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미국서 만들어라” 트럼프 압박에 애플 ‘난감’

중국 내 아이폰 생산 공장을 인도로 옮기려는 애플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블룸버그는 15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 “인도에 공장을 짓는 걸 중단하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이) 인도에서 사업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팀 쿡에게) 말했다”며 “대화 결과에 따라서 애플은 미국 내 아이폰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대신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라고 직접 요구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대선 후보로 나섰던 2016년에도 이와 비슷한 기조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버지니아주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미국 기업을 처벌해야 한다”며 “애플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가 주장하는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일환이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생산 비용을 줄이려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미국 내 일자리가 줄고 있다며, 해외 생산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면 기업들이 다시 미국에 생산 공장을 마련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무역 적자를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애플은 미국의 대중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에서의 아이폰 생산 비중을 줄이려 하고 있다. 이달 초 팀 쿡은 “회계연도 3분기부터 미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 대부분을 인도 공장에서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인도에서 생산하는 아이폰 대부분을 미국으로 수출할 경우 미국 내 수요를 절반 정도 충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제동을 걸면서 애플은 사면초가에 몰렸다.

중국의 아이폰 생산 공장을 유지하자니 향후 대중 관세가 어떻게 바뀔지 어림짐작할 수 없다. 12일 미국은 중국과의 상호관세를 125%에서 10%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90일 동안만 유효하다.

당초 계획대로 인도의 아이폰 생산 비중을 늘리는 방안도 순탄치만은 않다. 지난달 중국은 자국 내 애플 부품 공급업체가 아이폰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반출하는 것을 막았다. 생산 설비의 운영체제가 중국어로 돼 있어 인도 노동자가 다루기 어려운 점도 지적된 바 있다.

트럼프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이나 인도에 비해 인건비가 비싸고 숙련된 노동자를 구하기 어려우며, 아직 미국에 아이폰 생산 공장이 없는 탓이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을 중심으로 아이폰 공급망을 구축한 탓에 부품 공급 업체도 대부분 중국에 포진했다.

아이폰을 어느 나라에서 생산하더라도 제조단가가 오르는 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아이폰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며, 미 정부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관세가 아닌 다른 데서 가격 인상의 이유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병찬 기자>bqudcks@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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