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는 Information Technology(정보기술)의 약자다. IT는 정보, 즉 데이터를 다루는 기술이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IT의 발전은 곧 데이터 기술의 발전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데이터를 관리하는 분야에서도 유독 발전이 더딘 분야가 있다. 바로 백업이다. 백업은 기업의 핵심 자산으로 떠오른 데이터를 유실하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로, 시스템 장애나 해킹 등으로 운용 데이터가 제 역할을 못할 때를 대비한 최후의 보루다. 당장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급한 순간에 생명을 살려주는 에어백처럼 백업은 기업의 비즈니스의 생명을 지켜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시스템이다.

 

그런데 백업 기술은 지난 20년간 별 발전이 없었다. 유일한 혁신이 있었다면 하드디스크 백업이 가증해졌다는 정도다. 중복제거 기술의 등장과 하드디스크 가격 하락 덕분에 자기테이프 이외에 디스크 백업이 가능해졌다.

백업은 기업 내에서도 골치아픈 업무다. 당장 돈을 벌어주는 시스템은 아닌데, 백업을 하지 않을 수 없고, 비용도 많이 든다. 심지어 데이터를 운용하는 비용보다 백업에 더 많은 비용을 쓰는 곳도 많다. 날마다, 일주일마다, 월마다 백업을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운용 데이터보다 5~10배 많은 저장공간을 사용할 때도 있다.

백업은 데이터센터 내에서 혁신이 필요한 1순위 분야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실리콘밸리에 IT분야의 오랜 숙원이었던 백업 혁신을 위한 스타트업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주인공은 ‘루브릭(Rubrik)’이다. 루브릭은 델EMC와 베리타스가 지배하는 이 시장에서 아직 점유율 5% 미만에 불과하지만, 차세대 유니콘이 될 것으로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루브릭의 가장 큰 특징은 백업을 위한 요소를 하나의 통에 담았다는 점이다. 백업 소프트웨어,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백업 서버, 리플리케이션 서버, 카탈로그 데이터베이스, 테이프(디스크) 등 백업을 위한 필요 요소들이 하나에 담겨있다.

왠지 뉴타닉스가 생각나지 않나? 뉴타닉스는 ‘하이퍼 컨버지드 인프라(HCI)’라는 기술로 스토리지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회사다. HCI는 소프트웨어 정의 기술을 활용해 컴퓨팅, 네트워킹, 스토리지 인프라를 하나에 담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루브릭은 백업/복구 시장을 위한 HCI라고 비유할 수 있다. 또 클라우드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클라우드에 있는 데이터를 루브릭에 백업할 수 있고, 루브릭 데이터도 클라우드와 연동된다.

루브릭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한 포맷으로 백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존 백업 솔루션들은 독자적인 포맷을 가지고 있다. 원본 데이터는 백업 솔루션 회사가 개발한 포맷으로 저장된다. 이 때문에 고객들은 솔루션 벤더에 락-인(Lock-In)될 수밖에 없다. 백업된 데이터를 복구하려면 솔루션 회사의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반면 루브릭은 원본 데이터 형식 그대로 저장한다. 이 때문에 특정 벤더에 락-인 되지 않는다. 심지어 백업 데이터를 그대로 운용 데이터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루브릭은 백업용이기 때문에 루브릭으로 장기간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일단 비즈니스를 가동시켜 놓고 복구할 수 있다. 루브릭이 클라우드와 밀접하게 연계할 수 있는 것도 자체적인 포맷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루브릭의 이런 특징은 백업 소프트웨어 시장에 일어난 20년 만의 혁신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가트너는 루브릭을 쿨벤더로 선정했다.

루브릭의 경영진 및 투자자들도 눈길을 끈다. 뉴타닉스 보드멤버였던 Bipul Sinha, 오라클 엑사데이터를 개발한 Arvind “Nitro” Nithrakashyap, 구글의 분산처리시스템 엔지니어 출신의 Arvind “AJ” Jain, 구글 스태프 엔지니어 출신의 Soham Mazumdar 등이 루브릭을 이끌고 있다.

투자자들은 더 흥미롭다. 전 시만텍 CEO인 존 톰슨, 데이터도메인의 전 CEO 프랭크 슬루투만, 베리타스의 창립자 마크 레슬리 등이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루브릭이 혁신하고자 하는 시장의 주요 업체들을 이끌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백업복구 시장의 문제점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투자했다는 사실은 루브릭의 가치를 증명해준다고 볼 수 있다.

강민우 지사장

루브릭은 최근 한국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한국 지사장은 강민우 전 퓨어스토리지 지사장이 맡았다. 강 지사장은 백업 시장 전문가다. 데이터도메인 초대 지사장, 한국EMC 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강 지사장은 “루부릭의 등장으로 앞으로 백업시장도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게 될 것”이라며 “베리타스 EMC 컴볼트 IBM(티볼리) 이런 회사들도 루브릭 같은 접을 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