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 신용카드와 싸워 이길 수 있을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소상공인 결제 수수료 0원 실현을 위한 행보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 서울시 등 6개 광역자치단체,  중소기업벤처부 등은 25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11개 시중은행, 5개 민간 간편결제 업체와 함께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제로 결제서비스(이하 제로페이)’ 도입을 위한 업무 협약을 25일 체결했다.

25일 홍종학(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제로 결제서비스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중기부)

제로페이의 핵심은 결제 수수료가 없다는 점이다. QR코드를 활용해 소비자의 계좌에서 판매자의 계좌로 직접 이체되도록 했다. 스마트폰 앱으로 매장에 있는 QR코드를 찍고 결제금액을 입력 후 전송하면 된다. 판매자가 매장 내 결제단말기에 있는 QR리더기로 소비자의 앱에 있는 QR코드를 읽어도 된다.

이는 중국에서 주로 활용되는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과 동일한 방식이다. 중국은 QR코드를 통한 간편결제가 매우 활성화 돼 있다.

제로페이의 장점은 이용자들의 별도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카카오페이, 페이코, 네이버, 한국스마트카드, 비씨카드 등과 제휴를 통해 기존의 간편결제 앱에서 제로페이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이 서비스하는 모바일 앱의 경우 설치율 자체가 매우 낮은데, 기존 간편결제 업체들의 모바일 앱을 활용한다는 점은 제로페이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결제플랫폼 사업자 및 은행과 공동으로 기본 인프라에 해당하는 ‘공동QR’과 ‘허브시스템’을 구축한다. 매장에 하나의 QR만 있으면 소비자가 어떤 결제플랫폼을 이용하더라도 결제가 가능하다.

제로페이는 서울시가 먼저 시작하면 부산, 인천, 전남, 경남 등 4개 광역지자체도 연내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더불어민주당도 정부차원에서 제로페이를 지원할 방침이다. 2020년까지 이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한다는 것이 목표다.

제로페이가 활성화 된다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확실히 이득이다. 결제 수수료를 고스란히 영업이익으로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좋은 목표에도 불구하고 제로페이의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던지는 이들이 많다.

우선 신용카드 기능이 없다는 점이 첫번째 이유다. 제로페이는 기본적으로 계좌이체다. 통장에 잔고가 남아있을 때만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제로페이는 기존 체크카드 수요를 대체할 수는 있다. 국내 카드결제 중 체크카드 비중은 약 20%에 불과하다. 소액결제에 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제로페이가 기존 신용카드 결제를 대체하지 못한다면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을 크게 줄이지는 못한다.

또 참여 기업에 큰 매리트를 주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협약에는 시중은행 11개, 간편결제 업체 5개가 참여했다. 이들이 제로페이에 참여해서 얻는 수익은 없다. 오히려 받을 수 있었던 결제수수료를 못 받고, 기존의 계좌이체 수수료 수익이 줄어든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수익을 증대시킨다는 정책 목표는 옳지만, 이를 위해 핀테크 업체와 금융사의 희생을 강요하고 한다는 점에서 논란은 남아있다.

이 때문에 간편결제 업체와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제로페이 확산에 나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수익이 없는 일에 열심히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핀테크 업체나 은행이 기대하는 것은 있다. 제로페이를 통해 간편결제나 계좌이체 결제의 이용자 경험을 늘리면, 이들이 소상공인이 아닌 다른 가맹점에서 신용카드 대신 간편결제나 계좌이체를 이용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다. 신용카드 시장을 빼앗아오기 위한 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관건은 이용자들이 얼마나 제로페이로 결제를 하느냐다.

정부는 소득공제율 40%라는 강력한 유인책을 제시했다. 이는 신용카드(15%), 체크카드(30%)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예를 들어 연봉 5000만원의 직장인이 제로페이로 2500만원을 쓰면 79만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이를 신용카드로 결제했다면 31만원밖에 환급받지 못한다.

서울시는 이 외에 간편결제 서비스에 교통카드 기능을 탑재하고 공용주차장, 문화시설, 공공자전거 따릉이 등 공공시설 결제 때 할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는 행위는 단순하다.  스마트폰에서 앱을 실행하고 QR코드를 찍어 금액을 입력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복잡하다. 과연 소비자들이 이를 불편함을 감수하고 제로페이를 이용할까? 소득공제율을 비롯한 유인책이 어떤 작용을 할 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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