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AI 활용 생활 ③] 시키면 이미지 뚝딱…그래도 사람이 중심

생성형 AI는 더 이상 ‘첨단 기술’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미래가 아닙니다. 이제는 누구나, 어디서나,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일상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얼마나, 어디까지’ 잘 써먹느냐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기획은 현실에서 활용되고 있는 생성형 AI의 생생한 활용법을 담았습니다. 현재 AI는 거의 모든 곳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코드를 짜고, 제안서를 만들고, 투자를 유치하고,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고, 고객을 만나고, 보고서를 쓰고, 마케팅 메시지를 정할 때 AI를 자연스럽게 호출합니다. 아니, 거의 모든 순간에 “AI를 일단 던져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때로는 코딩 파트너로, 때로는 논문 요약가로, 또 어떤 날은 외국어 회화 연습 친구로. 이들은 AI를 도구이자 동료로 삼아, 자신의 한계를 조금씩 확장해갑니다.

우리가 만난 사람들은 거창한 혁신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다만, 일이 훨씬 빨라졌고,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됐고, 덜 지치게 됐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게 곧 기술이 사람에게 주는 가장 현실적인 변화 아닐까요? 당신은 AI를 어디까지 써봤나요? <바이라인네트워크> 9주년 창간 기획 [슬기로운 AI 활용 생활]을 통해, AI를 어떻게 ‘내 일’에 쓰면 좋을지, 영감과 실마리를 얻어보시길 바랍니다.

[슬기로운 AI 활용 생활 ➀] 스타트업 대표는 어떤 AI를 쓸까?
[슬기로운 AI 활용 생활 ②] 개발자에게 AI는 ‘도구’가 아니라 ‘동료’
[슬기로운 AI 활용 생활 ③] 시키면 이미지 뚝딱…그래도 사람이 중심
[슬기로운 AI 활용 생활 ④] 마케터는 ‘전력’으로 AI를 활용한다

“웹툰 상업 시장에선 누구도 대충해서 돈 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최고의 결과물이 나오길 바라니까요. 취미로 하실 분들은 (지브리 화풍 등으로 유명한) GPT-4o를 쓰시면 됩니다. 작품에 쓸 수 있는 AI를 만들어주는 건 다른 문제죠.”

AI 기반 웹툰 제작 스타트업인 리얼드로우의 최상규 대표와 이한모 이사는 아마추어가 AI의 힘을 빌어 프로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노트북 화면 속 이미지는 AI 생성 컷이다.

리얼드로우 공동 창립자인 최상규 대표(오른쪽)와 이한모 이사(왼쪽)

크리에이티브(창작)도 AI와 찰떡궁합이다. 앞으로 창작 영역에서 AI가 더욱 깊숙이 들어갈 것은 시대적 흐름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창작 현장에선 AI가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대표적 창작 분야인 웹툰과 게임의 시장 분위기가 다르다. AI 도입에 웹툰이 보수적이라면, 게임은 적극적이다. 웹툰 독자들이 AI 활용을 엄격하게 보는 편이다. AI에 전부를 맡긴다는 오해가 있어서다. 게이머들은 과정보다는 결과물에 그리고 재미에 우선을 두는 분위기다. 그리고 아마추어와 프로의 영역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게 현장의 제언이다. 창작은 여전히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아마추어는 GPT-4o…프로는 커스텀 모델

현재 이미지 생성은 스타일의 한계가 있다. GPT-4o로 이미지 생성을 부탁하면 현재 시점에선 어떻게 해도 GPT-4o 화풍이 나온다는 것이다. 취미 영역에선 전혀 문제없으나, 최고의 결과물을 원하는 프로 세계에선 이걸 가져다 쓰기가 쉽지 않다.

리얼드로우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커스터마이징(맞춤화)해서 쓰고 있다. 다양한 생성 AI 모델을 회사가 파인튜닝한 모델과 합쳐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도록 자체 도구를 만들었다. AI 도입에 적극적인 ‘클립 스튜디오’라는 업계 내 유명 도구도 쓰고 있다.

“누구나 생성하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떤 스타일을, 어떤 구도를 잘 소화할지는 추가적인 학습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고요. 저희는 학습에 좀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작가 학습 데이터가 많이 필요합니다. 굉장히 효율적으로 학습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이걸 최적화하고 작가의 실제 그림과 얼마나 갭(차이)을 줄일지 이런 것에 집중합니다.”

