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티 게임엔진, 어디까지 발전했니?

하나부터 열까지 개발자가 게임에 대한 모든 것을 만들어야 한다면 완성품이 나올 때까지 아주 긴 긴 시간이 들 것이다. 이 시간을 단축해주는 게임 개발 패키지를 ‘게임엔진’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게임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기술 요소는 엔진을 이용하고, 개발자는 그 외에 개별 게임의 개성을 강화하는 부분에 집중하라는 취지다. 글로벌로는 언리얼 엔진을 만드는 에픽게임즈와 유니티, 두 곳이 가장 유명한 엔진 개발사다.

게임엔진은 개발자나 게임 개발 스튜디오가 관심 있어 하던 영역이다. 스토어에서 게임을 내려받는 이용자들에게는 별다른 관심 사항은 아닐 수 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게임엔진이 어떻게 발전하고, 어떤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게임 이용자들한테도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엔진의 기술이 향상하면 더 좋은 품질의 게임을 빠른 속도로 쓸 수 있다. 또, 한 번의 개발로 어느 마켓에서든 이용할 수 있도록 배포가 쉬워진다면, 구글플레이를 안 쓰는 이용자들의 게임 선택권도 늘어나게 된다.

유니티가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유나이트 서울 2019’를 열었다. 올해 발표된 기술이 이전보다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설명하고, 앞으로 비전을 말하기 위한 자리다. 올해 콘퍼런스의 핵심 메시지는 크게 세 가지로 읽혔다. 개선된 성능과 배포 편의성, 그리고 파트너와 협력 강화다.

 

(왼쪽부터)준보 장 유니티 중화권 대표, 존 엘리엇 유니티 기술 이사, 울라스 카라드미르 유니티 코어부문 부사장, 데이비드 헬가슨 유니티 테크놀로지스 창립자, 김인숙 유니티코리아 대표, 칼 캘러워트 유니티 글로벌 에발젤리즘 최고 책임자, 김정우 삼성전자 수석.

 

유니티는 어떤 엔진? 다음은 유니티 측이 공개한 이 회사 엔진 사용 지표다.

자료 제공= 유니티

 

■ 개선된 성능

유니티는 지난달 자사 엔진의 최신 버전인 ‘unity 2019.1’을 출시했다. 총 283개가 넘는 새로운 기능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대표적으로 두 가지만 여기에 소개한다. 하나는 ‘경량 렌더 파이프라인’이다. 대역폭 소모를 줄이면서 성능은 떨어지지 않게 셰이더, 배칭, 렌더링 기능을 개선했다. 다시 말하면 성능에 제약을 받는 플랫폼에서도 렌더링 품질과 속도를 최적화한다는 것이 유니티 측 설명이다. 모바일 플랫폼 외에 하이엔드 콘솔과 PC로 확장이 가능하다.

또 하나는 ‘버스트 컴파일러’다. 경량 렌더 파이프라인이 저성능 플랫폼에서 최적화를 꾀했다면, 버스트 컴파일러는 최고 성능을 더 빨리 구현하도록 지원하는 기능이다. 고성능 멀티쓰레드 기능을 활용했다. 더 자세한 설명은 유니티 블로그 참조.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레이 트레이싱을 활용한 데모였다. 레이 트레이싱은 렌더링 기법의 하나인데, 컴퓨터로 빛의 움직임을 모방해 실제 같은 그림을 만들어내는 걸 말한다. 레이 트레이싱은 엔진 회사들이 강조하는 기술 중 하나인데, 엔비디아가 최근 레이 트레이싱에 최적화한 그래픽카드 ‘지포스 RTX’를 선보이고 나서 큰 개선을 이뤘다.  칼 캘러워트 유니티 글로벌 에반젤리즘 최고 책임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실제 BMW 자동차 사진과 유니티 레이 트레이싱 기술로 만들어 낸 그림을 비교하면서 참석자들에게 “어떤 것이 진짜 자동차인지 구분할 수 있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배포 편의성

“크리에이터는 콘텐츠에 집중하라” “유니티는 개인 제작사가 아니다” “전문가들과 경쟁할 의도가 전혀 없다”

칼 캘러워트 유니티 에반젤리즘 최고 책임자의 발언은, 자체 게임을 개발하고 스토어를 만드는 경쟁사 에픽게임즈를 의식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면서 개발자 수익에 도움이 되는 플랫폼으로 공개한 것이 ‘유니티 디스트리뷰션 포털(UDP)’이다.

