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가요] 검찰은 왜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에게 15년을 구형했나
지난 29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법정에 섰다. 검찰은 그에게 징역 15년 및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왜 재계 서열 15위인 카카오 그룹 창업자인 그가 법정에 서게 됐을까.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창업자의 지분을 얻은 하이브와 경쟁해 얻은 SM이 발목을 잡았다.
이수만은 왜 SM 지분을 팔았나
당초 이수만 SM 창업자는 하이브에게 SM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 없었다. 그러나 SM 경영진이 행동주의 펀드와 손잡고 이수만 창업자의 지분율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자, 하이브에게 지분을 넘기는 방안을 택했다.
카카오의 SM 인수 반 년 전인 2022년,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는 SM의 주가가 최대 주주인 이수만 SM 창업자의 회사 ‘라이크기획’ 때문에 저평가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얼라인파트너스는 SM 지분 1.1%를 가진 소액주주였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수만 창업자 관련 회사인 라이크기획과 SM의 계약이 SM의 기업가치를 낮추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장에 따르면 라이크기획과 SM은 프로듀서 용역 계약을 맺고 있는데, SM이 지급하는 로열티와 자문료 등이 지나치게 커 SM의 이익을 깎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그 해 12월 얼라인파트너스는 SM 측에 이사회 개편을 포함한 12가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얼라인파트너스와 손잡은 건 당시 SM 경영진이다. 창업주와 반대노선을 걷기 시작한 것. 당시 대표직을 맡고 있던 이성수 전 SM 대표 이사는 그 다음해인 2023년 1월, 얼라인파트너스의 대부분의 요구안을 받아들였다. 또 제작센터와 레이블을 분리하는 ‘멀티 체제’를 중심으로 한 ‘SM 3.0’을 발표하는 등, 이수만을 단일 총괄 프로듀서로 뒀던 과거와는 다른 시대를 이끌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영진의 결정은 이수만 창업자의 의사와는 정반대였다. 이수만 창업자는 2010년 이후부터 이사회에서 빠진 상황이기도 했다. 이수만 측은 SM 경영진의 얼라인파트너스 제안 수용이 경영권 분쟁을 심화하는 행위라 지적했다.
하지만 얼라인파트너스와 이 전 대표의 지분은 이수만 창업자에 비해 턱없이 모자랐다. 이수만 창업자와 완전히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기에는 부담이 컸다.
SM 경영진의 백기사로 나선 게 카카오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콘텐츠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들고 있어, SM 경영진과 손잡을 경우 SM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기 충분했다.
이에 2023년 2월 7일 카카오는 SM 경영진과 협업하기로 한다. 이 때 SM의 신주와 전환사채 투자로 약 2200억원 규모의 지분 9.05%를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으로는 보통주 신주 123만 주를 1주당 9만1000원에 발행해 취득, 전환사채(CB) 114만주를 추가 확보하는 내용이다.
이 때 이수만 창업자와 SM 경영진의 의견이 갈린다. 이수만 창업자는 앞서 1월 SM 경영진이 이수만과의 협의 없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제안을 받아들여 경영권 분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SM의 신주 발행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 창업자 입장에서는 SM이 카카오에게 신주를 발행할 경우, 본인이 가진 지분이 희석되는 상황이었다. 그는 SM 경영진이 신주를 발행해 상법상 경영적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최대 주주 지위를 박탈하기 위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특히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경영진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원에 신주발행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반면 SM 경영진은 경영상 목적을 위한 정당한 신주 발행이며, 카카오가 플랫폼 회사로 유통과 생산이 모두 가능한 파트너사라고 반박했다.
이수만 구원투수로 나선 하이브
이수만 창업자가 위기에 처한 지 3일 만인 그해 2월 10일, 하이브가 그의 백기사로 나섰다.
이날 하이브는 이수만이 가진 지분 14.8%를 4228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2월 28일까지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최대 595만1826주를 확보하기 위한 공개 매수를 시작했다.
당시 하이브가 SM 인수에 쓰려 한 돈은 약 1조1370억원으로, 만일 하이브가 공개 매수까지 성공했다면 SM 지분 약 40%를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가장 빠르게 나선 건 당사자인 SM이다. 당시 SM은 하이브의 지분 인수 및 공개 매수에 대해 ‘적대적 M&A’로 규정했다 회사 측은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외부의 모든 적대적 M&A와 특정 주주 세력에 의한 사유화에 반대한다”고 했다.
이 기간 동안 하이브와 SM는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성수 전 대표는 이수만의 해외 법인 등을 폭로하고, 하이브를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문을 발표하는 한편, ‘SM 3.0’의 수익화 전략과 카카오와의 전략적 협업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을 업로드했다.
반면 하이브는 이성수 전 대표가 밝힌 부분에 대해 SM 경영진도 알고 있던 구조적 문제로, 하이브와 함께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사회 구성 등도 공개하는 등 SM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 또한 SM 인수를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그는 SM 경영진의 구원 투수로 나선 카카오의 김범수 창업자를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김 창업자가 법원에서 증언한 바에 따르면 2023년 2월 14일 방 의장은 친척인 넷마블 방준혁 의장과 함께 그를 만나, SM을 인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요청했다.
