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N 진영에 가한 시스코의 두 번째 역습…‘디지털네트워크아키텍처(DNA)’
3년 전 시스코가 새로운 데이터센터 네트워킹 아키텍처인 ‘애플리케이션중심인프라스트럭처(ACI)’를 들고 나왔을 때 ‘시스코의 역습’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관련기사)
당시는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이 부상하면서 시스코가 수세에 몰리는 듯이 보였던 시기다. ‘ACI’ 발표 전까지는 시스코가 SDN 이슈에 갈팡질팡하고 있고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시장은 지난 2008년 오랜기간 개념으로 존재하며 연구돼온 SDN이 급기야 학교 연구실 밖으로 나오자 열광했다. SDN을 당시 대두되고 있던 네트워크 문제와 불만사항을 해결해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받아들였다.
하드웨어 의존적이고 폐쇄적이며 제조사(벤더) 중심의 기존의 네트워크 환경을 개방형의 프로그램 가능한 소프트웨어(SW) 중심으로 더욱 쉽고 빠르게 구축·운영·관리할 수 있는 환경으로 뒤바꾸는 혁신 기술로 지목했다.
그동안 네트워크에서 제기됐던 여러 문제-사용하기 어렵고 복잡하고 민첩성·유연성과 확장성이 떨어지고 비싸다-는 곧 시스코 장비의 문제로 여겨졌다. 독보적인 점유율로 네트워크 시장을 지배하고 이끌어온 네트워크 공룡인 시스코를 겨냥했다.
당시 시스코 경쟁사들은 일제히 SDN 이슈에 적극 대응하면서 시스코를 공격하는 포인트로 삼았다. HP, 브로케이드, 델을 비롯해 새롭게 네트워크 시장에 진출한 수많은 SDN 신생기업들이다.
지난 2013년 11월, 시스코는 새로운 데이터센터 네트워킹 아키텍처인 ‘애플리케이션중심인프라스트럭처(ACI)’를 내놨다. 경쟁사를 포함하는 SDN 조류에 대한 반격카드였다.
SDN의 부상으로 대변되는 고객과 시장의 변화 요구를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ACI로 적극적인 돌파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됐다. 순차적으로 ACI를 지원하는 제품군을 출시, 확장하면서 지금도 적극적으로 ACI 확장에 매진하고 있다.
그리고 3년 가까이 지났다. 시스코는 최근 디지털 비즈니스 시대에 최적화된 기업 네트워크 아키텍처인 ‘디지털네트워크아키텍처(Digital Network Architecture, DNA)’를 발표했다.
‘DNA’에는 기업의 네트워크도, 시스코 자신 스스로도 기업고객을 위한 네트워크 기술을 설계, 구현하고 제공하는 방식을 전면 바꾸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를 반영하듯 시스코는 공식 보도자료에 “네트워크의 DNA를 바꾸겠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디지털화(Digitization)’ 시대를 위한 ‘DNA’는 네트워크 시장 측면에서 범SDN(NFV, 오픈네트워킹 포함) 조류에 대한 시스코의 두 번째 반격카드로 볼 수 있다.
일단 ‘ACI’가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진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DNA’는 사용자가 존재하는 기업 네트워크, 즉 기업의 본·지사(지점), 캠퍼스 네트워크(LAN, WAN)를 위한 새로운 아키텍처다.
쉽게 표현하면 ‘ACI’는 시스코 ‘넥서스’ 데이터센터 스위치를 활용하는 아키텍처이고, ‘DNA’는 시스코 역사와 함께 해온 대표 장비인 ‘카탈리스트’ 스위치와 ‘ISR(통합서비스라우터)’ 등 라우터를 활용한 네트워크망을 소프트웨어 중심의 진화된 환경으로 바꿀 수 있는 네트워크 아키텍처이다.
SDN 진영 확장을 데이터센터는 ‘ACI’로, 기업망은 ‘DNA’로 봉쇄하고 변화하는 시대에서도 네트워크 강자의 입지를 이어나가겠다는 시스코의 전략이다.