작가는 S컷에 집중…나머지 컷은 AI

웹툰 독자들은 AI 활용에 민감하다. 작가들이 AI 활용을 드러내 놓고 말할 분위기는 아니다. 리얼드로우의 방향성은 작가들이 작품의 핵심이 되는 S컷을 더욱 공들여 그릴 수 있도록 하고, A컷 등 나머지 부분에서 AI 활용을 추구한다.

“작가와 같이 만드는 방식입니다. AI로 생성하면 동작까지는 따라와도, 시선이나 표정 이런 것들까지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없습니다. AI로 만들면 캐릭터들이 다 카메라를 응시하고 입을 다물고 있거나 그렇죠. 그러다 보니 작가들도 연출 의도를 담기 위해 직접 그리시는 거죠.”

“S컷에 작가들이 충분한 여유를 갖고 그리면서 훨씬 퀄리티있게 만들고, 나머지 A컷은 생성을 하는 되는 방식입니다. S컷에 집중하게 되면서 웹툰의 전체적인 퀄리티를 높이는 거죠. AI가 백업을 해주기 때문에 콘티를 만들 때도 충분히 여유 있게 갈 수 있습니다. 독자 입장에선 작가의 200%를 볼 수 있게 되는 그런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리얼드로우는 올해 하반기 첫 공동 협업 작품 공개를 앞두고 있다. AI 활용에 아직까지 보수적 입장을 보이는 작가 진영 내 반응을 내심 기대하는 중이다. 어시(조수)를 둘 만큼 성공한 작가가 아니더라도, AI가 충분히 어시 역할을 하면서 웹툰의 성공을 도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리얼드로우가 제시한 선명한 이미지 생성을 유도하는 대표적인 프롬프트 키워드 예시

AI에게 먼저 물어보고 요청을

현재 시점에선 초보자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이미지 생성 도구가 GPT-4o다. 동영상 생성 AI로 유명한 ‘클링(Kling)’이 이미지 생성까지 가능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리얼드로우가 건넨 조언은 ‘이미지를 생성할 때, 결과물을 직접 요청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AI에게 결과물을 만드는 방법을 물어보고,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가이드를 받은 다음, 이 가이드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미지 생성해줘 짧게 쓰는 게 아니라 먼저 제안을 받고 그걸로 이미지를 만들어줘라는 접근이 결과물이 좋게 나옵니다. 최대한 정보를 끌어 모으고 다시 GPT한테 정보를 많이 줘서 이미지를 생성하는 거죠.”

“’이미지를 밝고 기분 좋게 만들어줘’가 아니라 그런 이미지를 만들려면 어떤 프롬프트를 쓰면 좋을지 물어보면 풍성하게 표현하는 걸 추천해줍니다. 프롬프트를 커스터마이징하면 좀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한 장의 사진을 넣고 1000자 이상으로 충분히 디테일하게 설명해줘라고 하면 픽셀 단위로 그걸 다 설명해 줍니다. 그걸 가지고 이미지를 만들어줘 하는 것과 몇 줄 내 생각을 적어서 하는 것과는 결과물의 차이가 꽤 큽니다.”

반지하게임즈 창립자인 이유원 대표

텍스트 기반이라면 깜짝 놀랄 업무 효율

‘서울2033’ 시리즈와 최근 출시한 ‘페이크북’ 등으로 잘 알려진 반지하게임즈는 AI를 적극 활용하는 인디게임사 중 한곳이다. 비개발자도 AI를 활용하면서 협업 효율이 크게 올랐다. 이 회사 이유원 대표는 개발 효율을 극대화한 사례를 소개했다. GPT와 함께 스토리 생성으로 유명한 ‘플롯’도 활용 중이다. AI 코드 편집기인 ‘커서(Cursor)’는 일상 도구가 됐다.

“서울2033 스크립트에 AI를 활용 중입니다. 7년째 라이브 중이고요. 텍스트 게임이라 (개발 효율 측면에서) 가성비가 안 나온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두 달에 한번씩 확장팩이라고 DLC(추가다운로드콘텐츠)를 냈습니다. 이게 올해만 3개째 나왔습니다. 처음 만든 건 한달반, 그 다음엔 30일(한달), 그 다음엔 AI를 최대로 써서 해볼게 한 결과, 워킹데이로 3일 정도 걸렸죠.”

