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코리아 핀테크 위크’에서 만난 금융 보안 기술들

금융이 빠르게 디지털로 이동하면서, 금융 사기 수법도 그 속도에 발맞춰 더 빠르고 교묘해지고 있다. 송금은 1~2초면 끝나고 거액이 오가는 부동산 거래도 모바일 앱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편리함이 커진 만큼 계좌 위장, 서류 조작, 스미싱, 사회공학 기법 같은 금융 범죄는 그 틈을 더욱 교묘하게 파고든다.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5’에는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들이 모였다. 특히 금융 범죄를 방어하는 보안 분야에서는 데이터 기반 탐지, 문서 위험 분석, 취약계층 보호 솔루션들이 눈에 띄었다. 서로 다른 접근이지만 공통된 흐름은 금융 범죄 이후의 해결이 아니라, 이전 개입을 통한 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춘 기술들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기업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러한 변화의 방향성을 보여줬다.

더치트, 송금 직전 ‘1초 개입으로 사기 예방

금융사기 예방 솔루션 ‘더치트’의 부스 앞에서는 관람객들이 반복해서 같은 화면을 바라봤다. 스마트폰 송금창에 계좌번호를 입력하자 갑자기 빨간 팝업이 떴다.

“사기 의심 계좌입니다. 계속 송금하시겠습니까?”

이 단순한 경고창이 더치트 기술의 핵심이다. 더치트는 국내 최대 규모로 축적된 사기 피해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송금 흐름 속에서 ‘과거 사기 신고 이력이 있는 계좌·전화번호·메신저 ID’를 실시간으로 탐지한다. 웹과 앱으로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더치트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하루 평균 사기 탐지 수는 약 3만 2000건, 월 평균 조회량은 3억 5000만건, 연간 피해예방 추산액은 8조 4000억원에 달한다.

웹상에서 더치트로 기자의 계좌로 금융 사기 피해 조회를 해 본 결과, 아무런 피해 사례가 없다고 나왔다. (사진=더치트 홈페이지 캡처)

더치트 관계자는 “우리가 구축해온 사기 피해 정보는 단순히 신고 내역을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금융 서비스 내부에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형태로 자동 조회되도록 설계하고 있다”며 “송금이 이뤄지기 직전에 경고 메시지가 뜨면, 사용자는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그 순간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스에서는 실제 사용 시나리오를 그대로 재현했다. 문자 인증을 시도하는 순간 사기번호로 분류된 SMS 발신자를 탐지하고, 송금창에 계좌번호를 넣으면 즉시 더치트 서버와 대조해 위험 여부를 표시했다. 이 기술은 금융권의 ‘책임 전환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과거에는 “고객이 조심해야 한다”는 논리가 강했다면, 지금은 금융사가 더 적극적인 탐지와 예방 기능을 자체 서비스에 내장하는 흐름이다. 더치트는 그 빈틈을 메우는 ‘실시간 사기 경보 장치’를 제공하는 셈이다.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5’ 현장의 더치트 부스 (사진=바이라인네트워크)

회사는 이 솔루션을 기반으로 2024년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규제 테스트베드 국내 1호 서비스이자, 대표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주요 제휴사는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국민은행, 이통3사 등이다.

더치트는 2006년 개인 간 중고거래 사기 신고 플랫폼으로 출발해, 현재는 금융권·유통·통신사에 API 기반 사기 탐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핀테크 보안 기업이다. 누적 사용자 수는 600만명 이상이며, 축적된 사기 신고 데이터는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활용도가 높다. 사기 패턴이 빠르게 진화하는 환경에서 국가 단위 사기 위험 정보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바로코퍼레이션, 부동산 서류 조작 흔적까지 잡아내는 AI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서류다. 등기부등본, 계약서, 주소 변동 내역, 임대차 정보 등 부동산은 특히 더 복한 문서들이 많다. 하지만 이 문서들이 항상 진짜라는 보장은 없다. 전세 사기, 깡통 전세, 서류 위조형 사기 등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부동산 문서 검증은 금융 보안의 중요한 축이 됐다.

바로코퍼레이션은 이 지점에 주목한 기업이다. 부동산 아파트 위협진단 플랫폼 ‘바로홈’ 부스에서는 등기부등본이 화면에 띄워지고, 인공지능(AI)이 의심되는 부분을 자동으로 표시했다. 겉으로 보면 멀쩡한 서류지만 글자의 간격·굵기·기재 패턴 등 위·변조 가능성을 자동으로 탐지하는 방식이다.

바로코퍼레이션이 개발한 부동산 위험 탐지 분석 플랫폼 ‘바로홈’ (사진=바이라인네트워크)

바로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부동산 사기의 상당수는 서류 단계에서 걸러질 수 있지만, 일반 소비자나 중개사, 금융기관 직원이 모든 서류를 정밀하게 검증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그래서 광학문자인식(OCR), 위험 패턴 분석, 과거 거래 이력 데이터를 한 번에 분석해 위험도를 점수로 제공하는 솔루션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대출 심사나 담보 평가 과정에서 조작된 서류가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다. 바로코퍼레이션의 기술은 ‘서류의 신뢰성’이라는 부동산에서의 가장 취약한 구간을 AI가 대신 검증하는 구조로, 부동산 사기와 금융 사기 사이의 경계가 사실상 얇다는 점을 짚어낸 솔루션이다. ▲부동산 데이터 심층 분석 ▲법률 AI 챗봇 ▲데이터 무결성 보장 시스템 ▲부동산 커뮤니티 등 기능을 제공하며 부동산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바로코퍼레이션은 부동산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도를 분석하는 ‘AI 기반 부동산 플랫폼 기업’이다. 특히 등기부등본 위변조 탐지와 거래 위험 점수화는 금융권 대출 심사, 담보 평가, 전세 계약 검증 등 실제 사고가 발생하는 지점을 겨냥한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노리스페이스, 이미지 포렌식으로 보험 서류 위변조 잡는다

