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옛날식 신용등급은 이제그만…’크레파스 솔루션’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현대인의 삶에서 신용등급은 매우 중요하다.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은행 등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불가능하고,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 심지어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할 때도 신용정보가 필요할 때가 있고, 입사시 신용 보고서 제출을 요구하는 회사도 있다.

신용등급은 이처럼 중요하지만, 적절한 신용등급을 부여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매월 일정금액의 소득을 얻는 직장인이 아니라면 특히 그렇다. 자영업자, 주부, 사회초년생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신용거래실적이 부족하거나, 일정하지 못한 수입으로 인해 신용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 대출금을 갚을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낮은 신용등급으로 인해 1금융권 이용이 제한된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는 지난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소위 ‘데이터 3법’ 중 하나로, 자영업자, 주부, 사회초년생 등도 적절한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담겨있다. ‘비금융정보 전문 CB’, ‘자영업자 CB’ 등 기존의 금융정보가 아닌 빅데이터 기반의 신용평가를 할 수 있는 업종이 추가됐다.

이처럼 비금융 정보를 기반으로 신용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이를 가능케 할 기술이 필요하다. 이 사람이 대출금을 상환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그 사람의 디지털 흔적을 보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할 크레파스 솔루션은 이와 같은 기술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안신용 평가를 해서 기존의 신용 시스템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적절한 신용평가를 제공한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사적으로 돈을 빌려줄 때 빌려줄지 말지 어떻게 결정하는지 생각보자. 그가 신용카드를 몇 장 가지고 있는지, 현금서비스를 쓰는지 안 쓰는지, 이런 걸 보고 빌려주지 않는다. 그가 신뢰할만한 사람인지를 직관적으로 판단한다. 그 판단은 평소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보고 내린다.

크레파스솔루션 김민정 대표

이 회사 김민정 대표는 “이 사람이 돈을 빌려줘도 될 정도로 신뢰할만한 사람인지 다양한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대안신용평가”라고 설명했다.

사람은 직관적으로 신뢰도를 평가하지만, 컴퓨터는 데이터를 통해 이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안신용평가는 스마트폰 활용하는 모습, 소셜미디어에서의 활동, 심리평가 등 다각적인 데이터와 디지털 흔적을 보고 신용을 평가한다. 예를 들어 심리검사를 통해 꼼꼼한 사람인지 아닌지, 성격은 내성적인지 외향적인지 평가하기도 하고, 스마트폰 충전 주기, OS 업데이트 현황 등 수많은 조건을 결합해 이 사람이 믿을만한 사람인지 평가한다고 한다.

사실 크레파스솔루션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일반적인 스타트업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멤버들이 신용평가 분야의 베테랑들이기 때문이다. 김민정 대표를 비롯해 파이코코리아를 이끌던 이들이 함께 크레파스솔루션을 만들었다. 파이코는 사실상 글로벌 신용평가의 표준을 세운 회사다. 파이코코리아에서 금융정보 기반의 신용평가 기술을 공급하던 이들이 대안신용평가 시장 개척을 위해 크레파스솔루션을 설립한 것이다.

김 대표는 “신용등급만 가지고 금융소비자를 평가하다보니까 계단식 금리 현상이 나타나고, 금융이 진짜 필요한 사람에게는 공급될 기준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한계가 있는 금융정보뿐 아니라 비금융 정보까지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로 조금 더 포용적인 금융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크레파스솔루션의 본질은 대안신용평가 기술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지만,  P2P 대출인 ‘청년5.5’도 사업도 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5.5%로 대출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금융이력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100만~500만원의 소액을 신용 대출해준다. 이들은 기존 신용평가 시스템 내에서는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씬파일러(Thin Filer, 금융거래 정보가 거의 없는 사람)지만, 대안신용평가를 통해 저금리 대출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청년들에게 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대출을 받아 여름방학에 필요한 연수를 다녀오고 겨울방학에 아르바이트를 통해 갚을 수 있다.  20%가 넘는 부담스러운 금리로는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하지만, 5.5%라면 가능하다.

청년5.5는 지금까지 180명의 청년에게 저금리 대출을 제공했다. 기존의 신용등급으로는 2금융에서도 대출해주지 않을 청년들이다. 물론 크레파스솔루션이 이와 같은 P2P 서비스를 통해 금융회사가 되려는 건 아니다. 자신들의 대안신용평가 기술을 검증하고, 이 기술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김 대표는 “청년들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기준 때문에 돈 몇 백만원을 빌리지 못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면서 “포용적 금융을 선제적으로 제공하면 청년들이 신용불량 등 악순환에 빠지지 않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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