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석의 입장] ‘타다’가 왜 그럴까

‘타다’의 운명이 바람 앞의 촛불이다. 법정에서는 서비스의 불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재판이 진행중이고, 국회에서는 타다 서비스를 금지시키기 위한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아직 개정안이 국회의 관련 상임위를 통과하지는 않았지만 여야 의원들은 개정안의 취지와 방향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법이 통과되면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타다 서비스는 불법이 된다. 타다는 법 시행령의 예외조항을 근거로 서비스를 펼치고 있는데, 개정안은 이 예외조항을 없앴다.

그렇다고 정부가 타다를 일방적으로 코너로 몰아부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플랫폼 운송사업’이라는 퇴로를 만들어줬다. 기여금을 내면 그에 비례해 택시 면허를 주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타다 측은 정부가 열어준 퇴로를 따라 갈 생각이 없어보인다. 타다를 운영하는 VCNC  박재욱 대표는 플랫폼 운송사업에 대해 “운행 대수의 제한이라든지 기업의 부담 등 전반적으로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매우 축소시킨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플랫폼 운송사업에 반대하는 모습은 타다를 모빌리티 업계 내에서도 ‘밉상’으로 비쳐지게 했다. 카카오택시를 비롯해 상당수의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은 빨리 관련법을 통과시켜 불확실성을 해소하자는 입장이다. 타다뿐 아니라 VCNC의 모회사 쏘카의 이재웅 대표를 비판하는 모빌리티 업계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타다는 왜 정부가 제안한 ‘플랫폼 운송사업’을 거부하고 스스로 왕따의 길을 걷고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이재웅 대표에게서 들을 수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1월 2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왜 타다를 실패한 택시회사가 되라고 하는 걸까요”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플랫폼 운송사업을 ‘택시 회사’로 규정하고, 택시회사가 될 생각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타다가 스스로를 ‘여객운송 서비스(택시)’가 아니라 ‘모빌리티 플랫폼’이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택시 회사란 택시 서비스를 직접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회사다. 반면 플랫폼이란 공급자와 소비자가 서로 제품과 서비스를 거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회사다. 우버가 드라이버와 이용자를 연결하듯, 타다 역시 드라이버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회사라고 정의하는 듯 보인다.

택시회사와 모빌리티 플랫폼의 차이는 매우 크다. 택시 회사는 서비스의 확장성이 크지 않다. 자동차를 구매한 후 기사를 고용해서 제공하는 택시는 서비스를 확장할 때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이 투입된다. 반면 플랫폼은 초기에 장을 마련해 놓으면 이후 공급자와 소비자가 늘어나도 자본을 크게 투여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라는 특성 때문에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서비스의 가치가 크게 상승하고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어진다. 모든 IT업체와 스타트업이 플랫폼이 되고 싶어하는 이유다.

타다가 플랫폼이 되려고 하는 이유는 단순히 택시 시장을 대체하겠다는 욕심은 아닌 듯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선택한 ‘택시 가맹사업(프랜차이즈 택시)’과 같은 전략도 있는데 타다는 아직 이쪽으로는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나는 ‘타다가 왜 그럴까’라는 궁금증에 대한 힌트를 토스의 이승건 대표에게서 찾았다. 이 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에 “토스가 이미 많이 성장했다, 더이상 초기가 아니다 많이들 말씀하시지만, 그건 저희 꿈의 끝을 잘 모르는 말씀”이라며 “저희는 토스를 시작으로 한국에서 가장 큰 인터넷회사를 만들고 있다”고 썼다.

최고의 금융회사가 아니라 한국에서 가장 큰 인터넷회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이 대표는 발언은 많은 것을 내포한다. 이 플랫폼 전쟁이 단순히 특정 산업 영역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토스는 송금과 결제라는 킬링 서비스에서 시작해 금융시장을 지배하고, 앞으로 다른 영역까지 침범해 갈 계획인 것이다. 이승건 대표는 어쩌면 토스에서 배달을 시키고, 토스에서 쇼핑을 하고, 토스에서 택시를 호출하고, 토스에서 뉴스와 웹툰을 보고, 토스에서 검색을 하는 모습을 꿈꾸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는 비단 이승건 대표의 꿈만이 아닐 수 있다. 이재웅 대표 역시 타다를 통해 모빌리티라는 킬링 서비스를 지배하고, 이를 지렛대 삼아 한국에서 가장 큰 인터넷 회사를 만들고 싶은지도 모른다. 실제로 동남아에서는 그랩으로 결제하고 그랩으로 음식배달을 하고 그랩으로 택배를 보낸다. 우버도 비슷하다.

타다가 서비스의 존폐의 기로에 서서도 물러서지 않는 이유는 한국에서 제일 큰 인터넷 회사를 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 택시회사가 되라는 요구는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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