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국가 전략 인프라이자 협상 도구다”

내년 1월 ‘인공지능(AI) 발전과 신뢰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AI 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AI를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중요한 국가 전략 기술이자 때론 무역 협상 도구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8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AI 시대, 한국형 기본법의 길을 묻다: 진흥과 규제의 균형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를 맡은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플랫폼이라는 게 당연히 민간 기업이지만, 국가나 사회에 어떤 인프라로 인식해 전략 도구를 활용해야 한다”며 “국가 주도 투자와 법제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성민 교수는 “AI는 범용 기술로 활용될 수 있어, 단순히 민간 기업의 어떤 기술이라고만 보지 않고 국가 전략에 활용해야 한다”며 “빅테크 기업들이 주로 있는 미국의 경우 현재 트럼프 정부에서 무역 협상 카드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은 AI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과감한 투자와 제도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정부 주도로 AI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한국 정부는 올해 2월 2027년까지 미국과 중국에 이은 AI 분야 3대 강국(G3)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전략적 자원인 GPU 확보부터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민간 AI 인프라 투자 활성화 등 AI 인프라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반면, EU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제정된 ‘AI 기본법’에 대해 산업계는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 시행을 목전에 뒀지만 구체적인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고영향 AI에 대한 모호한 기준, 생성형 AI 표시 의무의 과도한 적용 범위 등의 우려를 제기한다.

전 교수는 “빅테크 기업은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 정도를 제공하는 형태로 규제에 접근하고 있고, 중국은 자국 플랫폼을 키우는 전략, EU는 미국 빅테크 기업에 강한 규제와 유럽 데이터를 유럽에 둬야 한다 등 철학을 갖고 있다”며 “각자 방식대로 생태계 주도권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책적 제언으로 ▲고위험 AI 기준 구체화 및 세분화해 ‘어떤 기술이 규제 대상인지’ 예측 가능하게 설계 ▲생성형 AI 표시 적용 범위 정비와 과잉 규제로 인한 사용자 혼란 및 서비스 위축 방지 ▲민간 주도 자율 인증 모델 및 정부 공인 병행 추진으로 신뢰성 인증 제도 설계 현실화 ▲R&D 투자 확대, 클라우드 인프라 확보 등 산업 진흥을 위한 전략적 지원 병행 ▲산업계, 학계, 정부가 함께 설계하는 3년 이행 로드맵 수립 등을 제시했다.

박상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AI 액션 플랜을 발표해 미국 AI를 동맹국과 파트너들에게 모든 스택에 있어 확산하겠다고 명확히 했다”며 “현재 AI 기본법이 비관세 장벽으로 협상에서 핵심 의제고,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고 이런 상황은 예견됐다”고 밝혔다.

AI 액션 플랜은 AI 분야 경쟁에서 미국이 앞서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발표한 성명이다. AI 규제 완화와 주도권 확보를 위해 크게 세 가지 ▲AI 혁신 가속화 ▲미국 AI 인프라 구축 ▲국제 AI 외교 및 보안 주도 등 내용이 담겼다. AI 규제 완화로 민간 부문 AI 혁신을 가속화를 노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AI 기본법 규제 조항은 세계적 AI 거버넌스와 해외 입법 흐름과 맞지 않을 뿐더러, 미국과 관세 등 문제도 악화시킨다는 이야기다.

박상철 교수는 “AI 기본법 규제 조항 3년 유예안 등 미국과 관세 협상 의제로 올려 관세 인하에 먼저 활용해야 한다”며 “관세 협상 후에 법률안을 통과시키고 의견 수렴을 통해 개정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정 과정에서 규제와 혁신의 조화 등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며 시급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각 부처별 범정부적 법령 정비 ▲공공 부문 인공지능 전환(AX) 촉진을 위한 행정기본법 제20조 조항 삭제 및 행정절차법 개정 등을 제안했다. 행정기본법 제20조는 인공지능을 포함한 자동화된 시스템이 행정 처분을 할 수 있는 규정이지만,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이 필요한 처분이나 개벌 법령에 근거가 없으면 AI 등 시스템을 도입할 수 없다. 따라서 빠른 AX 촉진을 위해 개정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28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AI 시대, 한국형 기본법의 길을 묻다:진흥과 규제의 균형을 위한 정책 토론회’ (제공=스타트업얼라이언스)

토론에서 이해원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AI 기본법이 나아가야 되는 방향은 거버넌스 강화가 아니라 연구 개발 확대, 인프라 강화, 데이터 규제 혁파”라고 진흥 규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해원 교수는 AI를 뒷받침하는 4대 요소(GRID) 중 Research(연구개발 능력), Infrastructure(AI 데이터 센터), Data(학습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두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상황에서 AI 기본법 시행이 빠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주희 동덕여대 문화지식융합대학 교수는 “우리나라 AI 생태계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고립되어 있다는 것”이라며 “AI 반도체, AI 파운데이션 모델에 집중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비즈니스 모델 생태계를 파악하고 구축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주희 교수는 “고영향 AI 같은 영향이 부정적인 건지 긍정적인 건지 모르는 상황에서 규제에 몰두하는 사이에, 글로벌에서는 스타트업을 만들고 다시 또 파생해서 만들고, 굉장히 많은 네트워크가 생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임정근 BHSN 대표는 “금지된 걸 제외하고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 원칙으로, 각 이해관계자들 간 갈등이나 다른 생각을 잘 협업해서 정부와 민간이 변화에 속도에 맞는 제도를 만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준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AX에 대한 지원 조항을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고영향 AI를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해 고위험향 AI으로 이름을 바꾸는 등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이 혼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제도를 만들어 내기에 너무 어렵다”며 “고영향 AI라는 개념을 어떻게 해결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경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진흥에 방점을 둬야 한다”며 “인공지능법학회나 다른 시민단체, 그리고 산업계에서 계속해서 좋은 의견을 주면, 기술 발전과 국가가 뭘 원하는가에 맞춰서 개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가람 기자> ggchoi@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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