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 속에서도 혁신 도전…오아이스펀드·프랙탈에프엔 주목

금융 규제와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도 스타트업들은 과감히 새로운 금융 서비스에 도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음악저작권 담보 상품을 선보이는 오아이스펀드와 투자 전문가 기반 토큰 증권(STO)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랙탈에프엔이 꼽힌다. 두 기업은 기존 금융권의 한계를 넘어 혁신적 금융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아이스펀드는 부동산 투자 상품을 시작으로 현재 업계에서 유일하게 음악저작권 담보 투자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2021년 금융감독원의 정식 인가를 받았으며, 지금까지 약 252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김성길 오아이스펀드 대표는 지난 20년간 저축은행과 캐피털 분야에서 현업 경험을 쌓으며 고객 자산 보호와 리스크 관리에 대한 통찰력을 키워왔다. 동시에 그 과정에서 금융권의 한계를 절감했다. 복잡한 심사 절차와 여전히 높은 진입 장벽, 시스템 밖으로 소외되는 다수 금융 소비자들이 그 사례다.

김 대표는 기존 제도권 내에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해결책으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정적 전환점은 결핍의 발견에서 시작됐다”며 “무엇보다도 가장 금융이 필요한 금융 취약계층이 제도권의 문 앞에서 돌아서야 하는 현실이 저를 갈등하게 했다”고 말했다.

오아이스펀드는 2022년 3월 업계 최초로 ‘음악저작권 담보 상품’을 개발·런칭했다. 현재까지도 업계에서 유일하게 운용되는 상품이다. 타사가 동일 상품을 출시할 가능성도 있지만, 오아이스펀드는 선진입과 운영 경험, 심사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음악저작권 가치 평가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기술력 기반의 시그니처 상품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온투업은 전통 금융투자업과 달리 플랫폼 중개 성격과 투자 상품 운용 성격이 혼재돼 규제 경계가 모호하다.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도 임직원의 준법의식 부족으로 실행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오아이스펀드는 내부통제 매뉴얼을 고도화하고, 자본시장법상 의무 규정과 금융위 가이드라인을 통합한 ‘이중 준법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운영 중이다.

향후 오아이스펀드는 음악저작권 담보 상품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음악저작권 가치 평가 시스템 개발과 데이터·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 심사 기술 확보에 나선다. 또한 음악저작권에 대한 STO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누구나 소액 단위로 투자할 수 있고, 유동성과 투명성을 높인 안전한 투자 플랫폼을 마련해 음악저작권 사업 확장을 준비 중이다.

이어 일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은 경제 규모 세계 4위이지만 핀테크 분야는 비교적 낙후돼 있다. 그러나 아베·기시다 정부의 ‘규제·행정 디지털화’ 정책과 금융당국의 ‘금융 디지털 대전환’ 선언으로 디지털 금융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 오아이스펀드는 이를 적기로 판단하고 일본 진출을 준비 중이다. 도쿄 시야부에 본사를 둔 EVA 엔터테인먼트와 일본 실감형·몰입형 콘텐츠 전문 개발사 투핸즈메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프랙탈에프엔은 검증된 투자 전문가가 자신의 계좌를 통해 직접 수익증권을 발행하면, 소비자들이 해당 전문가의 수익률을 그대로 따라갈 수 있는 STO 서비스에 도전하고 있다. 2021년 창업 당시에는 시장의 큰 관심을 얻지 못했지만, 2023년 2월 금융위원회가 STO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같은 해 5월 소풍벤처스와 더벤처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문명덕 프랙탈에프엔 대표는 2019년 카사코리아 출현을 창업 계기로 꼽았다. 금융사가 아닌 핀테크 회사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부동산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모습을 보고, 국내에서 새로운 신종증권 발행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문 대표는 “혁신금융은 최대 4년의 시험 기간을 거친 후 법제화를 추진하는 정부 가이드라인이 있기에, 2023년 국내 신종증권 발행 제도 도입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직장 생활과 국민대 전문대학원 박사과정을 병행하며 카피 트레이딩(소셜 트레이딩) 서비스를 신탁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며 “정부가 신종증권 발행 기회를 열어준 덕분에 박사 논문 완성 후 곧바로 창업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는 이미 다양한 주식 추천 서비스가 존재한다. 대부분은 자신들의 추천 엔진 우수성을 강조하며 영업을 하지만, 직원들이 실제로 자사 추천 엔진으로 투자할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투자 성향과 원하는 수익률이 사람마다 다른 만큼, 자신의 스타일에 맞고 능력 있는 전문가를 추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 프랙탈에프엔의 서비스가 시작됐다.

문 대표는 “ETF 펀드매니저로 7년간 일하면서 사람들은 ETF 추천보다는 ‘현재 어떤 종목을 가지고 있느냐’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이를 기반으로 전문가의 포트폴리오를 하나의 상품으로 만드는 서비스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신탁 방식 신종수익증권 발행으로 혁신금융 지정을 받은 기업은 카사코리아, 루센트블록, 펀블, 에이판다파트너스, 뮤직카우, 갤럭시아머니트리 등 총 6곳이다. 혁신금융 지정은 금융업 라이선스 예비인가와 유사한 수준으로, 중소 핀테크 기업이 받기 어려운 구조다.

프랙탈에프엔도 지난해 한차례 도전했으나 자본금 요건 등 사유로 미지정 통보를 받았으며, 현재 재지정을 준비하고 있다. 혁신금융 지정 외에는 해당 서비스를 운영할 방법이 없어, 미지정 사유를 하나씩 해소하며 준비를 진행 중이다.

문 대표는 프랙탈에프엔이 가능한 한 빠르게 정부로부터 혁신금융 지정을 받은 뒤, 관련 서비스를 해외에도 론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 전문가를 직접 추종하는 서비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보편화되면, 소비자들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투자 시 단순 국가 ETF 방식이 아니라 각국 전문가에게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선택지를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개별 전문가 1인에게만 의존하는 상품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비슷한 성향의 전문가 10인의 수익증권을 담은 재간접 펀드 상품을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자신의 투자 성향을 유지하면서도 개별 위험도를 낮출 수 있는 새로운 금융상품을 활용할 수 있으며, 투자 전문가가 직접 금융상품을 발행할 수 있는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소비자 맞춤형 금융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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