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비주얼스튜디오 2015’ 10월14일 기술지원 종료
마이크로소프트의 통합개발환경(IDE) ‘비주얼스튜디오’의 현존 버전 중 가장 오래된 버전인 ‘비주얼스튜디오 2015’의 기술지원이 오는 10월 14일로 종료된다. 윈도우10 시대를 열고, 윈도우8 시대의 막을 내렸던 풍운의 개발도구가 끝을 앞두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비주얼스튜디오 2015는 2015년 7월 20일 처음 출시됐다. 2016년 6월 27일 배포된 업데이트3가 오는 10월 14일로 기술지원 종료된다.
2015년은 마이크로소프트 플랫폼에 일대 전환기였다. 윈도우10이 그해 4월 처음으로 소개됐고, 하나의 코드베이스로 다양한 기기에서 실행되는 앱을 만드는 ‘유니버셜 윈도우 플랫폼(UWP)’이 도입됐다. 이와 함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전향적 태돌르 보이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리눅스와 맥OS에서도 실행가능한 코드 편집기 ‘비주얼스튜디오코드(VS코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윈도우 종속적인 개발 프레임워크였던 닷넷은 ‘닷넷코어’란 이름의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풀렸다.
이 시기 마이크로소프트의 야망은 컸다.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에서 iOS, 안드로이드 등과 직접 경쟁을 포기하고, 크로스플랫폼 개발이란 트렌드를 앞세워 균열을 만들려 시도했다.
일단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10에서 디바이스별로 쪼개졌던 OS 커널과 드라이버 모델, 네트워킹 스택, 서브시스템 등 주요 요소를 ‘원코어’로 통합했다. PC용 윈도우, 윈도우폰, 임베디드용 윈도우, X박스 등으로 분화됐던 커널과 API를 하나의 코어로 합치고, OS가 사용자 기기를 인식해 API 활성화 및 작동을 조절하게 했다. x86이나 Arm으로 나눴던 하드웨어 아키텍처도 동일한 코어로 지원하게 됐다.

윈도우10 개발 프레임워크로 내놓은 UWP는 PC, 태블릿, X박스, 홀로렌즈, IoT 등의 모든 마이크로소프트 OS 기반 기기를 위한 앱을 동일한 코드로 만들 수 있게 한다는 개념이었다. 기본적으로 윈도우10용 UWP 기반 앱을 만들고, 특정 디바이스 특화 API만 추가하면 손쉽게 여러 디바이스에서 실행할 수 있었다. 각기 다른 사양과 하드웨어, 플랫폼 조건을 가진 디바이스마다 개별 앱을 따로 만드는 개발자의 불편을 없앤다는 취지였다. 반응형 UI를 통해 화면 크기, 입력 방식에 맞춰 UI가 자동으로 변경되고, 앱 배포도 윈도우스토어로 단일화해 수고를 줄였다. UWP 앱은 OS 차원의 샌드박스에서 실행돼 보안 면에서도 안전했다.
윈도우폰을 폐기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브젝트-C 기반의 iOS 앱과 안드로이드 앱을 윈도우10용 UWP 앱으로 변환하는 도구 ‘프로젝트 아일랜드우드’, ‘프로젝트 아스토리아’를 선보였다. 윈도우7 이전의 Win32 API로 만들어졌던 데스크톱 앱을 UWP로 전환하는 도구 ‘프로젝트 센테니얼’도 출시했다.
닷넷프레임워크의 핵심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닷넷코어는 타 OS의 API를 활용하게 함으로써 윈도우 앱 생태계를 경쟁자의 진지로 확장하는 역할을 했다.

