모님, 형제 자매가 알고 싶은게 아니라는 점이다. 구직자의 능력과 실력이 알고 싶은 거다. 가족들의 이야기는 과감히 빼던가 단 한줄로 줄이자.
다음으로 본인의 성실성, 성격을 알리기 위해 ‘무경력’을 강조 하는 케이스다. 본인은 다른일을 열심히 했고 맡은바 책임을 다해 왔다는 내용을 강조 하려다 보니, 정작 지원하는 직군의 경력은 전혀 쓰지 않거나 혹은 조금 쓰는 케이스가 있다. 이런것도 지양 하자. 책임감과 성실성을 강조하는 것은 좋으나, 과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가장 중요한것은 본인이 무엇을 할줄 알고, 현재까지 해당 직군을 위해 어떤 노력과 경험을 쌓아왔나이다.
예를들어 본인이 학습한 과목에 대해 언급하며 이러이러한 것을 공부했고, 어느 과목에서는 어떤점이 좋았으며, 현재 어떤것을 공부하고 있고, 어떤 과목/분야에 관심이 많다는것을 강조하는것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감을 쌓기 위해 이력서를 많이 넣어보길 바란다. 특히, 큰 회사들에.
생각보다 대기업들은 신입을 열심히 채용을 하고 있다. 특히 막 학교를 졸업한 구직자들에게 손을 내민다. 주저 말고 우선은 큰 회사들에 열심히 이력서를 넣어보길 바란다.
올해는 많은 구직자들이 조금더 자신을 잘 설명해서 많은 기업들의 구인난과 구직자들의 취업난이 해결되었으면 한다. 모두에게 행운을 빈다!
글. <정민석(harrison jung) 칼럼니스트, 꿈많은청년들 C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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