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중국의 국가 기술 탈취 급증, 산업스파이는 심각한 안보 위협”

산업스파이 활동이 최근 5년간 105건 적발되며 국가 핵심 산업을 위협하는 심각한 보안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기술 탈취 시도가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반도체 분야 피해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정보원은 19일 법무법인 율촌이 주최한 ‘AI 시대의 통합보안’ 세미나에서 최근 산업기술 유출 실태를 공개하며 “산업스파이는 21세기의 가장 큰 안보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최근 5년간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건은 105건 적발됐고, 이 가운데 3분의 1은 매우 중요한 기술이었다”며 “기업들이 추산한 피해액은 약 23조원이며, 반도체 분야 피해액만 17조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기술 유출은 중국에서 집중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미국의 대중 제재가 강화되면서 중국은 해외 인재 확보와 외국 기업 인수를 통한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으며, 국내 연구자들을 주요 표적으로 삼고 있다. 중국은 ‘천인계획(Thousand Talents Program)’과 같은 인재 영입 프로그램을 통해 고액 연봉, 주택, 자녀 교육 지원 등 파격 조건을 내걸고 있다. 실제로 국내 한 대학 교수는 자율주행 기술을 중국에 유출했다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기술 유출 수법은 ▲핵심 인력 매수 ▲협력업체 활용 ▲공동연구 위장 ▲리서치·컨설팅 업체 이용 ▲사법망 회피 ▲인수합병(M&A) 등으로 다양하다. 국정원은 중국 반도체 기업이 미국 내 지사를 설립한 뒤 현지 인력을 채용해 완성 장비를 제작한 사례, 국내 연구자가 도면을 촬영해 해외 이직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등 구체적인 기술 유출 사례를 소개했다.

기업 내부 보안 규정의 허점을 노린 수법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정원 관게자는 “0.1메가바이트(MB)이하 데이터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는 규정을 악용해 자료를 쪼개서 외부로 전송하는 유출 방식이 최근 실제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 유출은 단순히 기업 피해에 그치지 않고 국가 경쟁력과 안보를 직접 위협한다”며 “노트북 파손, 저장매체 은폐 등 치밀한 대응 정황도 적발된 만큼 기업 내부 보안 사각지대를 줄이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기술 유출에 대응하기 위해 국정원은 산업기술보호법,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 외국인투자촉진법 등을 기반으로 유출 조사와 수출 심의, 외국인 투자·M&A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제한 업종을 확대 지정하고, 최대 징역 18년까지 선고 가능한 새로운 양형 기준을 마련해 처벌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정원은 기술 유출 예방을 위한 향후 과제로 ▲피해액 산정 모델 구축 ▲연구보안 체계 강화 ▲외국인 연구원·유학생 관리 ▲국내외 수사·정보기관 공조 확대 등을 제시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미국 등 기술 보호 정책을 구체적으로 운영하는 국가들처럼 독자적 피해액 산정 모델을 마련해야 실질적 처벌이 가능하다”며 “민간·학계·정부가 함께 기술 탈취를 원천 차단하는 보안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곽중희 기자> god8889@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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