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리눅스 기반 코어뱅킹 도입할까?

최근 국내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이 될 카카오뱅크의 IT시스템 구축이 본격화 됐다. 카카오 측은 지난 주 국내 IT기업에 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하고 카카오뱅크 IT 로드맵을 제시했다.

RFP란 ‘이러저러한 시스템을 만들고 싶으니, 가능한 회사는 입찰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하는 문서다. 이 문서에는 카카오뱅크가 어떻게 IT시스템을 구성하고자 하는지 개요가 담겨있다.

비공개로 IT업체에 전해진 이 RFP에는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 측은 RFP에서 “시중은행 수준의 안정성”을 목표로 제시하면서도 “확장성,  유연성을 고려한 개방형 아키텍처”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확장성, 유연성을 고려한 개방형 아키텍처’란 무엇일까? IT업계에서는 이를 ‘리눅스와 X86서버를 기반으로 시스템 아키텍처를 구성해 달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확장성과 유연성, 개방형 아키텍처라는 표현을 종합하면 리눅스와 같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현하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는 IT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국내 은행이 이런 아키텍처로 기본 IT인프라를 설계한 사례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은행의 핵심업무 시스템을 코어뱅킹이라고 부른다. 코어뱅킹이란 여신.수신.외국환 등을 담당하는 은행의 계정계 시스템이다. 코어뱅킹 시스템은 1원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고 잠시라도 시스템이 멈줘서면 엄청난 혼란이 벌어지는 중요한 시스템이다.

현재 국내 은행은 코어뱅킹 시스템은 모두 메인프레임이나 유닉스 서버 위에서 구동된다. 은행의 IT시스템은 안정성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도 “시중은행 수준의 안정성”을 중요한 목표로 제시했다. 메인프레임은 안정성 면에서 50년 이상 검증된 컴퓨터고, 유닉스 서버도 지난 20여년 동안 은행의 계정계 시스템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하지만 리눅스와 x86 서버는 국내에서 은행 계정계 환경으로 검증된 사례가 없다. 카카오뱅크가 실제로 리눅스와  x86 기반으로 코어뱅킹 환경을 구성한다면 국내 최초의 사례인 동시에 리눅스 활용의 새로운 전기가 될 전망이다.

물론 아직 카카오뱅크 측의 본심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표현되지 않았다. 카카오 측은 “확장성과 유연성, 개방형 아키텍처라는 표현은 시스템 구축 방향을 말한 것이지 특정 기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기본 방향에 맞는 기술이라면 어떤 기술이라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앞서 예비사업자 인가를 받으며 “IT비용 절감”을 주요 전략으로 내세운 바 있다. IT비용을 줄여 고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고가의 외산 코어뱅킹 솔루션이나 메인프레임, 유닉스 같은 비싼 장비를 사용해서는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결국 x86 서버와 리눅스를 기반으로 대규모 분산처리를 통해 성능과 안정성, 비용절감 등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심재석 기자> 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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