비주얼스튜디오2015는 이같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크로스플랫폼 전략을 실제로 구현하는 환경이었다. 닷넷코어 기반으로 UWP 앱을 만들고, 자마린이란 크로스플랫폼 개발도구와 접목해 모바일, X박스, MR기기 등으로 앱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었다. 윈도우8과 윈도우XP SP2 지원을 유지한 것도 레거시 앱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전환을 위한 용도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통해 윈도우10에 부족한 모바일용 앱을 빠르게 확보하고, 기존 닷넷 개발자의 비효율적 노동 부담을 덜어주면서 더 적은 노동으로 더 많은 수익을 거두게 해 개발자 생태계를 공고히 구축한다는 장밋빛 꿈을 그렸다. 이때 공개한 홀로렌즈는 윈도우 개발자 생태계가 놓쳐버린 모바일 영역 대신 MR이란 신시장을 열어준다는 낭만과 야망을 담았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야심과 꿈은 실패했다. 윈도우 원코어 아키텍처는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지만, UWP는 여러 한계를 드러내면서 2020년 들어 사실상 폐지됐다. 2016년 자마린을 직접 인수하면서 강화하려했던 크로스플랫폼 전략은 개발자 진영의 미지근한 반응으로 후순위로 밀려났다.
UWP에 앞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앱 생태계 이분화란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었다. Arm 아키텍처 진출을 시도한 윈도우8 출시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 앱 생태계의 근간이었던 Win32 프레임워크를 쓸 수 없게 했다. Win32 프레임워크가 OS와 하드웨어에 너무 깊이 접근하게 해 보안 위험성을 높인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멀쩡히 잘 돌아가던 무수한 윈도우용 앱이 윈도우8 이후 버전에서 쓸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윈도우 앱 개발자들은 모던UI란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프레임워크 채택을 거부하다시피 했다.
UWP는 개발 생태계의 이분화를 해결하긴 커녕 오히려 강화한 전략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UWP 앱의 배포 및 인증 경로를 윈도우스토어로 단일화함으로써 생태계 진입로를 축소했다. Win32로 만들어진 기존 데스크톱 앱의 UWP로 전환만 요구했을 뿐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스토어에 Win32 앱 등록을 받아주지 않았고, 레거시 Win32 앱이 윈도우10용 UWP 앱보다 더 많은 상황은 더 오래 이어졌다.
UWP의 핵심인 크로스프랫폼 전략도 개발자에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하나의 코드로 모든 윈도우 기기에서 실행할 수 있다는 약속은 거창했지만, 실제로 윈도우를 활용하는 기기는 PC 위주였다. 대세였던 모바일 시장으로 진출할 수 없고, 임베디드도 안드로이드에 밀리는 상황이었으며, X박스와 홀로렌즈 앱 시장은 매우 작았다. 개발자가 굳이 PC만을 위한 UWP 앱에 매달릴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구글, 페이스북, 어도비 등은 UWP 앱을 만들지 않았다. 게임사도 거의 호응하지 않았다.
윈도우10 네이티브로 개발된 UWP 앱이었지만, 성능도 좋지 않았다. 하드웨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고, 고성능 앱 개발도 불가능했다. UI 제어도 어려웠다.
UWP는 2018년 마이크로소프트가 Win32 앱의 윈도우스토어 등록을 허용하면서 힘을 잃기 시작했다. 2020년 마이크로소프트가 ‘프로젝트 리유니언(현재의 윈도우 앱 SDK)’이란 이름으로 UWP와 Win32 앱의 통합을 선언하고 WinUI와 웹뷰로 초점을 옮겼다. UWP는 사실상 유지보수 모드로 넘어가 유명무실해졌다.
iOS용과 안드로이드용 앱을 UWP나 윈도우 앱으로 변환하는 도구도 실패했다. 안드로이드 앱을 윈도우에서 실행하게 하는 브릿지도구 ‘프로젝트 아스토리아’는 1년만인 2016년 사라졌다. 프로젝트 아일랜드우드도 소리소문 없이 중단됐다.
비주얼스튜디오2015 자체가 실패하진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개발 프레임워크를 십분 활용하려면 관련된 회사와 개발자는 무조건 비주얼스튜디오에 의존할 수박에 없었던 탓이다.

비주얼스튜디오2015와 같은 시기 출시됐지만 오히려 더 강력한 생태계를 동생이 있다. VS코드다. 자바 생태계의 전설적 개발자 에리히 감마의 주도로 만들어진 VS코드는 오픈소스로 공개된 후 강력한 코딩 보조 기능과 유연한 확장을 주무기로 삼아 순식간에 개발자도구 생태계를 장악했다. 오늘날 가장 인기있고 영향력 있는 IDE는 VS코드다.
비주얼스튜디오2015는 생성형 AI란 새 유행을 포착하기까지 마이크로소프트가 좌충우돌식으로 펼쳐보였던 개발자 플랫폼 전략을 보여준다. 당시 내보였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약속과 비전 대부분이 실패했거나 은근슬쩍 사라졌다.
모든 디바이스로 윈도우 앱을 배포하게 한다는 21세기 마이크로소프트의 원대한 꿈은 코파일럿을 모든 곳에 배포한다는 꿈으로 바뀌었다. 이제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든 전략은 AI와 코파일럿의 확장에 쏠려 있다.
VS코드는 생성형 AI 기반의 코딩 에이전트용 도구로 각광받고 있는데, 오픈소스란 점 때문에 경쟁자인 커서, 윈드서프를 낳았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는 VS코드의 개방성을 줄이고 종속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가오는 10월 14일은 수많은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어 제품의 수명이 끝난다. 비주어스튜디오2015, 윈도우10의 기술지원이 종료되고, 비주얼스튜디오 팀 파운데이션 서버 2015, 비주얼스튜디오용 비주얼C++ 재배포 가능 패키지 등도 종료된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2016과 2019 버전의 기술지원도 끝난다. 윈도우서버2012도 기술지원을 종료한다. 스카이프 포 비즈니스 2016과 2019 버전, 스카이프 포 비즈니스 서버 2015와 2019 버전도 종료된다.
후속버전인 비주얼스튜디오 2017은 2026년 4월 이후 확장 지원 단계로 넘어간다. 현재 비주얼스튜디오2022 버전이 최신 버전이며, 비주얼스튜디오 2025 출시 관련 정보는 아직 공개된 바 없다. 비주얼스튜디오2022의 기술지원은 2027년 1월 21일이며, 20232년 1월 13일까지 연장지원을 제공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