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유튜브 트라우마 벗어났나?

지난 2~3년간 네이버를 보면서 ‘주눅 들어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었다. 유튜브의 엄청난 성장으로 인해 ‘네이버의 미래가 어둡다’는 시각이 IT업계에 팽배했기 때문이다. “이젠 검색도 유튜브에서 한다”는 말이 낯설지 않았다.

유튜브발 위기론에 대해 네이버 측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이해진 창업자가 국정감사에서 “할 말이 있다”고 자청해서 구글 등 글로벌 기업과의 ‘역차별’을 하소연했던 것도 이와 같은 위기감의 발로였을 것이다. 한성숙 대표가 올해 1월 31일 열린 2018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동영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지난 8일 열린 ‘네이버 커넥트 2020’에서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위기감이 가득했던 네이버가 자신감을 조금 되찾은 듯한 모습이라고 할까?

한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은 신경이 온통 유튜브에 쏠려 있었다. 어떻게 동영상을 강화할 것인지에 초점이 있었는데, 이제는 ‘경쟁자를 의식하지 않고 내 갈 길을 가겠다’는 느낌이었다. 그 길이란,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그걸 잘 잘 찾아주는 것이다.

사실 네이버가 동영상을 아무리 강화해도 동영상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유튜브로 간다. 네이버에 오는 이용자는 유튜브 이용자와는 다른 욕구가 있다. 네이버에 오는 이용자들에게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잘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대표는 “네이버에 온 사용자들이 기대하는 것, 가장 좋은 형태의 콘텐츠를 찾아주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네이버에 양질의 정보가 많아야 한다. 그래서 블로그 등 네이버가 가진 기존의 플랫폼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발표했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가 ‘네이버 커넥트 2020’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콘텐츠 창작자들이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강화한 것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올해 네이버 창작자 보상 규모는 지난해 대비 4배 증가했다. 광고 성과도 8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보상을 받은 블로거는 연간 2억 원가량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로그만 잘해도 유명 유튜브 못지않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광고뿐 아니라 후원, 판매 등을 통해 블로거가 다른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김승헌 아폴로 CIC 대표는 “네이버 포인트로 창작자에게 후원하거나, 블로그 내 동영상에 브랜드 광고를 적용하고, 창작자 리뷰를 광고 소재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창작자에게 수익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비상업적이어야 한다’는 어려운 명제에도 과도하게 매몰되지 않기로 했다. 네이버 콘텐츠 창작자들은 ‘상업적’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블로그에 맛집 리뷰가 하나 올라가도 ‘공짜 음식 먹은 거 아니냐’며 비난을 많이 들었다. 이 때문에 네이버는 상업적인 콘텐츠를 검색 상단에서 제거하기 위해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드는 등 많은 노력을 펼쳐왔다.

그러나 이제는 ‘상업성’이라는 단어에 벌벌 떨지 않기로 했다. 유튜버는 다 후원받고 만드는데, 비상업적이기 위해 스스로 발목을 잡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쇼핑몰 주인이 만든 (상업적) 콘텐츠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면서 “이제 상업성이라는 단어에 대한 평가도 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연내에 인플루언서 검색이라는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유명 유튜버든, 인스타 인플루언서든 사람들이 그에 대해 궁금할 때는 네이버에서 찾아볼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이다. 인플루언서들이 이용하는 채널은 유행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지만, 그들에 대한 정보는 네이버가 제공하겠다는 그림이다.

‘키워드챌린지’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창작자가 특정 키워드를 선택해 관련 콘텐츠를 등록하면, 창작자와 해당 콘텐츠가 키워드챌린지 검색 결과의 상단에 노출될 기회를 얻게 된다.

예를 들어 ‘파리여행’을 검색하면 기존에는 파리여행과 관련된 문서 단위의 검색 결과가 보였다면, 키워드챌린지 영역에서는 파리여행과 관련된 콘텐츠를 만든 창작자들과 그들의 대표 콘텐츠가 한눈에 보인다. 검색 사용자들은 키워드챌린지에 참여한 창작자를 둘러보고, 자신과 취향이 맞는 창작자를 발견해 구독하기 용이하다.

한성숙 대표는 “네이버가 추구하는 기술플랫폼은 창작자와 사업자가 방식과 형태를 직접 설계할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테크큐브(기술집약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2020년은 사용자 주도의 기술플랫폼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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