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AI 활용 생활 ④] 마케터는 ‘전력’으로 AI를 활용한다
생성형 AI는 더 이상 ‘첨단 기술’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미래가 아닙니다. 이제는 누구나, 어디서나,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일상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얼마나, 어디까지’ 잘 써먹느냐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기획은 현실에서 활용되고 있는 생성형 AI의 생생한 활용법을 담았습니다. 현재 AI는 거의 모든 곳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코드를 짜고, 제안서를 만들고, 투자를 유치하고,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고, 고객을 만나고, 보고서를 쓰고, 마케팅 메시지를 정할 때 AI를 자연스럽게 호출합니다. 아니, 거의 모든 순간에 “AI를 일단 던져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때로는 코딩 파트너로, 때로는 논문 요약가로, 또 어떤 날은 외국어 회화 연습 친구로. 이들은 AI를 도구이자 동료로 삼아, 자신의 한계를 조금씩 확장해갑니다.
우리가 만난 사람들은 거창한 혁신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다만, 일이 훨씬 빨라졌고,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됐고, 덜 지치게 됐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게 곧 기술이 사람에게 주는 가장 현실적인 변화 아닐까요? 당신은 AI를 어디까지 써봤나요? <바이라인네트워크> 9주년 창간 기획 [슬기로운 AI 활용 생활]을 통해, AI를 어떻게 ‘내 일’에 쓰면 좋을지, 영감과 실마리를 얻어보시길 바랍니다.
[슬기로운 AI 활용 생활 ➀] 스타트업 대표는 어떤 AI를 쓸까?
[슬기로운 AI 활용 생활 ②] 개발자에게 AI는 ‘도구’가 아니라 ‘동료’
[슬기로운 AI 활용 생활 ③] 시키면 이미지 뚝딱…그래도 사람이 중심
F&B 전문기업 스페이스콘텐츠푸드(SCF)의 브랜딩과 마케팅을 총괄하는 양성욱 CMO는 신메뉴를 구성하고 어울리는 주류를 추천할 때 AI를 활용한다. AI는 주방 동선 변화를 최소화하고 객단가를 올릴 수 있는 신메뉴를 제안하고 메뉴에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해 준다.

물론 AI의 답변을 그대로 메뉴로 만드는 경우는 없지만, 실무에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시간을 단축하는 데에는 AI가 유용하다고 양 CMO는 설명했다.
<바이라인네트워크>의 취재에 따르면 마케터들의 AI 활용 사례는 콘텐츠 생성부터 시장 조사까지 다양하다. B2B, B2C, 브랜딩, 콘텐츠 마케팅까지 여러 마케팅 업무에서 AI를 필수적으로 이용한다는 이들도 다수다. AI에 대한 기술적 이해도가 높지는 않아도 서비스에 대한 상당한 경험을 쌓고 실무에 활용하는 사례가 많은 직군이다.
양 CMO는 메뉴 구성 이외에도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AI를 사용한다. 그는 콘텐츠 원고나 광고 이미지 구성, 제안서 내용을 요약하고 의사 결정에 필요한 핵심 명령을 요약하는 데에도 AI를 활용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퍼플렉시티·그록·챗GPT 등 여러 서비스를 활용한다.
특히 전문 지식 없이도 타 업무를 맡은 이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AI의 장점으로 꼽았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해외 마케팅 업무를 맡은 A씨는 기술 전문성을 강조하는 기업간거래(B2B) 마케팅 실무에 AI를 다각도로 활용한다. 그는 “B2B 기업 특성상 전문성이 필요한데,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AI를 적극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퍼플렉시티부터 뤼튼, 어도비 일러스트 생성형 이미지, 딥엘(DeepL) 등 여러 종류의 AI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으며, 그때그때 목적에 맞는 AI 서비스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마케팅 이미지 소재가 필요할 때에는 어도비 일러스트 생성형 이미지를 만들고, 해외 마케팅 업무를 위해서는 딥엘을 활용한다.
A씨는 업무 단계별로도 활용하는 AI를 완전히 다르게 활용한다. 수 차례 서비스를 활용하면서 각 업무 단계별 적합하다고 판단한 AI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장 조사를 진행할 경우에는 출처를 분명하게 표시하는 퍼플렉시티를 활용한다. 이를 통해 FDA 허가 사례나 국내외 전체적인 동향을 파악해 시장조사 보고서를 만들 수 있다. 국내 시장 조사에는 뤼튼이 유리하다고 A씨는 이야기했다. 그는 각 국내 제약사의 신약 적응 증이나 모달리티 및 임상 상황을 공식 자료를 통해 파악해달라고 뤼튼에게 지시한다.