또 하이브는 그해 2월 22일 이수만 창업자의 SM 보통주 352만3420주를 조기 취득했다.
하이브 방해꾼(?)된 카카오, 그리고 원아시아파트너스홀딩스
공격적인 행보에도 하이브의 공개 매수는 실패했다. 공개매수 기간 동안 23만3817주를 매입하며 SM 주식의 0.98%만을 확보했다. 목표 지분의 약 4%에 불과하는 수준이다. 당시 효성그룹 계열 스포츠 마케팅사 갤럭시아에스엠이 공개 매수에 응해 매각한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4주 뿐이다.
검찰 등은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 실패한 배경에 카카오와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이하 원아시아)가 공모해 주가를 임의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라고 봤다. 시세조종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법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실제로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 동안 진행된 원아시아와 카카오의 SM 주식 매입은 SM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공개매수 시작 당시, SM의 주가는 9만원 대에 불과했으나, 16일 이후로는 하이브가 제시한 12만원을 넘어섰다.
주가가 급작스럽게 뛰어오른 시점에 원아시아와 카카오가 SM 주식 매입에 나섰다. 검찰에 따르면 이 때 원아시아는 2023년 2월 16일부터 17일, 27일 사흘간 SM 주식 약 3.4%를 1100억원에 장내 매집했다. 하이브 공개매수 마지막날인 28일, 카카오도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1300억원을 들여 SM 주식 4.4%을 매입했다.
또 3월 3일까지 총 116만7400주를 공개매수해, 총 4.9%를 확보했다. 원아시아와 카카오 모두 IBK 투자증권 판교점에서 SM 주식을 매수했다.
당시 28일 SM 주식 장내 매입의 주체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대량 매수가 나오면서, 28일 SM의 주식은 하이브가 제시한 주당 12만원 선을 넘어선 12만 7600원에 마감했다.
이에 하이브는 금융감독원에 공개매수 마감일인 28일 IBK 투자증권 판교점 계좌로 이뤄진 SM 주식 매수에 대해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금감원은 1일 조사에 착수했다.
SM 포기하고 실익 챙긴 하이브
지난 8월 29일 서울남부지법에서 김범수 창업자의 주장에 따르면, 카카오 측은 이수만 창업자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주식을 매입했다.
그러나 카카오의 예상과 달리 2023년 3월 3일, 이수만 창업자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됐다. 이에 따라 SM 경영진과 손잡고, SM 신주 발행 및 전환사채를 인수하려 했던 카카오의 계획에는 차질이 생겼다.
이후 카카오는 7일부터 26일까지 SM 공개 매수에 돌입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주당 15만원에 SM 지분을 최대 35%까지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카카오는 공시에 공개매수 목적에 대해 지난 2월 7일 사업협력계약을 맺었으나, 이수만 창업자의 가처분 인용에 따라 사업 협력의 불확실성이 증대돼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당시 하이브가 확보한 SM의 주식은 이수만 지분을 포함해 19.43%,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4.9%를 확보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시장 내에서는 하이브가 카카오의 공개 매수에 대항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인해 8일 기준 SM 주가가 주당 15만원을 훌쩍 넘기도 했다.
그달 12일, 하이브는 SM 인수를 포기하는 대신 사업을 협력하는 방안으로 우회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24일 하이브는 카카오의 공개 매수에 응해 보유하고 있던 SM 주식 전량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카카오는 공개매수에 성공했다. 당시 공개매수 경쟁률은 2.27 대 1이었다.
SM 인수하고 발묶인 카카오
카카오는 2023년 3월 진행한 공개 매수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2월 장내 매집으로 인해 발목이 묶였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과 당시 경영진 뿐만 아니라 김범수 창업자까지 시세 조종 혐의에 휩싸였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카카오 측이 원아시아와 손잡고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는 카카오가 SM 인수 목적을 숨기고자 하이브에 대한 대항 공개 매수가 아니라 원아시아와 공모해 2월 중 하이브의 공개 매수보다 높게 시세를 고정하는 등 시세조종 매집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카카오는 장내 매입에 법적인 문제가 없으며, 이미 SM의 주가가 크게 올라 하이브가 공개 매수를 실패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SM과의 사업 협력을 위해 지분을 확보하자는 취지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은 이 과정에서 그룹 총수인 김범수 창업자가 카카오의 SM 시세 조종에 개입한 것으로 판단했다. 2023년 4월 금감원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그리고 SM 본사를 압수수색한 데에 이어 그해 8월에는 김 창업자의 사무실까지 압수수색했다.
이어 금감원은 2023년 11월 김범수 창업자 등 카카오 최고경영진들을 SM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에 가담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8개월 후인 2024년 7월 9일, 김 창업자 또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8일 뒤인 7월 17일 김범수 창업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재는 1심 선고가 남은 상황이다. 지난 8월 29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로 김범수 창업자에게 징역 15년 및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개매수 상황에서 경쟁관계 주체에게 허용되는 장내매수 방법과 범위가 어디까지인가”가 쟁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심 선고 기일은 오는 10월 21일 오전 11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