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아마존-테슬라가 안 부러울 중국

CES가 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본격 개막했다. 첫날 전시장을 둘러본 느낌을 한 마디로 ‘중국의 역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수히 많은 중국 기업이 전시장을 차지한 채 관심을 독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이 중국에 뒤쳐졌다는 수준을 넘어 중국이 IT산업에서 넘버1 국가가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금까지 애플 아마존 테슬라 구글과 같은 미국 기업들이 전 세계 IT업계 관계자들의 주목을 끌었다면, 앞으로 중국 기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전망도 과하지 않아 보인다.

일단 숫자면에서 그렇다. CES를 운영하는 소비자기술협회(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에 따르면, 4500개의 전시업체 중 1300개가 중국 기업이다. 전체 전시업체의 4분의 1이 넘는다. 반면 한국기업은 179개 업체가 전시에 참가했다. 이중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만 약 500개에 달한다. 이마저 사상 최대의 규모다.

CES 개막 전날, 기자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끈 회사는 첫 기조연설을 맡은 인텔이 아니라 바이톤(Byton)이라는 중국의 스타트업이었다.

바이톤은 자리에서 새로운 전기자동차(SUV)를 선보였다. 4만5000달러에서 시작하는 이 차의 기본형 모델은 한번 충전하면 40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는 71시간짜리 배터리 팩을 탑재하고 있다. 충전은 30분 안에 이 배터리의 80%를 채울 수 있다고 한다. 더 비싼 모델은 520킬로미터를 갈 수 있다.

바이톤은 단순 전기자동차를 넘어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 카”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자신들의 차를 ‘SIV(smart intuitive vehicle)’라고 정의내렸다.

이 차를 타면 더이상 스마트폰은 필요없다. 아마존의 알렉사가 탑재돼 있으며 손짓과 말로 자동차를 대시보드를 조작할 수 있다. 자동차는 심지어 운전자의 심장박동수, 체중, 산소 포화, 혈압 등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바이두의 CES 역습도 굉장했다. 우선 바이두는 AI 기반의 개방형 자율주행 플랫폼 ‘아폴로 2.0’을 공개했다. 아폴로 파일럿은 안전하고 안정적인 종합적 올인원 솔루션으로 자율주행차의 주요 기능들을 지원한다. 바이두는 아폴로 파일럿을 통해 중국인들의 운전 행태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해 반영하고 분석할 수 있다

바이두는 미국의 GPU 업체 엔비디아, 독일의 자동차 부품회사 ZF와의 협력도 이뤘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머신 프로세서 ‘자비에’를 제공하고 ZF는 ZF는 차량용 컴퓨터와 센서 시스템 통합을 제공한다. 엔비디아 자비에를 기반으로 ZF는 ‘프로AI’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카메라, 레이다 등 등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처리한다. 세 회사의 AI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양산된 차량들은 2020년부터 중국 내 판매가 이뤄질 전망이다.

바이두는 이 외에 스마트스피커 3종도 공개했다. 일반 스마트 스피커뿐 아니라 카메라와 화면, 얼굴인식 기능 등이 포함된 제품도 있고, 스마트스피커와 전등을 결합한 제품도 전시됐다. 예를 들어 “야간에 맞는 등 색깔로 바꿔줘”라로 말하면 밝은 빛이 은은한 빛으로 바뀐다.이 제품들은 바이두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DuerOS’를 기반으로 한다.

선 루치 바이두 부회장은 “AI를 위한 자본, 시장, 기술, 정책을 모두 가지고 있는 나라가 중국”라면고 자평했다.

중국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알라바바가 빠질리가 없다.

드론 시장의 최강자 DJI도 눈길을 끌었다. 보통 기업들은 하나의 전시관에 부스를 차리는데, DJI는 대기업이 있는 전시장과 최신첨단 기술이 모여있는 전시관에 모두 부스를 차렸다. DJI는 99달러짜리 최신 드론과 짐벌 신제품을 발표했다.

중국 TV 업체 하이센스는 미국 ‘아마존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함께 탑재한 TV를 선보였다. 이 TV는 삼성이나 엘지의 TV보다 훨씬 저렴하면서, 기능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이 외에 중국을 대표하는 IT기업 화웨이, 알리바바, 레노버 등도 여전히 대규모 부스를 열고 세를 과시하고 있으며, 텐센트도 처음으로 CES에 참여했다.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은 CES2018 전시장을 둘러보고 “4G LTE 후반기에 들어 중국이 빠르게 달려가고 있고, 오히려 한국이 기술 격차를 걱정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저 멀리 가고 있는 중국의 뒤통수를 보면서도 아직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착각하는 모습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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