A씨는 AI 서비스의 강점으로 시장 조사에서의 시간 단축과 다양한 관점을 제시해 다양한 콘텐츠 기획이 가능하다고 봤지만, 세세하고 전문적인 분야일수록 세부적인 사항과 신뢰도가 떨어져 검수 작업이 필수라고도 지적했다.
스타트업에서 콘텐츠 마케팅을 맡고 있는 B씨는 콘텐츠에 대한 완성도 평가를 받는 용도로 GPT를 높게 평가했다.
B씨는 초안 전문을 입력한 후 ‘이 글 읽고 완성도 평가 좀 해줘’라고 명령해 초안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다. 이에 GPT는 ‘스토리텔링이 훌륭함’ , ‘메시지가 명확함’, ‘인용과 인터뷰 활용이 적절함’으로 강점을 평가해 준 후 보완점을 세부적으로 평가한다.
예를 들어 ‘도입부를 더 강렬하게 만들기’라며 다음과 같이 피드백하는 식이다.
‘도입부를 더 강렬하게 만들기’
현재 도입부가 조금 평범한 편이야. 인물의 좌절과 고민을 한 장면으로 강렬하게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아. 예를 들어: “예시 문구” 이런 식으로 당시의 상황을 더 생생하게 묘사하면 독자가 처음부터 확 빨려들 거야.
‘중간에 반복되는 내용이 있음’
‘책을 읽고 인사이트를 얻었다’는 내용이 몇 번 반복됨. 물론 핵심 포인트지만, 너무 자주 등장하면 다소 장황하게 느껴질 수 있음.
*예를 들어, 5문단에서 책을 읽고 깨달은 부분을 강조하는데, 앞에서 사례를 통해 비슷한 논리를 다룬 적 있음. 이를 압축하면 전체 글이 더 타이트해질 것 같아.
스타트업에서 콘텐츠 마케팅을 맡고 있는 B씨의 사례
B씨는 AI 서비스 활용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AI에게 뭔가 직접 생성하거나 검색해 찾게 하면 바로 쓸 수 없는 결과물이 나온다”며 “지금까지 써본 바로는 알고 있는 내용을 정리하기 위핸 문답용, 그리고 작성한 글의 피드백으로 가장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글을 쓰고 나면 ‘안 본 눈’이 필요할 때가 많은데 이를 잘 짚어준다”며, 생성형 AI는 직접 생성보다 평가를 잘한다고 덧붙였다.
결과물이 아닌 광고 소재 초안을 제작하는 데서 생성형 AI를 긍정적으로 마케터도 다수다. 부동산 임대업체에서 B2B 마케터로 일하는 C씨는 광고를 얼마나 빠르게 제작할지를 테스트하기 위해 GPT-4o 모델을 활용했다. 광고 제작을 의뢰했다. 그 결과, 내부에서 전환 성과가 좋다고 평가한 광고와 유사한 결과물이 나왔다.
주니어 입장에서 시간을 단축하고, 콘텐츠의 소구점을 추천하고 보완하는 데에도 유용하다는 답변도 나왔다. 디자인 플랫폼 기업 소속 콘텐츠 마케터인 D씨 또한 소재 제작에서 시간 단축 뿐만 아니라 소재 제작에 필요한 소구점을 추천하고 보완받는 데에 GPT-4o를 이용했다.
특히 영상을 제작할 때 GPT를 이용해 초안을 잡는 데 활용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AI에 의존해 마케터로 시야가 좁아질 수 있을까 우려된다고도 덧붙였다.
단점도 여럿 나왔다. AI 서비스 결과물의 평균치가 높아졌으나, 그럼에도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경우에는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대표적인 예시다.
생성형 AI 서비스를 ‘창작 혹은 생성을 목적으로 이용’할 경우, 주니어의 성장에 지장이 생긴다는 지적도 있다. 생성형 AI 서비스 등장 시기부터 나온 우려가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이번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B2B 소재 기업 마케터 E씨는 “직접 부딪혀야 장단점을 구분하고 좋은 걸 만들 줄 아는데, AI를 쓰는 법부터 익히는 게 맞는가 싶다”고 답했다.
아직까지 실무단에서 AI 서비스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답변도 나왔다. 국내 대기업 계열사 마케터인 F씨는 “보안상 업무 목적으로 생성형 AI 서비스를 활용할 수 없다”며 “별도의 사내 생성형 AI 서비스가 있으나 실제로 활용하는 경우를 보지는 못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