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스펙·자가용 공식 깨졌다’…새 길 찾는 2030
흔히 청년이라 불리는 2030세대의 머리속은 꽤 복잡하다. 언제쯤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지, 지금 하는 일과 월급만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지, 무엇을 더 배우고 경험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스스로와 세상에 묻는다. 월급보다 빠르게 올라가는 물가, 매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이전 세대가 밟았던 길을 그대로 따라가도 되는지 확신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7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공동 미디어 세미나 ‘2026 대한민국 청년들의 고민’에서는 집·커리어·이동을 주요 사업 영역으로 삼은 기업들이 각자 보유한 데이터를 토대로 지금 청년 세대의 삶을 풀어냈다. 부동산 교육으로 시작해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월급쟁이부자들, 현직자 취업 멘토링 플랫폼 잇다, 그리고 공유모빌리티 서비스 지쿠다.
지금 청년 세대의 삶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3사의 이야기를 한 데 모아보면, 이렇다. “기존 공식이 통하지 않자, 청년들이 새로운 경로를 찾고 있다”는 주장이다. 과거에는 월급을 모아 집을 사고, 학교와 자격증 스펙으로 취업하고, 대중교통과 자동차로 이동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2026년에는 월급과 스펙이 충분조건이 아니다. 과거에는 삶의 공식과도 같았던 것들이 통하지 않자, 청년들이 새로운 경로를 찾고 있는 시대다.
① 꼬박 14년 모아야 서울 집 한 채…청년은 ‘월급 밖’에서 답 찾는다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연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13.9년이 걸립니다. 30살이면 (연봉을 다 모아도) 44세가 돼서야 서울에 아주 조그마한 내 집을 하나 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날 월급쟁이부자들 클래스팀 김지연 리드는 “내집마련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지만, 현실적인 장벽이 높다”며 “청년들이 똑똑하게 자산을 쌓는 방식으로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급쟁이부자들은 부동산 교육과 기초 재테크, 주식, 부업과 콘텐츠 수익화 등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은 13.9배에 달한다. 수도권이 8.7배, 경기가 6.9배다. 연봉을 한 푼도 쓰지 않는다는 기준에서다. 국가데이터처 조사를 보면, 실제 청년 가구의 자가점유율은 12.2%에 그쳤고, 임차 형태로 거주하는 비중은 82.6%일 정도로 자신의 집을 가진 젊은 세대는 흔치 않다.
숫자만 보면 쉽게 포기할 만도 하지만, 청년 10명 중 9명은 ‘내 집 마련’을 꿈꾸고 있다. 국무조정실 ‘2024년 청년의 삶 실태 조사’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 가운데 89.6%는 자가 소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들은 주거 안정과 자산 형성을 주 이유로 들었다.
월급쟁이부자들의 실 데이터를 보아도, 청년층의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계속해 커지고 있다. 월급쟁이부자들 자체 조사에 따르면, 자사 서비스에서 25~44세가 조회한 내 부동산 콘텐츠는 지난해보다 2.5배 늘었고, ‘내 집 마련’ 시리즈 조회 수는 4배 이상 증가했다. 부동산 관련 Q&A 작성자 중 이 연령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하고, 월급쟁이부자들에 처음 유입돼 부동산 관련 교육 상품을 선택한 이용자 중 2534세대의 비중은 약 70%일 만큼 ‘내 집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도 많다.

이들이 선택한 건 월급 이외의 수입, 즉 부업과 투자다. 김 리드는 인크루트 직장인 설문을 인용해 ”청년들을 보았을 때 지난해 기준 30대 57%, 20대 55.1%가 부업을 한다”며 ”소득 부족해서 한다는 답변이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업의 일환으로 1인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다. 1인 미디어 창작자 수입 신고 인원은 2020년 9449명에서 2024년 3만40808명으로 급증했다. 신고 인원 중 30대 이하가 80%다. 김 리드는 “SNS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를 하고 있는 추세에서 나 또한 공급자가 될 수 있다는 활동을 공유하고 있다”며 “콘텐츠가 취미를 넘어서 하나의 소득원으로서 활용을 할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소득원으로서 돈을 더 벌고 싶다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또 청년세대는 돈을 더 벌기 위한 고민을 넘어 자산을 더 불리려고도 하고 있다. 올해 8월 기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자 41.1%가 2030세대로, 6년 전과 비교했을 때 약 9%p 증가했다.
② “할 수 있을까요”에서 “뭘 보여줄까요”로…채용의 기준은 ‘경험’
취업을 바라보는 청년층의 시각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 직무에 “내가 들어갈 수 있을까”를 묻는 질문이 많았다면, 취업의 문이 더욱 더 닫힌 최근에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나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묻는 질문이 늘어나고 있다. 조용진 레디앤스타트 대표가 자사 플랫폼에 청년들이 직접 남긴 질문 5만6000건과 현직자의 답변 4만1000건을 분석해본 결과다.
