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보험 설계사의 친구 ‘시그널 플래너’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크게 가깝지 않은 지인으로부터 보험 설계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내 인생의 라이프사이클을 그려놓고 단계마다 삶에 얼마나 리스크가 많은지 설명하며 보험 가입을 권유했다.

그러나 그는 나에 대해 잘 몰랐다. 연봉 수준과 가입된 보험 몇 개에 대한 정보가 그가 설계하는 바탕 데이터였다. 물론 그 정보는 내가 말해준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가입한, 나도 정체를 잘 모르는 보험도 있었기 때문에 한정된 정보 안에서 상담을 할 수밖에 없었다. 상담을 받는 동안 나에게 필요한 보험 대신, 그에게 수수료가 많이 떨어지는 보험을 권유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아마 보험 설계 상담을 받아본 많은 사람이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상당수의 보험 가입자가 친인척이나 친구와 같은 가까운 지인을 통한다. 보험 자체의 필요성보다는 지인을 돕는다는 취지로 가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가입한 보험 상품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보험은 이처럼 우리 삶의 가까이에 있지만, 신뢰가 크게 가지 않는 상품 중 하나다. 다양한 질병과 상해에 대비하면서 중복으로 인해 낭비가 없는 보험에 가입하고 싶지만, 친척과 친구의 권유에 마지못해 드는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요원한 바람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으면 그것을 해결하려고 등장하는 스타트업은 있게 마련이다. 오늘 소개할 해빗팩토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스타트업이다.

해빗팩토리는 설계사용 보험 분석 서비스 ‘시그널 플래너’를 제공한다. 정윤호 해빗팩토리 공동대표는 “보험 소비자인 고객의 입장에서 보험을 분석하고 서비스한다는 것이 저희의 원칙”이라고 밝혔다. 설계사가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지만, 보험 구매자의 핵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보험 상품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보험상품의 90%가 설계사를 통해 판매되는데, 지나치게 복잡해서 일반 소비자가 그 상품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러다 보니 적지 않은 금액을 매달 내야 함에도 그 결정을 설계사에게 위임하는 경우가 있다. 상당수의 경우 계약을 해놓고 시간이 지나 해지하게 된다. 국내 보험상품의 2년 차 해지율이 30%, 6년 차 해지율은 50%에 달한다.

시그널 플래너는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우선 고객 본인의 휴대폰 인증만으로 한국신용정보원상 고객의 보험 가입 정보 전체를 실시간 분석할 수 있다. 고객의 증권을 확인하고 보장상황을 분석하는데 1분 이 걸리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해빗팩토리는 특히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보험 표준 보장목록을 만들었다. 현재 각 보험사에는 각기 다른 이름으로 64만 개의 보장항목이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반인이 각 보장의 내용과 차이를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빗팩토리는 64만 개의 보장항목을 분석해서 공통분모를 뽑아 45개 표준목록으로 만들었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현재 가입된 보험을 한눈에 보며 45개의 보장항목 중에서 겹치는 것은 없는지, 보장받지 못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정윤호 공동대표는 “설계사는 고객의 보험을 쉽게 분석할 수 있고, 고객은 스스로 필요한 보험과 부족한 보험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다”면서 “데이터 기반의 보장 분석을 통해 설계사와 고객, 대리점 모두에게 편익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해빗팩토리는 세마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로부터 10억 원의 투자 유치를 했다. 세마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허진호 VC부문 대표는 “보험 분야는 핀테크 분야 중, 유독 그 시장 규모에 비하여 데이터의 축적 및 분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분야”이라며 “시그널플래너는 국내의 모든 보험 상품 및 보장에 대한 분석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보험 설계사에게 실시간 제공함으로써, 보험 설계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가치를 제고하여 보험 시장의 고도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해빗팩토리가 처음부터 보험 분야를 타깃해 창업된 회사는 아니다. 처음에는 가계부 서비스에서 시작했다가 보험 쪽으로 피봇(변경)한 사례다. 그래서 시장 진입이 다소 늦은 편이다.

현재 이 시장에는 보맵, 굿리치 등 경쟁 스타트업이 자리 잡고 있다. 가계부로 시작해 뒤늦게 보험 시장에 뛰어든 해빗팩토리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경쟁상대다. 대부분의 모바일 서비스의 경우 1, 2위만 살아남기 때문에 해빗팩토리에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해 정윤호 공동대표는 “지난 1년 동안 시그널 플래너를 설치하고 이용하고 있는 설계사분들의 숫자는 5만 명으로, 등록된 전체 설계사의 10%가 넘는다”면서 “저희가 집중하는 것은 DAU(일간활성이용자수), MAU(월간활성이용자수) 가 아니라 실제로 설계사분들이 고객을 만나서 보험을 분석하고, 가이드해주었는가이며 모든 수치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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