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CAD 회사 컨퍼런스에 마술사가 등장한 이유

한 청년이 있습니다. 그는 마술사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갑자기 비둘기가 나오고, 수건이 지팡이로 변하는 흔한 마술이 아니라 이 세상에 없던 마술을 보여주는 것이 그의 꿈입니다.  그는 새로운 마술쇼를 구현할 기계장치도 생각합니다. 그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냅킨에 도면을 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장치를 만드는 것은 그의 역량을 벗어납니다. 그는 새로운 마술을 보여줄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기에는 많은 장벽을 넘어야 합니다.

저는 지금 미국 LA에서 열리는 ‘솔리드웍스 월드 2017’이라는 행사에 와 있습니다. 솔리드웍스는 다쏘시스템이라는 프랑스의 3D 기술 회사가 보유한 CAD(캐드) 브랜드로, 이 행사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3D 기반 제조산업 기술 컨퍼런스입니다.

기술 컨퍼런스에 참가해서 갑자기 마술사 이야기를 꺼건 것은, 이 행사 기조연설에 유명한 마술사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일루전 프로젝트(Illusion Project)’라는 마술사 그룹을 이끌고 있는 팀 클로디어(Tim Clothier)입니다.

마술사와 3D 캐드, 얼핏 서로 전혀 관련이 없어보이는 조합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마술사 크로디어 씨의 생각은 다릅니다. 마술은 상상을 현실에서 보여주는 일이고, 이를 위해서는 상상을 현실화해줄 수 있는 기술 도구가 필요합니다. 캐드도 그런 도구 중 하나죠.

클로디어 씨는 “마술은 인간과 머신이 만드는 예술이지만, 그 중간에 ‘디자인’이 있다”면서 “20년 전에는 냅킨에 아이디어를 디자인 했는데, 5년 전 솔리드웍스를 만나면서 상상을 현실화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했습니다.

클로디어 씨는 직접 솔리드웍스를 이용해 자신의 상상을 디자인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디자인 된 데이터는 3D 프린터 등을 통해 순식간에 현실화 됩니다. 과거 냅킨에 디자인 하던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겠죠.

이런 속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입니다. 아이디어를 현실화 하기 위해 수개월, 수년이 걸리는 방식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살아남기 어려울 것입니다.

솔리드웍스의 장 파올로 바씨(Gian Paolo Bassi) CEO는 “디자이너의 생각이 즉시 제조물로 생하는 것, 눈 깜짝할 사이에 설계자의 아이디어가 생산물로 가시화 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의 필수적 요소”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는 ‘THE NEW, THE NEXT, THE NEVER BEFORE’입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차세대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자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바씨 CEO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물건을 만드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무엇인가 새로운 제품을 만들려면 CAD로 설계를 하고, 설계한 결과가 기획한 대로 실행되는지 시뮬레이션을 합니다. 이는 물건의 형태에 중심을 둔 접근입니다. 형태의 한계로 인해 기능이 제약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씨 CEO는 이런 프로세스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형태보다는 기능이 먼저 설계되고, 그 기능을 할 수 있는 형태로 제품이 개발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설계자는 제품의 형태가 아니라 제품의 기능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솔리드웍스가 이를 뒷받침 하겠다는 전략일 것입니다.

바씨 CEO는 이를 “토폴로지 최적화”라고 불렀습니다. 토폴로지 최적화는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이용해 점차 확장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다. 실행이 지연되면 혁신을 이룰 수 없으며, 이를 위해서는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