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리서치 “반도체 깎는 ‘식각’ 장비, 요즘 기술은 이래요”
“반도체를 깎는 식각 장비는 깊이를 깊고 일정하게 팔 수 있어야 좋다. 램리서치의 새 식각 장비 ‘아카라’는, 반도체 생산 고객사가 요구하는 최대 조건까지 맞춰 식각을 할 수 있다.”
램리서치가 5일 서울 역삼동 AC 호텔에서 미디어 테크 세션을 열고 반도체 식각 장비 ‘아카라(Akara)’에 적용한 기술을 소개했다. 아카라는 램리서치가 올해 3월 발표한 장비다.
박준홍 램리서치코리아 대표(=상단 사진)는 “우리는 증착과 식각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기업”이라며 “최근 두 분야의 중요도가 상승하고 고객 요구 사항과 난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식각 장비 ‘키요’로 쌓은 20년 노하우를 기반으로 아카라를 통해 식각 분야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증착은 실리콘 웨이퍼 표면에 여러 가지 도체와 절연층을 얇게 쌓는 공정을 말한다. 식각은 증착된 층(박막)을 회로 모양대로 파내는 공정이다. 더 미세한 공정이 요구되는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정밀도가 높은 식각 기술을 가진 기업은 여러 반도체 기업의 주목을 받을 만하다.
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이 회사가 2004년에 출시한 식각 장비 키요는 세계 각 기업에서 현재 3만개 이상 사용하는 중이다. 그러나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3D 낸드, 3D 디램 등 수직 적층 구조를 채택한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더 깊이 안정적으로 식각할 수 있는 장비가 필요해졌다.
램리서치가 말하는 아카라의 장점은 깊이를 깊고 일정하게 팔 수 있다는 것. 업계에서는 이를 ‘종횡비가 높다’고 표현한다. 아카라는 200대 1의 종횡비를 지원한다. 회로의 선폭 대비 깊이가 200배나 된다는 이야기다. 조상준 램리서치코리아 기술총괄 부사장은 “필요한 종횡비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고객사가 정하는데, 지금까지 요구한 가장 큰 조건이 200대 1이었다”고 개발 이유를 설명했다.
이렇게 높은 종횡비가 필요해진 배경에는 낸드, 디램, 칩 기술의 발전이 있다. 현재 3D 낸드 메모리는 200단 내외로 적층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1000단 규모로 적층량이 늘면서 그만큼 깊이 식각할 수 있는 장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디램도 현재의 6F² 구조에서 집적도를 넓힌 4F²로 바뀌는 추세고, 향후에는 적층형 3D 디램이 필요해질 전망이다. 램리서치는 3D 디램 도입 시기를 2030년으로 전망했다. 3D 디램도 마찬가지로 종횡비가 매우 큰 식각 장비를 필요로 한다.
칩 설계 기술은 현재 핀펫(FinFET) 구조에서 4면 모두 게이트로 둘러싸인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구조로 전환하는 추세다. 램리서치는 향후 게르마늄 농도가 서로 다른 펫(FET)을 한 곳에 적층하는 CFET 구조가 적용될 전망인데, 이렇게 만든 칩을 식각하려면 원자 수준의 정밀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램리서치는 아카라가 4F² 구조와 3D 디램, GAA와 CFET 칩에서 요구하는 식각 성능과 정밀도를 충족한다며, 반도체 업계가 더 작고 높은 구조의 소자를 도입할 수 있게 하는 장비라고 강조했다. 또한 6F²나 핀펫 등 현재 상용화된 구조에도 사용 가능하다며 현재와 미래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장비라고 덧붙였다.
특히 CFET 기술을 상용화하려면 현재 최첨단 식각 기술의 변동성을 50% 이상 개선해 안정적인 식각이 가능해야 하는데, 아카라에 적용한 다이렉트드라이브 기술 덕분에 변동성을 CFET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낮췄다고 주장했다.

아카라는 플라즈마를 이용해 고에너지 이온을 분사하는 방식으로 웨이퍼를 깎는다. 고종횡비 구조로 식각하려면 파내는 과정을 수백 번 반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플라즈마를 켜면 초반 몇 초 동안 형광등처럼 불안정하게 깜빡거리는데, 이때 식각이 바로 진행되면 파낸 모양이 일정하지 않다는 문제가 생긴다.
램리서치는 플라즈마를 켰을 때 기존 대비 100배 이상 빠르게 파장을 안정화하는 ‘다이렉트드라이브’ 기술을 개발해 업계 최초로 식각 리액터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온을 그대로 분사하면 웨이퍼 표면이 깎여 손상되거나 이온이 옆으로 튀면서 식각된 부분의 내벽이 필요 이상으로 깎일 가능성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아카라는 이온을 분사하는 주기 사이에 표면과 내벽을 보호하는 막지를 도포한다.
이때 이온 분사 주기가 너무 짧으면 막지를 충분히 두껍게 도포할 시간이 부족하다. 고에너지 이온에 막지와 함께 웨이퍼 표면이나 내벽이 깎여나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램리서치는 고에너지 이온 분사 주기를 늘리는 ‘템포’ 기술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분사 주기가 너무 길면 막지가 필요 이상으로 두껍게 도포되면서 웨이퍼에 불필요한 압력이 가해지고 식각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 램리서치는 이온 분사 주기를 적절하게 늘려 표면 손상 없이 정확하게 식각하는 게 중요한 핵심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온이 내벽을 불규칙하게 깎지 않도록 직진성을 부여하는 ‘스냅’ 기술을 적용해 균일도를 높였다. 외부 압력에 쉽게 흩날리는 저에너지 이온을 최소화하고 똑바로 분사되는 고에너지 이온 위주로 생성한다.
램리서치는 주요 파운드리에서 아카라 장비를 평가하는 중이며, 연구개발(R&D)과 양산 공정 양면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병찬 기자>bqudcks@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