UDP에 대한 설명은 준보 장 유니티 중화권 대표가 했다. 게임을 개발만 해서는 게임사나 개발자가 먹고살 수 없다. 배포를 해야 하는데 국내 시장만 봐서는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중보 장 대표는 “국내만 하다 보면 중국이나 다른 아시아, 서구 시장에 있는 잠재 수익을 놓칠 것”이라면서 “파편화된 안드로이드 생태계로 여러 스토어에 맞춰 개발하기 어렵기 때문에 원스톱 배포가 가능한 UDP를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UDP는 SDK 패키지 작업을 대신하는 통합 솔루션이다. 쉽게 말해서, 상대적으로 소외받던 여러 개 앱 마켓에 게임을 한 번에 배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간 안드로이드 개발사들은 마켓별로 게임을 최적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 외에는 스토어별 맞춤 게임을 만들지 않았다. 즉, 많은 게임 개발사가 ‘시장성이 작다’는 이유로 두 개의 스토어에만 게임을 내놓았는데 유니티는 UDP를 쓰면 별도 노력 없이 더 많은 마켓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김인숙 유니티코리아 대표는 “한국에서 원스토어의 비중이 10~15%이고 글로벌로도 나라별 통신사가 만든 로컬 스토어가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까지 차지한다”며 “개발자 입장에서 두 마켓(구글과 애플)만 상대로 대부분 개발하고 배포하는데 그사이 비어 있는 마켓이 있으므로 그들을 연결해줘 가보지 못한 마켓을 UDP를 통해 가게 하는 것이 큰 미션”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서는 내달부터 UDP가 원스토어에 적용된다. 지금은 SDK를 갖고 쉽게 배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스토어별 분석(애널리틱스)이나 매니지먼트 툴 같은 걸 배포할 계획도 갖고 있다.

 

유니티 경영진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답하고 있는 이는 데이비드 헬가슨 유니티 테크놀로지스 창립자.

 

■파트너와 협력강화

올해 유니티가 앞세운 대표 파트너는 삼성전자다. 삼성의 게임 SDK를 기반으로 개발자가 모바일 게임 환경을 하드웨어에 최적화할 수 있도록 한  ‘모바일 어댑티브 퍼포먼스’를 개발한다. 우선은 삼성 갤럭시S10에 먼저 들어간다.  하드웨어 요구사항을 조정해 모바일에서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정우 삼성전자 수석이 참여해 유니티와 협력을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 홍보와 생태계 확보를 위해 모바일 게임 개발을 위한 ‘갤럭시 게임 데브’ 프로그램을 진행 중에 있다. 이 과정에서 품질과 성능을 동시에 확보해야할 필요를 느꼈고, 모바일 게임 최적화를 위해 유니티와 손잡고 지난해 말부터 ‘어댑티브 퍼포먼스’ 개발에 협력 중이다.

김 수석은 “성능을 위해 품질을 낮춰온 것이 그동안의 상황이었는데 단말과 애플리케이션 간 발열과 성능 정보를 주고받게 해 이를 개선하게 했다”며 “갤럭시S10이 어댑티브 퍼포먼스를 적용한 첫 단말이고 더 많은 단말이 해당 기술을 쓸 수 있도록 앞으로 업데이트를 통해 SDK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유나이트 서울 2019에는 유니티 창업자인 데이비드 헬가슨도 3년만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유아니트 서울을 처음 시작할 때 참여자가 수백명이었는데 올해 수천 명이 참여했다, 감회가 새롭다”며 “소규모부터 대형 고객사까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는데 계속 한국 개발자와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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