문서 위변조 탐지 솔루션을 선보인 노리스페이스(NoriSpace)는 ‘NoriS 위변조 탐지 솔루션’을 전면에 내걸었다. 부스 앞 패널에는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는 서류 위변조를 AI로 쉽게 탐지하는’이라는 문구와 함께, 보험금 청구서·거래 내역서 같은 문서 이미지에서 위조 흔적을 찾아내는 시연 화면이 설치돼 있었다.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5’ 현장의 노리스페이스 부스 (사진=바이라인네트워크)

이 기술은 인공지능(AI)과 컴퓨터 비전 기반 이미지 포렌식(Image Forensic) 기법을 사용한다. 단순히 텍스트만 읽는 것이 아니라 문서 이미지 전체를 분석해 질감, 글자 모양과 배치 같은 타이포그래피의 이상 징후를 잡아낸다. 실제로 회사는 이 기술을 활용해 보험사의 위변조 청구 서류를 탐지하는 ‘지능형 통합 문서 사기탐지 시스템’을 개발했고, 여러 보험사와 공동 실증을 통해 수백건의 위변조 의심 사례를 찾아낸 바 있다.

노리스페이스는 본래 비정형 데이터를 자동으로 정형화하는 인공지능 모델 ‘노리스 엔진(NoriS Engine)’을 개발해 온 업무 자동화 스타트업이다. 이번 핀테크 위크에서는 그 핵심 기술을 금융 사기 대응 영역으로 확장한 사례를 보여준 셈이다. 금융권 입장에서는 보험·대출·여신 심사 과정에서 쌓여 있는 방대한 문서 이미지를 사람이 일일이 검토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이런 이미지 포렌식 기반 자동 검증 기술이 ‘서류 신뢰도’를 높이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어 보인다.

노리스페이스 관계자는 “문서 조작 기술이 점점 정교해져 일반인뿐 아니라 금융기관 직원도 위변조 여부를 한 번에 판단하기 어렵다”며 “이미지 포렌식 기반으로 문서의 비정상 패턴을 자동 탐지해, 개인·중개사·금융권이 위험 문서를 빠르게 걸러낼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이니그마, 치매 환자·고령자를 위한 보호자 승인기반 송금 시스템

한 눈에 “이 기술은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치매 머니, 스미싱 안심 승인 시스템’이라는 문구 아래에는 기존 은행의 단일 승인 방식과 이니그마의 멀티 승인 방식이 비교되고 있었다.

이 시스템에서는 계좌 주인이 일정 금액 이상을 이체하거나 의심 거래로 분류된 출금을 시도할 때 거래가 곧바로 승인되지 않는다. 먼저 보호자 혹은 지정된 승인자에게 알림이 전송되고, 해당 보호자가 스마트폰에서 ‘승인’을 눌러야 비로소 송금이 이뤄진다. 물론, 모든 송금에 보호자 확인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다. 소액은 임의로 송금할 수 있도록 금액 설정을 할 수 있다.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5’ 현장의 이니그마 부스 (사진=바이라인네트워크)

이니그마 관계자는 “고령층의 스미싱 피해는 문자 한 통, 전화 한 번으로 발생하기에, 거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보호 방법”이라며 “보호자 승인 장치를 계좌 옆에 하나 더 둠으로써 사회공학적 공격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시스템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주요 은행들과 실증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는 보호자에게 도착하는 인증 메시지, 통신사 패스(PASS)·SMS 등 다양한 인증 방식, 고액 이체 시 자동으로 켜지는 경고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상세히 설명돼 있었다. 이 기술은 단순한 보호자 승인제를 넘어 가족 기반의 안전망을 금융 서비스 구조 속에 새로 심은 장치처럼 보였다. 특히 사회공학 공격은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차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믿을만한 사람이 최종적으로 한 번 더 보는 구조가 효과적으로 느껴졌다.

이니그마는 기업용 메시징·푸시알림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최근 메시지 기반 인증·연동 기술을 바탕으로 금융 안전 솔루션으로 확장했다. 특히 고령층·치매 환자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가족 기반 금융 안전 장치를 제공하면서 사회적 금융 보안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핀테크 위크에서 기업들이 보여준 공통된 금융 보안의 흐름은 ‘사고 이후 대응’이 아니라 ‘사고 이전 개입’으로 같은 방향성 제시하고 있었다. 복잡해지는 금융 환경에서 금융 범죄는 이제 사용자의 실수만으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술이 사람과 재산을 보호하도록 더 지능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기술이 더 깊게 금융에 들어올수록, 앞으로의 금융 보안 기술은 더 세밀하고 더 인간 중심적인 방식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5’는 금융위원회 주최로 열린 행사로 ‘금융 혁신과 소비자 보호’를 주제로 26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됐다. 국내외 핀테크 기업·금융사·보안 기업들이 참여했으며, 기술 혁신과 안전성 확보가 동시에 요구되는 금융 환경의 흐름을 보여준 자리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곽중희 기자> god8889@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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