이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 이번에 발표한 ‘DNA’의 핵심기술인 ‘애플리케이션 폴리시 인프라스트럭처 컨트롤러 엔터프라이즈 모듈(APIC-EM)’이다. 기존 네트워크 사용자(=시스코 고객)는 시스코가 무료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컨트롤러인 ‘APIC-EM’을 활용해 쉽게 네트워크를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화된 네트워크 환경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다시 말해 ‘APIC-EM’은 기존 시스코 장비만을 지원한다. 기존 시스코 고객을 타깃으로 해 무료 배포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스코의 ‘DNA’는 무엇일까. 이 아키텍처의 비전과 목표는 거창하다. 시스코가 전사 차원에서 현재 가장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전략인 기업의 ‘디지털화’, 디지털화를 통한 기업의 혁신 또는 디지털 비즈니스를 위한 네트워킹 아키텍처다.
시스코는 ‘DNA’가 기업이 IT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화’로 변모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요구되는 빠른 혁신을 통한 비즈니스 기회 창출과 매출 향상, 비용 절감, 리스크(risk) 감소 요구를 지원하는 네트워크 아키텍처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인사이트(Insight)와 사용자(고객) 경험 향상 ▲자동화와 안정적인 운용 보장(Assurance) ▲보안 위협과 규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변모시킨다.
시스코가 내세우는 DNA의 설계원칙은 ▲가상화 ▲자동화 ▲애널리틱스(분석) ▲클라우드 서비스 관리 ▲오픈확장성·프로그램가능성 구현 5가지다.
이 아키텍처는 기업들이 플랫폼의 유형(물리/가상/온프레미스/클라우드)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가상화 환경을 제공해 운영·관리가 쉽다.
자동화를 지원하도록 설계되어 네트워크의 구축, 관리 및 유지를 간편하게 해준다.
네트워크, IT 인프라 및 비즈니스 운영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 애널리틱스 기능도 갖췄다.
클라우드에서 지원되는 서비스 관리를 통해 네트워크 전반에 걸쳐 정책과 오케스트레이션을 통합하며, 온프레미스 솔루션의 보안과 제어 기능으로 클라우드 민첩성을 구현한다.
모든 레이어에서 오픈(개방성), 확장성 및 프로그래밍가능성을 지원한다. 시스코와 파트너사(써드파티)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개방형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와 개발자 플랫폼을 통합 제공해 다양한 네트워크 기반 애플리케이션들을 지원한다.
시스코는 이같은 DNA의 그림을 완성해 선보이면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자동화, 가상화,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지원 솔루션을 함께 발표했다.
자동화를 구현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APIC-EM’ 소프트웨어 컨트롤러와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앱), 지점 네트워크 서비스 가상화를 위한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기업 위치기반 클라우드 서비스인 ‘CMX 클라우드’ 등이다.
여기에는 지난 3년간 시스코가 개별적으로 변화를 위해 선보인 다양한 활동이 포함돼 있다. ‘APIC-EM’은 데이터센터용 ‘ACI’의 정책 기반 자동화 플랫폼이자 컨트롤러인 APIC의 기업 네트워크 버전이다. 이미 3년 전에 베타버전이 나왔고 작년 하반기부터 ‘데브넷(DevNet)’을 통해 무료로 제공돼 왔다.
‘데브넷(devnet.cisco.com)’은 쉽게 말해 시스코가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 생태계다. 네트워크 앱 마켓플레이스 역할도 한다. (관련기사)
시스코는 ‘APIC-EM’ 기반에서 새로운 자동화 서비스인 ‘시스코 플러그앤플레이(Cisco Plug and Play)’와 ‘이지QoS(Easy Quality of Service)’를 제공한다. 또한 시스코 인텔리전트 원거리통신망(WAN) 자동화 서비스인 ‘IWAN(Intelligent WAN)’을 선보였다.
이밖에도 이미 네트워크 장비 모델, OS 버전, 설정 정보 등을 실시가 관리하는 네트워크 인벤토리 앱과 네트워크 토폴로지 뷰를 제공하는 앱, 경로를 검색하고 장애구간을 확인할 수 있는 패스 트레이스 앱을 제공하고 있다. 시스코가 제공하는 ‘APIC-EM’의 앱 서비스들이다.
