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겜BN] ‘GTA6와 엮일라’ 박 터지는 2026 게임대전
게임기업들이 숨고르기를 속속 택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신작 출시일을 재조정하거나 개발 완성도를 위해 출시 일정 연기를 알리는 일이 잦아졌다. 그만큼 각박해진 시장 경쟁 현황을 반영하는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크래프톤의 ‘서브노티카2’ 개발 지연이 수면 위로 불거졌고, 엔씨소프트가 신작 출시일을 조정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신작 공백이 큰 가운데에도 줄줄이 신작 연기를 알렸다. 연내 차기작 등판에 온통 관심이 집중된 펄어비스마저도 출시일을 연기했다. 내년 5월 출시가 예고된 메가톤급 블록버스터 GTA6<대표 이미지>의 영향권에 놓이더라도, 회사가 보는 완성도를 우선순위에 두고 출시를 미룬 것이다.
그 속도면 30년 걸려
얼리액세스 연기로 더욱 유명해진 게임이 크래프톤의 해양생존탐험 게임 ‘서브노티카2’이다. 전작 유명세로 인해 차기작의 등장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이 가운데 개발 스튜디오 언노운월즈(Unknown Worlds)를 인수한 크래프톤과 전임 경영진 간 법적 분쟁이 벌어졌자, 초대형 커뮤니티인 레딧에서도 수시로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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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공유사이트 SCRIBD에 공개된 법원 문서를 보면 크래프톤 대리인이 제출한 답변서에 5억달러에 언노운월즈를 인수한 뒤, 찰리 클리블랜드와 맥스 맥과이어 전임 경영진이 각각 2억달러를, 테드 길이 6000만달러를 수중에 넣게 됐으나, 이후 맡은 바 역할을 저버리고 서브노티카2 프로젝트를 등한시했다는 게 요지다.
세 명의 전임 경영진은 올해 서브노티카2 얼리액세스 출시를 목표로 했지만, 크래프톤이 내년에 계약 만료되는 추가 수익금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 고의로 지연시켰다고 주장 중이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서브노티카2를 그대로 출시했다간 IP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원 문서에는 내부 인원 간 대화에서 “그 속도대로라면 30년 동안 개발에 매달릴 것”이라는 재미있는 표현이 등장한다. 올해 말 얼리액세스에 기대했던 개발 수준에 한참 못 미쳤다는 얘기로, 의도했던 버전의 12%라고 평가했다.
엔씨도 다작한다…내년에만 7개 신작 준비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5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으로 다수 신작 출시 일정을 확정했다. 그는 “브레이커스, 타임테이커스, LLL 그리고 스핀오프 게임 4종 등 다양한 신작들을 분기별로 쏠리지 않게 분기별로 촘촘히 출시하고자 한다”며 “2026년 매출 가이던스 2조원에서 2조5000억원을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레이커스는 내년 1분기, 타임테이커스 내년 2분기, LLL은 내년 3분기 출시로 잡았다. 이들 게임에 대해선 내년 5월 출시가 확정된 GTA6가 언제 나오냐에 따라 소폭 변동 가능성도 알렸다. 스핀오프 게임 4종은 출시 시점마다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한다.
박병무 공동대표)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크게 달라진 건 없는데 올해 하려고 했던 브레이커스가 내년 1분기로 그 다음에 LLL은 내년 중반 이후 3분기로 그 다음에 타임 테커스는 2분기로 한 이유가 게임성을 좀 더 완성도를 높이고, 우리 게임 사이에 퍼블리싱 일정이 충돌이 안 되게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다시 재배치를 하는 과정에서 일어났습니다. 어떤 개발 상황에 딜레이가 있어서 그런 거는 아니다라고 봐주시면 좋고요. 느끼시기에는 분기별로 저희가 질서 있게 퍼블리싱 계획을 세운 것이 조금 늦어졌다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으실 것 같지만 그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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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겜즈, 내년 적자탈출 올인
카카오게임즈(카겜즈)는 올해 예정했던 신작 출시를 내년으로 대거 미뤘다. 뚜렷한 실적 개선 시점은 내년으로 봐야 할 상황이다. ▲갓 세이브 버밍엄 ▲프로젝트Q ▲크로노 오디세이 ▲프로젝트C를 올해 4분기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모두 내년 출시를 예고했다. 조혁민 최고재무책침자(CFO)가 신작 일정 재조정을 알리며, 일시적 속도 조절이라고 재차 짚었다.
일정 조정은 단기적으로는 매출 성장 시점을 다소 늦출 수 있지만 그동안 추진해 온 비용 구조 효율화 등 단계적인 체질 개선과 핵심 사업 중심의 사업 구조 재편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지금 중장기적으로는 더욱 견고한 성공 기반을 마련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결정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일시적인 속도 조절일 뿐 카카오 게임즈의 성장 방향성과 본격적인 대작 출시 이후 의미 있는 규모의 실적 반등이라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콘텐츠 완성도와 서비스 경쟁력을 충분히 끌어올림으로써 내년도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에 있어 더욱 큰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Q와 크로노 오디세이 모두 완성도 보강을 진행한다. 프로젝트Q는 콘텐츠 볼륨 확장과 언리얼엔진5를 활용한 최고 그래픽품질을, 크로노 오디세이는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아쉬운 평가를 개선하겠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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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사막’ 또 지연…결국 주가 급락
펄어비스가 13일 실적발표에서 차기 야심작 ‘붉은사막’ 출시를 올해 4분기에서 내년 1분기로 미뤘다. 경쟁사 대비 소폭 지연이 아니냐고 볼 수 있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회사가 지난 몇 년간 붉은사막에 올인하다시피 개발력을 집중해와, 실적 개선의 단 하나의 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 같은 지연은 주주들의 성화를 불렀다. 장 초반부터 전일 대비 20% 이상 급락장을 보였다.
회사 적자는 이어졌다.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796억원, 영업손실 118억원, 당기순손실 227억원이다. 대신증권은 보고서에서 펄어비스에 대한 ‘보수적 접근’을 추천하며 “회사는 지연 사유로 매번 개발 완성도 제고, 파트너사와의 협업 문제 등을 언급하고 있지만, 2024년부터 본격적인 B2C(대중) 마케팅이 시작됐는데도 스팀 지표가 저조한 상황을 고려하면 현재 마케팅 성과에 대한 의구심까지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NH투자증권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몇 년째 이렇게 미뤄지고 있는데 회사에서 이 타임라인에 대해서 이제 신뢰감이 좀 많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GTA6 때문에 또 못 나온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하셨는데 내년 가서 또 반복하시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허진영 대표는 “연내 최적의 출시 시점을 찾을 수 없었다”며 “내부적으로는 일자를 확정한 만큼 최대한 일정 관리를 철저히 하여 1분기 이상 지연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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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