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기업의 AI는 어떻게 쓰여야 하나

오늘날 소비자는 반짝이는 신제품을 쫓고 있다. 하지만 제조기업은 신제품을 향한 소비자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정해진 예산 내에서 제때 생산해야 하는 긴박한 과제를 안고 있다. 소비가 끊임없이 증가하는 반면, 제조기업은 무한히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력 부족, 원자재 수급, 공급망 문제 등 수요에 맞춰 제때 생산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제조기업에게 병목은 설계 단계에 있었다. 신제품을 설계하는 작업은 다양한 디지털화 작업을 통해 전례없이 빨라졌지만, 실제 제조, 생산 단계에서 공급 시점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병목이 제조 현장으로 옮겨간 것이다.

제조 현장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결국 디지털화다. 정보의 통합, 그리고 AI를 활용한 지식의 자동화다.

마이크 부클리 다쏘시스템 솔리드웍스 매니저는 “인간은 특정한 소비 경향과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으며, 소비는 계속 늘어나는데 물건을 제때 정해진 예산 내에서 생산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노동력 문제도 심각해서 단순하고 재미없는 일을 하려는 사람을 찾기가 정말 힘들어서,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아도 만들 사람이 없어서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 전세계적으로 컨테이너 박스가 부족했던 현상은 아무도 상상치 못했던 일로, 바다를 건너 보낼 상자가 없어서 기업의 발이 묶였다”며 “또한 제조업의 지속가능성이란 투입한 재료와 산출되는 제품의 양이 일치하는 낭비 최소화인데 실수로 소수점 하나 잘못 찍어 철강 1000파운드 필요한 곳에 1만파운드가 쌓여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제조 기업에게 정보의 통합은 쉽지 않은 문제다. 회사가 커지면 새 부서들이 늘어난다. 전문화 때문이다.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정보는 부서 안에 갇히게 되고, 경영진과 실무 현장 사이 정보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진다.

마이크 부클리는 “회사가 커지고 수많은 조직이 전문성 때문에 생겨나지만, 모든 것을 위로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매니저의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한다”며 “부서들이 각자 따로 노는 ‘사일로’ 현상이 발생하게 되면 정보가 적시에 충분한 양으로 흐르지 않게 되고, 결국 멋진 아이디어로 회사를 세운 사람들이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힘든 환경이 돼 버린다”고 설명했다.

제조기업은 수십년 전부터 모든 수동 프로세스와 종이 문서를 디지털화하고, 데이터를 저장해왔다. 정보에 언제든지 접근하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를 읽기까지 여러 난관을 넘어야 했다. ‘단일 소스(Single Source of Truth)’로 통합하는 문제다.

제조 현장의 생산 활동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시스템 ‘제조실행시스템(MES)’이 만들어진 이유다. MES는 ERP와 함께 제조 과정 전반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부품이 실제로 가공 가능하거나 제조 가능한지 판별하는 문제와 직결되며, 이를 통해 기업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스마트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원가 산정(Costing), 적절한 작업 스케줄링, 작업의 제시간 완료 여부 확인, 필요한 투입 요소 파악 등을 포함하는 ‘린 제조(Lean Manufacturing)’를 구현한다. 다쏘시스템은 MES 솔루션으로 ‘델미아웍스(DELMIA Works)’를 제공해왔다.

델미아웍스는 모든 제조 정보를 단일 소스로 통합해 조직 내 전반에게 접근가능하게 해주는 플랫폼이다.

데빈 말론 다쏘시스템 델미아웍스 총괄 매니저는 “델미아웍스는 어디서든 변경 사항이 발생하면 그 즉시 모든 곳에 반영돼 볼 수 있게 하는 민주화된 플랫폼을 구축해준다”며 “모두가 실시간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게 되면, 그 다음에 축적된 모든 데이터의 이력을 활용하기 시작하고, 바로 그 시점이 대규모 재무 정책 등을 살펴보기 시작하는 다음 단계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델미아웍스 같은 MES 플랫폼이 제조 현장의 정보와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고,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자체로 완벽하지 않다. 모이는 데이터가 너무 많고, 방대한 정보를 사람이 완벽하게 찾기 힘들며, 때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람, 프로세스, 아이디어 등 기업을 움직이는 주요 구성 요소 들이 완벽히 디지털화되지 못한다. 일찌감치 제조기업에 MES가 도입됐음에도 제조 현장의 지식과 노하우가 수시로 단절되는 이유다.

사람이 있고, 아이디어가 있으면, 기업은 이를 실행하기 위해 프로세스를 개발한다. 그리고 데이터는 그 프로세스의 부산물(Byproduct)로 생겨난다. 오래된 회사라면 그 업력만큼 프로세스도, 데이터도 더 많고 복잡하다. 플랫폼에 쌓인 데이터를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진정한 노하우로 만드는 건 사람과 사람의 관계, 혹은 사람과 문서의 관계 속에서 이뤄졌다.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으로 데이터를 노하우로 만드는 ‘인텔리전스’ 시대가 열렸다. 이는 제조 현장에서도 제조 인텔리전스를 가능하게 한다. 플랫폼의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산업과 기업의 특성, 업력, 직원의 경험, 생산의 노하우 등을 맥락에 맞게 찾아 인력에게 제공하는 우수한 AI 모델의 등장은 제조 현장의 병목을 해결할 최신 열쇠다.