잇다 내 글에서 도출된 구체적인 데이터를 보면, 청년 세대는 단순히 특정 직종 진입 가능 여부를 넘어 취업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특정 직업에 진입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 비중은 2020년 27% 수준에서 올해 15% 안팎까지 낮아졌다. 반면 취업 준비 전략 관련 질문은 올해 20.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 프로젝트처럼 자신이 무엇을 해봤는지를 보여주려는 고민이 커졌다.
현직자 또한 직무에 대한 설명 대신 해당 직종에 취업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는지 구체적으로 답하는 비중이 늘어났다. 2020년대 초반에는 ‘이 직무가 어떤 일을 하는지’를 설명하는 답변이 21%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10% 아래로 내려갔다. 대신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답변 비중이 높아졌다. 답변에서 ‘직무’가 언급되는 비중은 37.5%에서 52.7%로 늘었고, ‘프로젝트’ 언급도 9.9%에서 20%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AI를 대하는 현직자와 구직자의 격차도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청년이 AI를 직접 묻지 않았는데도 현직자가 답변에서 AI를 언급한 비중은 2022년 4.5%에서 현재 21.8%까지 높아졌다. 또 AI로 일이 대체될 수 있다는 설명보다, AI를 직접 사용해 경험을 만들라는 조언이 늘었다. 잇다 데이터에 따르면 AI를 직접 써보라고 권한 답변 비중은 21.3%에서 39.7%로 높아진 반면, AI 대체 가능성을 언급한 비중은 12.9%에서 7.3%로 줄어들었다.

조 대표는 이날 채용 관련 정책에 대해 첫 경험의 문턱을 낮추는 한편, 현장 정보의 접근성을 높이고 취업 이후의 커리어 지원을 도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정책은 인턴을 거쳐 채용하거나, 장기간 교육을 이수한 뒤 취업으로 연결하는 등 결과 중심으로 설계돼 있는데 청년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대신 기업이 실제 현업에서 필요한 업무 일부를 하루나 3일, 일주일 정도로 경험할 수 있는 짧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반드시 취업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이 일을 직접 해봤다’는 경험 자체를 커리어 자산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③ 자가용 없는 2030의 ‘마지막 거리’…공유모빌리티가 채웠다
2030은 다른 연령대보다 많이 움직이지만, 자가용을 보유하기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세대다. 또 모든 목적지가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과 맞닿아 있지도 않다.
윤종수 지바이크 대표는 “이처럼 대중교통만으로 채우기 어려운 짧은 거리를 공유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가 메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교통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는 개념이라는 주장이다.
지바이크가 운영하는 공유모빌리티 서비스 지쿠는 전국 157개 지자체에서 약 12만대의 기기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가 보유한 누적 이동 데이터는 약 3억건으로, 월간 이용자는 약 140만명, 월간 탑승자는 100만명 수준이다.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2030세대일 만큼 젊은 층의 이용 비중이 높다.
실제 이용 데이터를 보면 공유모빌리티가 단순한 여가 수단을 넘어 통학과 출퇴근 등 일상의 이동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대학가에서는 개강 이후 이용량이 방학 때보다 2.6배 늘었고, 시험 기간에는 이용량이 더 크게 증가했다. 출퇴근 시간 이용량도 평소보다 약 50% 많았다. 산업단지가 위치한 지역에서는 오전 6시부터 이용량이 늘어나는 모습도 나타났다.
또 배달이나 대리운전 등 부업과 플랫폼 노동을 하는 이들에게는 생계를 잇는 이동수단으로도 활용된다. 근무 장소와 업무 종료 지점이 일정하지 않은 만큼 대중교통이 끊긴 시간에 귀가하거나, 다음 업무 지역으로 이동할 때 공유모빌리티를 활용한다는 설명이다.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보완재 역할이 더욱 두드러졌다. 세종시는 전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0.77%지만, 지쿠 전체 이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6%로 세 배 이상 높았다. 인천광역시 송도 내에서 지쿠의 출발지와 도착지를 연결한 데이터를 보면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주거지역과 인천대·연세대 등 대학, 산업단지와 상업지역을 오가는 이동이 뚜렷했다. 회사에 따르면 지쿠 이용의 98%는 5분 이내의 짧은 이동이다. 지하철이 없거나 버스 배차 간격이 긴 지역에서 공유모빌리티가 대중교통 수요를 빼앗기보다 부족한 이동 구간을 채우고 있다는 게 회사 측 해석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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