새로운 ‘플러그앤플레이’ 앱은 자동화 소프트웨어로, 사전 환경 설정이나 IT 관리자의 현장지원에 들어가는 많은 비용과 노력을 제거한다. 또한 시스코 라우터와 스위치에서 네트워크 컨트롤러와 직접 통신함으로써 도입 기간을 최대 4주에서 수일 내로 줄이며 초기 구축비용을 최대 79%까지 줄여준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이지QoS’ 앱은 네트워크가 광범위한 QoS 설정을 애플리케이션 정책 기반으로 역동적으로 업데이트 할 수 있게 돕는다.
새로운 ‘IWAN’ 자동화 서비스는 IWAN 구축 및 관리 프로세스를 자동화한다. 이 서비스는 WAN 구축에 더 많은 유연성을 제공하며 단 10차례 클릭만으로 신속하고 완벽하게 지점에 필요한 네트워크 서비스를 설정 및 구축 가능하게 한다.
IWAN 자동화 서비스는 고급 네트워킹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복잡한 설정 작업을 거치지 않고도 사용자의 경험 개선을 위한 시스코의 권장 구성, 앱 우선순위화, 경로 설정, 캐싱(caching) 등을 자동으로 구현한다. 이 서비스는 유료다.
가상화 구현하는 새로운 ‘IOS XE’운영체제
가상화 부문에서는 ‘IOS XE’가 발표됐다. 이는 프로그램가능성, 컨트롤러 기반의 자동화, 편의성에 최적화된 네트워크 운영 체제로,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를 포함한다.
‘IOS XE’는 가상화 구현을 위한 가상 앱 개발, 앱 호스팅, 엣지 컴퓨팅, 실제 인프라로부터의 전송을 위한 개방형 모델 API등을 제공한다. 이 운영체제는 시스코 카탈리스트 3850/3650 스위치, ASR 1000, ISR 4000 라우터를 지원하며,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크 포트폴리오에 계속 확대될 예정이다.
시스코 ‘IOS XE’는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로부터 분리시켜 어떤 기능이든 어디에서도 자유롭게 운영 가능한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크기능가상화(Enterprise NFV)를 포함한다. 이를 위해 가상화 인프라 소프트웨어와 라우팅, 방화벽, WAN 최적화, 무선랜(WLAN) 컨트롤러같은 가상네트워크기능(Virtual Network Functions, VNF)과 오케스트레이션 서비스 등의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IT 부서의 업무를 간소화하고, 효율적인 신규 오피스를 위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이란 얘기다.
시스코는 맞춤형 시스코 플랫폼, 서버 플랫폼 또는 일반 x86 플랫폼 등의 다양한 하드웨어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관련플랫폼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 관리 환경을 구현하는 첫 솔루션
시스코는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 관리 환경을 구현하는 솔루션으로 위치 기반 서비스 중심의 모바일 환경을 제공하는 ‘CMX’의 클라우드 버전인 ‘CMX 클라우드(CMX Cloud)’를 선보였다.
‘CMX 클라우드’는 시스코 무선 인프라로 부터 생성되는 방문자의 위치 정보를 활용해 기업에는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고객에게는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기업은 방문객들이 보다 손쉽게 와이파이(WiFi) 접속을 할 수 있게 하는 와이파이 온보딩(Onboarding)과 와이파이 접속을 통한 고객 행동 패턴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이번 발표로 시스코는 그동안 ACI를 주축으로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환경에서 제공해온 정책 기반의 운용 방식을 캠퍼스, 브랜치 유선과 무선, 코어에서 엣지를 포함하는 전 기업 네트워크 영역으로 확대했다.
롭 소더버리(Rob Soderbery) 시스코 엔터프라이즈 제품 및 솔루션 부문 수석 부사장은 DNA를 선보이면서 “디지털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시스코 디지털 네트워크 아키텍처는 가상화, 자동화, 애널리틱스, 클라우드 및 프로그래머빌리티를 한데 통합했다”며, “시스코 DNA가 앞으로의 네트워크 기술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DNA는 ‘시스코 ONE(Cisco ONE)’ 소프트웨어 제품군을 통해 공급된다. 시스코는 간소화된 소프트웨어 기반의 라이선싱으로 투자 보호와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유지 기자>yjle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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