“정말 좋은 건 (반복 작업 등) 노가다를 해야 하는 부분을 편하게 시키고, 오히려 창의적인 건 사람이 하는 거죠. 예전엔 아예 시도를 못했던 것도 AI에게 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길이 열린 거죠. 시행착오를 겪은 것은 AI에게 시킬 일과 제가 할 일을 구분하는 게 불명확하면서 시간을 날릴 수 있다는 겁니다. AI로 만들어도 될 만한 것들을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이건 내가 할 거를 구분하니까 엄청 빠르게 끝났습니다.”

“(커서 활용 관련) 커서는 AI에 특화된 코드 편집기입니다. AI 도우미가 있어서 MS 코파일럿과 비슷하죠. 기획자도 작가도 바로 커서에서 작업합니다. 협업 폴더 내 문서를 분석해서 결과를 바로 제시하거나 AI에 이거 만들어줘 요청을 보낸 다음 쉬고 나면 결과가 나와있죠. 비개발 직군이 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통적인) 협업 툴은 아니지만, 커서 내 AI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협업할 때 쓰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노가다 하기 힘든 귀찮은 것들은 시킬 때 많이 쓰죠.”

AI 코드 편집기인 ‘커서(Cursor)’ 업무 활용 사진

AI로 비개발과도 협업 활성화

반지하게임즈는 AI 활용을 일상화하면서 비개발직의 개발 이해도가 올라가, 협업 속도가 크게 빨라진 점을 짚었다.

“프로토타입을 HTML로 빠르게 만드는 등 개발을 전혀 모르는 기획자들이 먼저 게임을 이렇게 만들자 하고 먼저 가져옵니다. 기획자들이 뭔가 설명을 해야 하거나 시각적으로 보여줘야 할 때, AI를 활용하면 너무 편하게 됩니다. 디자이너들도 아트 톤을 어떻게 할지 정하지 못할 때 AI를 돌려 3가지를 만들고 비교 투표를 하는 거죠. 이 톤에 어울리는 걸로 생성하면 자연스럽게 톤이 나오니까요.”

AI 생성 이미지 등은 흑백 등 일부를 제외하고 결과물에 바로 쓰진 않는다. 리터칭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해야 할 부분을 구분하고 계획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AI를 직접 게임에 적용하는 것은 (API 토큰 비용 등 문제로) 어렵습니다. 1월 업데이트엔 아이템 음식 재료로 요리를 하면서 그 묘사를 GPT가 생성하고 본문에 보여주는 것이었는데요. 비문이 나오기도 하고 속도가 좀 느려서 이런 부분에선 워크플로우를 더 잘 짜거나 비용을 들이더라도 좋은 AI를 써야 하는데, 그걸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은 노하우가 생기고 익숙해지면 좀 더 커스텀화된 재미 요소를 선보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AI 등 다양한 활용 수단이 있으니 저희에게 여러가지 길이 얼렸습니다. 좋은 기회죠. 유저분들에게도 재미있을 걸 많이 보여드릴 수 있게 돼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2023년 구글플레이 올해를 빛낸 게임 수상패를 든 김건욱 루트쓰리게임즈 대표. 자료 사진.

‘1시간 코딩 작업을 50분으로’ 꽤 차이 커요

‘데미갓 키우기’ 등으로 잘 알려진 루트쓰리게임즈도 AI를 제작 과정 전반에서 활용 중이다. 김건욱 대표는 1시간 코딩을 50분으로 단축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적게는 수개월부터 수년이 걸리는 지난한 개발 과정 전체를 봤을 때, AI 활용 유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것이란 설명이다.

“1시간 코딩 과정을 대략 50분으로 단축시킵니다. AI를 활용하면 실제 코딩은 금방 끝납니다. 그러나 이게 코딩이 잘 됐는지 안 됐는지 보는데 시간이 걸리는 건데요. 개발자가 원하는 코딩인지 그게 잘 짜였는지 보고 체크하는데 걸리는 것이죠. 하루 8시간 작업이라면 10분씩 총 80분이 절감되고, 1년짜리 프로젝트라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지겠죠.”

“AI가 코딩해 준 걸 그대로 쓰지는 못합니다. 이걸 모아서 그대로 썼을 때, 나중에 버그가 나오면 찾지 못할 수도 있거든요. (개발자 본인이) 나중에 버그가 났을 때 찾을 수 있게 검수를 해야 됩니다.”

“2,3년 이후엔 누구나 게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 밸런스(게임 콘텐츠 간 균형)도 GPT가 다 해주거든요. 퍼즐의 경우 밸런스 DB를 GPT로 뽑는다고 하더라고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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