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숙박산업의 구조를 바꾸겠다는 스타트업 ‘온다’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0년 전쯤 소셜커머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펜션 숙박권과 같은 상품이 인기를 끌었었다. 흥미로운 점은 소셜커머스에서 숙박 예약을 직접 할 수는 없었다는 점이다. 소셜커머스에서 일단 쿠폰을 구매한 후 별도로 숙박업체에 연락해서 예약을 잡아야 했다. 예를 들어 티몬에서 가평에있는 펜션 ‘A’의 숙박권을 사면, 펜션에 전화해서 원하는 날짜에 빈 방이 있는지 확인해서 예약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각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에서 직접 예약까지할 수 있게 됐다. 티몬에서 원하는 날짜에 펜션의 빈 방이 있는지 확인하고 예약할 수 있다. 소비자는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예약과 결제를 한 번에 할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해졌다.

그러나 반대급부도 생겼다. 숙박업주 입장에서는 운영이 복잡해졌다. 펜션과 같은 숙박 상품은 하나의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만 판매하는 경우는 드물다. 티몬뿐 아니라 위메프, 쿠팡, 네이버, 11번가, 지마켓, 야놀자, 여기어때 등 가능한 모든 곳에서 동시에 판매하게 마련이다.

이렇게 여러 곳에서 판매하면 운영이 복잡해진다. 누군가 티몬에서 예약을 하면 숙박업주는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에 일일이 들어가 방이 나갔음을 표시해야 한다. 한 방을 동시에 두 명이 예약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펜션업주가 청소를 하고 있을 수도 있고, 바쁜 일정이 있을 수도 있다.

결국 이 과정은 자동화 되어야 한다. 티몬에서 예약이 이루지면 네이버에서는 그 날짜에 그 방이 팔리지 않도록 자동으로 체크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서로 시스템을 연계하고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 이런 일은 불가능하다.

오늘 <바스리>에서 소개할 스타트업은 숙박업계의 이런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는 회사 ‘온다’다. 이 회사 오현석 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온다는 “숙박업주들이 운영하는 데에 필요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일”을 한다.

숙박 플랫폼 ‘온다’ 오현석 대표

대표적인 것이 앞에서 예시로 설명한 판매관리시스템이다. 온다는 숙박상품을 취급하는 국내 모든 이커머스 플랫폼과 시스템이 연동돼 있다. 즉 앞서 예시한 티몬에서 예약이 일어나면 네이버나 쿠팡에서 그 날짜에 그 방이 판매되지 않도록 온다가 중간에서 자동으로 처리해준다. 숙박업주는 온다를 통해 이커머스 플랫폼 전체에서의 판매를 관리할 수 있다. 각종 통계를 통해 펜션의 비즈니스 현황을 한 눈에 볼 수록 제공하고, 숙박업주가 IT지식 없이도 자체적인 판매사이트를 만들어 예약을 받거나 결제를 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국내 40만 개의 객실을 30개의 채널(이커머스 플랫폼)에 중개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온다는 이와 같은 플랫폼에 대한 아이디어를 항공산업에서 얻었다고 한다. 항공권도 숙박과 마찬가지로  온갖 여행사와 OTA(Online Travel Agency)를 통해 판매되기 때문이다. 하나투어에서 항공권이 판매된다면, 모두투어에서 실시간으로 그 좌석의 재고가 없음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온다의 비전은 단순한 판매관리시스템이 아니다. 숙박 비즈니스에 필요한 모든 프로세스와 자원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SaaS(Software as a Service)로 제공하는 것이다. 판매와 예약이후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모든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하는 그림이다. 숙박업주는 컴퓨터나 스마트폰만 하나만 있으면 숙박 비즈니스를 위한 모든 자원과 프로세스를 관리할 수 있다고 오 대표는 설명했다.

오 대표는 “판매 중개로 시작했지만 판매 중개뿐만 아니라 숙박 사업을 위한 일련의 오퍼레이션(운영)과 관리를 저희 SaaS 플랫폼에서 할 수 있도록 비전을 세우고 그쪽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다는 이를 기반으로 호텔로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호텔은 총지배인을 중심으로 다수의 직원(호텔리어)이 있고, IT시스템도 보유한 경우가 많다. 호텔은 PMS(Property Management System)라는 소프트웨어를 주로 이용한다. PMS는 고객의 체크인/체크아웃, 객실 배정, 객실 요금 및 청구 관리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다. PMS는 판매시스템과 별도로 존재하며, 객실관리시스템(RMS)라는 시스템을 별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온다가 1차적으로 제시하는 가치는 PMS와 판매 네트워크를 합친 것이다. 온다의 SaaS 서비스 하나로 상품을 판매하고 서비스 운영까지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여러 시스템을 복수로 운영하면 데이터가 통합되지 않아서 오히려 불편을 가중시킨다.

사실 호텔산업은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관광객이 발길을 끊었기 때문이다. 이제 고가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거나 다수의 호텔리어를 고용하기 어려운 처지다. 호텔 비즈니스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온다로 통합하면 리소스를 최적화 할 수 있다는 것이 온다 측의 제안이다. 여기에 앞으로는 챗봇 등을 통한 고객관리나 세무신고까지 할 수 있는 회계 기능을 더할 계획이라고 오 대표는 설명했다.

오 대표는 온다가 호텔 산업 전체의 구조를 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호텔 비즈니스는 고급스러움과 호스피탈리티(환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 때문에 비즈니스 성과나 효율성은 호텔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에서 한발 떨어져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호텔도 비즈니스 성과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효율적 운영이 필요해졌다. 이 때문에 온다는 새롭게 부각된 ‘효율성’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온다의 서비스 중에 스마트도어락이라는 것이 있다. 숙박객은 입실 전에 문자로 스마트도어락 패스워드를 받아서 배정된 룸에 입력하고 입실한다. 이렇게 하면 호텔은 체크인-체크아웃을 위한 리소스를 줄일 수 있다. 고객은 프론트데스크에서 만나는 호텔리어의 따뜻한 미소와 친절한 대화는 경험할 수 없겠지만, 대신 프론트데스크 앞에 줄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된다.

오 대표는 “호텔 경영에 대한 정답이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라며 “과거 호텔 소유주는 누구를 총지배인으로 고용하느냐가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였는데, 이제는 어떤 채널에 판매를 해야하는지, 어떻게 운영 효율성을 높일지, 어떤 툴을 사용하는지가 중요한 이슈가 됐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이어 “숙박업은 현재 OTA에 지나치게 무게가 쏠려있어 건강하지 않다”면서 “온다는 숙박 비즈니스를 더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서비스와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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