마이크 부클리 매니저는 “오래된 회사가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이를 플랫폼과 같은 올바른 정보 시스템에 구축해 뒀다면, AI를 활용해 그동안 쌓인 모든 역사, 데이터로부터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강조했다.

데빈 말론 매니저는 “중소규모 제조 기업에서 현장 인력의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는데, 오랜 세월 회사를 지켜온 직원의 머리와 가슴, 영혼에 깃든 엄청난 경험치가 플랫폼과 기술의 문제 때문에 신입 사원에게 그 경험을 전수되지 못하면, 그 소중한 기술 자산들을 잃게 된다”며 “설계 부문과 달리 제조 현장의 기술 도입은 상대적으로 뒤처져왔고, 중소 현장의 경우 더욱 그러한데, ‘구전 지식(Tribal Knowledge)’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유지하고, 나아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기록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는 기업의 지식을 체계화하고 자산화할 수 있게 돕는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다쏘시스템의 버추얼 동반자인 ‘아우라(Aura)’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지식을 자동화한다. 아우라는 제조 기업 고유의 표준(가공 방식, 안전 사양, 조립 규칙)을 저장하는 지식 저장고 역할을 한다. 설계자나 현장 작업자가 언제든 ‘우리 회사 표준은 무엇인지’, ‘특정 재질의 용접 이송 속도는 얼마로 해야 하는지’ 등을 물어보면 즉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제조 공정이나 설계 규칙을 위반해 ‘만들 수 없는 제품’을 설계하는 실수를 피하게 하며, 적소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사일로 해소에 기여한다.

아우라는 제조 현장 부품의 평균 25%가 제조 단계 이후에 제조 변경 요청을 받는 문제(DFM 실패)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솔리드웍스의 ‘숍 플로어 프로그래머(Shop Floor Programmer)’를 활용하면, 설계 엔지니어에게 모델의 특징 형상(홀 깊이, 직경)을 분석해 현실 제조 능력 기반의 피드백을 설계 과정 중에 즉시 제공할 수 있다. 설계 의도에 따라 부품이 적층(additive)과 절삭(subtractive) 중 무엇이 나은지, 심지어 실제 기계에 들어갈 수 있는지까지 체크해 피드백한다. 결과적으로 설계 의도와 제조 의도 사이의 간극을 메워 불필요한 재료 낭비를 막고, 재고를 줄이며, 납기를 단축하는 ‘린 제조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솔리드웍스 CAD 도구는 아우라를 활용해 회사의 표준 지식에 맞춰 설계를 만들어내고, 이를 전달받은 제조 현장은 AI로 가이드되는 지식에 따라 라인을 운영해 생산하게 된다. 그러나 설계 의도가 제조 단계에서 사라질 수 있는데, AI 기반 지식 자동화는 제조 단계의 피드백을 설계 단계로 넘기게 하고, 우수한 공정을 유지할 수 있다.

데빈 말론 매니저는 “핵심은 제조 기업들에 고착화된 가장 큰 장벽 ‘설계가 끝나면 담장 너머로 던져버리는(Throwing it over the wall)’ 식의 낡은 패러다임을 허무는 것”이라며 “설계 의도를 제조 단계까지 고스란히 가져와 공정을 주도하게 할 수 있다면, 제품의 가성비가 좋아질 뿐만 아니라 노동력 측면에서도 큰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 비용뿐 아니라 재료비도 마찬가지로, 예측 가능한 제조 프로세스를 통해 초기에 재료 비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이를 기반으로 재고를 줄이고 납기를 단축해 훨씬 더 린한 제조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며 “설계 의도와 제조 사이의 긴밀한 연결성이 가져다주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제조 기업은 대개 조립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문제를 해결하려 예비 부품을 넉넉히 구비해둔다. 만약, 시스템이나 제조 공정에 더 높은 수준의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면, 발생할지 모를 실수를 미리 예측해서 대비하지 않고 처음부터 완벽하게 조립할 수 있게 된다. 설계 의도를 가져와서 제대로 활용하기만 한다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수준의 공정 유연성과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데빈 말론 매니저는 “디지털 트윈과 버추얼 트윈의 차이점을 보면, 디지털 트윈이 실제 사물의 측정값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버추얼 트윈은 특정 설계, 가공 부품, 서브 어셈블리에 대한 모든 다른 매개변수들까지 고려한다”며 “모든 요소 사이의 상호작용을 가상 세계에서 미리 해볼 수 있고, 만약 조립 규칙이나 검사 규칙 등을 시스템에 잘 입력해 두기만 한다면, 시스템은 데이터로부터 그러한 정보들을 충분히 추출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제조기업의 디지털 전환은 기술보다 사람과 조직 문화에 성패가 달려있다. 데빈  말론은 “결국 핵심은 변화 관리이며, 사람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프로세스에 참여해야 한다”며 “프로세스에 대한 인력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모든 규모의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성공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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