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지금이 제일 싸다” 트럼프 관세 폭탄에 美서 구매 늘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미국 전자제품 시장에 혼선을 빚고 있다. 가격이 오를세라 소비자가 아이폰을 앞다퉈 사는가 하면, 높은 관세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은 미국에서 제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가격을 인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주말 미국 전역 애플스토어에 아이폰을 사려는 소비자가 몰렸다고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매체는 “마치 연말연시 쇼핑 시즌을 보는 듯했다”고 묘사했다. 보도에 따르면 관세 정책으로 인해 아이폰 판매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애플스토어 직원은 블룸버그통신에 “거의 모든 고객에게 (아이폰) 가격 인상 문의를 받았다”며 “패닉 바잉(불안감에 의한 사재기)하는 소비자로 매장이 붐볐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2일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했다. 중국(34%), 베트남(46%), 인도(26%) 등 애플 공장이 위치한 대부분의 국가에 높은 관세가 책정됐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이로 인해 중국에서 제조한 아이폰의 미국 소매 가격이 약 30%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 아이폰 가격이 오른 건 아니다. 반면 다른 전자기기 제조사를 살펴보면 일찌감치 가격을 올리거나 미국에서 제품 판매를 중단한 곳도 있다.

미국 내 판매 가격이 5495달러로 조정된 블랙매직 픽시스 12K (블랙매직 홈페이지 갈무리)

호주 카메라 제조사 블랙매직디자인은 관세가 바뀌어 미국 내 자사 제품 가격을 대부분 인상한다고 6일 발표했다. 지난주 공개한 신제품 시네마 카메라 ‘픽시스 12K’의 판매 가격은 4995달러(약 739만원)로 책정됐으나 지금은 5495달러(약 813만원)로 500달러 올랐다.

블랙매직디자인은 미국에서 대부분의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예외는 소프트웨어인 다빈치 리졸브와 블랙매직 클라우드 정도다. 회사는 “여러 나라에 공장이 있어 제품마다 가격 인상 폭이 다르다”며 “관세 정책 발표 이후 비용을 낮추기 위해 일부 제품의 생산 라인을 옮기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당분간 가격은 계속 변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서 판매 중단된 레이저 블레이드 16(왼쪽)과 프레임워크 랩탑 13(오른쪽) (레이저,프레임워크 홈페이지 갈무리)

컴퓨터 제조사 레이저는 미국에서 노트북 판매를 중단했다. 현재 레이저 미국 웹사이트의 노트북 카테고리에서는 노트북용 스킨과 주변기기만 판매하고 있다. 지난 1일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레이저 신제품 노트북 ‘블레이드 16’ 예약 주문 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날 트럼프 정부가 관세 정책을 발표하자 예약 주문을 중단했다.

미국 조립식 노트북 제조사 프레임워크는 자사 노트북 ‘랩탑 13’ 시리즈 일부 모델의 미국 판매를 일시 중단한다고 8일 발표했다. 제조 공장이 대만에 있어 관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회사는 “해당 제품의 판매 가격은 대만 관세 0% 기준으로 책정했다”며 “관세가 10%만 부과돼도 가장 저렴한 기본 모델은 손해 보고 팔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외에 관세 영향을 의식해 신제품 가격을 공개하지 않거나 미국 내 출시를 미룬 기업도 있다. 후지필름은 7일 즉석카메라 ‘인스탁스 미니 41’을 발표하면서 미국 출시 가격을 알리지 않았다. 해당 제품은 오는 17일 정식 출시되는데, 그 사이 관세가 또다시 바뀔 가능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소식을 전한 다수의 외신은 “후지필름이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가격을 공개하지 않은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닌텐도는 2일 발표한 신제품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 2’의 미국 예약판매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병찬 기자>bqudcks@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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