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법인계좌 허용…가상자산거래소·은행 ‘협업 전략’ 주목

금융위원회가 올해 하반기부터 일부 기관투자자에게 가상자산 투자용 실명 계좌를 시범 허용한다. 이에 따라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와 제휴 은행들 간 협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범 허용 대상은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 중 금융사를 제외한 상장사와 전문 투자사로 등록한 법인 등 약 3500곳이다.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거래소와 제휴한 은행의 ‘법인 영업력’으로 평가된다. 법인 고객이 거래소를 선택할 때 제휴 은행의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주요 판단 요소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법인 투자가 거래소 간 판도를 뒤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가상자산거래소 1위인 업비트의 제휴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인 만큼, 향후 법인 투자가 본격화되면 법인 영업력이 강한 빗썸(KB국민은행), 코빗(신한은행)이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업비트의 압도적인 유동성을 기반으로 케뱅과의 시너지 효과 또한 기대되고 있다.

케뱅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비대면으로 가상자산 이용 법인 등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부터 검찰, 국세청 등 국가기관의 국고 환수를 위해 가상자산 거래에 필요한 법인 계좌 개설을 진행해 왔다. 현재 60개 국가기관이 케뱅 법인 계좌를 활용해 가상자산 법인 거래를 하고 있다.

케뱅 관계자는 “5년간 업비트와 제휴하며 사업과 자금세탁 관련 업무 이행도가 타행보다 높다”며 “올해 6월 월드비전이 케뱅에서 법인 계좌를 개설해 가상자산 매도와 대금 출금을 완료했다”고 강조했다.

업비트 측은 법인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편리한 이용자 인터페이스(UI)와 이용자 경험(UX) 제공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비트 관계자는 “향후 공개될 금융당국의 법인계좌 가이드라인에 대응하기 위해 케뱅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빗썸은 제휴은행인 국민은행이 법인 영업력뿐만 아니라 디지털 인프라와 기술력에서도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인 투자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빗썸 측은 국민은행과 현재 법인 고객의 회원가입 지원을 중심으로 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빗썸은 법인 투자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법인 영업팀을 구성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다. 특히 법인 회원 가입을 희망하는 고객에게 직접 방문해 계정 개설, 고객확인 절차 등의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법인 대상 서비스 정보를 제공하는 ‘빗썸 BIZ’ 페이지를 신설했다.

코인원의 제휴은행 카카오뱅크는 연내 법인 계좌 개설을 목표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뱅 측은 코인원과 법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향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적 협업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안정적 서비스 운영과 보안을 중심으로 시스템 개발에 나설 전망이다.

코인원은 올해 초 법인 고객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현재 시장 참여가 허용된 법집행기관, 비영리법인,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서는 실제 회원가입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향후 법인 고객의 특성과 요구사항에 맞춘 플랫폼 구축과 전문 투자 도구를 개발할 계획이다. 앞서 코인원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계열의 KIS자산평가와 협력해 법인 투자자가 가상자산을 투자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가상자산지수’를 개발하고 있다.

코빗은 법인 고객 전용 서비스인 ‘코빗 비즈’를 출시하고 법인 영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과 함께 법인 영업을 진행 중이며, ‘신한 쏠(SOL) 뱅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가상자산 전용 페이지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 고객이 보유한 가상자산 조회나 한도 상향 신청 등 거래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법인 투자 확대에 대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가상자산위원회의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로드맵’에 맞춰 은행 내 가상자산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법인 실명계좌와 연계되는 새로운 절차를 정립했다. 또한 코빗,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등과 협력해 법인이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수탁 프로세스도 구축해, 제도가 시행되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타 거래소 제휴은행보다 은행 거래 법인 고객이 많고, 가상자산거래소 연계 거래 경험 또한 오래됐다”며 “인터넷은행과 달리 오프라인 영업점 채널을 보유한 점이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법인이 실명 계좌와 연결할 때는 고객 확인(KYC)과 자금세탁방지(AML) 절차가 중요해 오프라인 채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신한은행의 오프라인 지점을 활용하면 법인 고객 유치에서 다른 은행이나 거래소보다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고팍스는 고파이 사태 이후 경영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고파이 사태는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이용자들의 자산이 이를 운용하던 회사(제네시스 트레이딩)의 파산으로 인해 묶이면서 발생한 금융 피해 사건을 의미한다. 향후 사태가 해결되면 제휴된 전북은행의 지역 금융 법인 영업력을 바탕으로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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