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4차 산업혁명의 상징과도 같은 두 회사를 살펴보겠습니다. 주인공은 지멘스제너럴일렉트릭(GE)입니다.

지멘스와 GE는 유럽(독일)과 미국을 대표하는 제조기업입니다. 1800년대에 설립된 두 회사는 100년 넘도록 경쟁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공룡기업이죠. 지멘스는 베르너 폰 지멘스, GE는 토마스 에디슨이 설립한 회사입니다. 두 사람은 현재 기업인이 아니라 위인전에 등장하는 인물이 됐죠.

베르너 폰 지멘스

토머스 에디슨

2015년을 기준으로 GE의 매출은 157조 원, 지멘스는 91조 원이었습니다. 직원수도 수십만 명에 달합니다.

공룡은 기후변화 때문에 멸종됐다고 하죠. 공룡처럼 규모가 커진 기업에도 변화는 가장 큰 위협요소입니다.

기업의 생존은 얼마나 돈을 많이 버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지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세계 휴대폰 시장을 휩쓸다시피 했던 핀란드의 노키아는 ‘스마트폰’이라는 변화에 대처하지 못해서 휴대폰 사업을 매각해야 했습니다.

지멘스와 GE가 100년이 훨씬 넘도록 생존하면서도 여전히 세상을 호령하고 있는 것은 두 회사가 엄청난 몸집에도 불구하고 변화에 매우 민첩하게 대응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 가장 뜨거운 화두인 4차 산업혁명도 두 회사가 가장 선두에서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먼저 지멘스를 살펴보실까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라는 단어에서 먼저 시작한 것입니다.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독일에서 불고 있던 인더스트리 4.0 운동을 보고 힌트를 얻어 4차 산업혁명을 주창했습니다.

독일에서 인더스트리 4.0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회사가 지멘스입니다. 인더스트리 4.0은 “정보기술을 활용해 제조업을 혁신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등 주요 IT 기술이 인더스트리 4.0에 활용됩니다.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은 ‘스마트 공장‘입니다.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품질을 최대로 높이는 것이 스마트 공장의 목표입니다. 다른 말로는 ‘사이버 물리 시스템’이라고 부릅니다.

사이버 물리 시스템 :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진 사이버 세계와 로봇· 제조 기계 등 물리적 세계의 통합 시스템으로 물리적 세계와 똑같은 가상의 사이버 세계를 만들고 이를 통해 물리적 세계를 자동·지능적으로 제어하는 시스템

대표적인 사례로 지멘스 암 베르크 공장을 들  수 있습니다.

지멘스 암 베르크 공장은 유럽 최고의 공장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자동화 수준은 75%에 이르며, 1000여 종류의 제품을 연간 1200만 개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설계나 주문을 변경해도 99.7%의 제품을 24시간 내에 출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100만 개당 불량 수는 약 11.5개에 불과할 정도로 높은 품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SIEMENS KR DF/PD] 지멘스 스마트 팩토리 (Smart Factory) 암베르크 공장, 독일

암 베르크 공장에는 수십 개의 컨베이어 벨트가 쉬지 않고 돌아가지만, 생산직 노동자들이 상당수가 기계 앞이 아니라 모니터 앞에 서있습니다. 로봇을 통한 자동화가 이뤄졌기 때문이죠.

또 암 베르크 공장은 공장이 아니라 데이터 처리실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하루에 5000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한다고 합니다. 여간 182억 건의 데이터입니다. 공장 자동화와 품질관리는 이와 같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능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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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스마트 공장을 먼저 만드는데 집중해야 하겠지만, 앞으로는 하나의 공장이 아니라 공장과 공장이 연결되고 다른 공급망과도 연결되겠죠.

이번에는 GE를 살펴보겠습니다.

GE는 지멘스와 4차 산업혁명을 대하는 태도가 좀 다릅니다. 지멘스는 IT를 통한 제조 혁신이 목표라면, GE는 스스로 IT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GE는 “2020년까지 소프트웨어 톱10 기업이 될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그동안은 지멘스나 UT(United Technologies) 등과 경쟁관계에 있었지만, 앞으로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같은 거대 인터넷 및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비교해 달라는 것이 GE의 주문입니다.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은 “2020년까지 산업 인터넷에서 150억 달러(약 17조 5050억 원), 제조 혁신 분야에서는 10억 달러(약 1조 1678억 원)를 만들어내겠다”라고 목표를 밝혔습니다. 그는 “GE는 기계와 분석기술, 운영 체계 모두를 동시에 지닌 유일무이한 기업”이며, “이것이 바로 GE가 산업 인터넷을 펼쳐나가는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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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이 되기 위한 GE의 핵심 플랫폼은 ‘프레 딕스’입니다. 프레 딕스는 이전 포스트에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제조업체들은 제품 설계 과정에서는 디지털 목업을 만들었지만, 제품 설계가 완성되고 생산, 판매가 이뤄지는 시점에서는 이 디지털 복제품이  필요 없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트윈은 이 디지털 복제품을 계속 유지하면서 제품의 상태 변화를 기록합니다. 시간, 기후, 이용습관 등에 따라 제품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거죠. GE는 산업용 기계 50만 대의 디지털 프로파일(디지털 복제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GE90 엔진의 경우 디지털 트윈을 이용해 항공기의 가용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정비에 따른 수 천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해왔습니다. 철도 부문의 경우 GE의 에볼루션 기관차에 디지털 트윈 모델을 적용해 연료 소모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GE는 프레 딕스와 디지털 트윈 등을 외부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습니다. 운영체제와 스토어도 제공합니다. 애플이나 구글과 유사한 행보입니다.

지금까지 IT 산업은 실리콘밸리가 주도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지멘스나 GE와 같은 제조기업들을 주목해봐야 할 때입니다. 2020년까지 가스터빈 1만 기, 제트엔진 6만 8000기, 전구 1억 개 이상, 자동차 1억 5200만 대가 인터넷에 연결됩니다.

이 제품들을 모델링하고, 이 제품에 장착되는 센서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수집한 제조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을 일이 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