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모방한 지브리 스타일, 불명확한 저작권 문제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줘” 한 마디면, 챗지피티(ChatGPT)가 내 사진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주인공처럼 바꿔줍니다. 나를 닮았지만 마치 지브리 애니메이션 등장인물 같은 이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 메신저의 프로필 사진으로 올립니다.

지난 며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지브리, 심슨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변환된 이미지가 넘쳐났습니다. 오픈AI가 향상된 인공지능(AI) 모델을 챗지피티에 적용한 뒤, 벌어지는 일입니다. 

특히 새로운 이미지 생성기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같이 따뜻하면서도 감성적인 스타일로 그려진 스튜디오 지브리 스타일의 AI 이미지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번 업데이트로 챗지피티는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을 넘어 이미지를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멀티모달 AI 모델로 글, 그림, 소리까지 모두 인식할 수 있습니다. 특정 문구를 넣어달라고 하면 오류가 나기도 하는 이전과 다르게, 이미지 속 글자를 이전보다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올린 사진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써달라거나 이미지 생성도 가능합니다. 또, 특정 이미지를 원하면 에 ‘OOO 스타일로 해줘’라고 입력만 하면 바로 이미지를 생성해 줍니다.

하지만, 너무 잘 만들어주는 탓일까요? 생각보다 더 귀엽고 재미있는 이미지 생성에 수요가 폭증했습니다.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은 소셜미디어 X에 “GPU가 녹아내리고 있다”고 즐거운(?)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이 때문인지 이 이미지 생성 기능은 현재 유료 구독자만 가능합니다. 샘 올트먼 CEO는 무료 사용자는 나중에 적용하고, 이미지 생성을 하루 3번으로 제한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미지를 생성하려고 하면 시간이 몇 분씩 걸렸습니다.

이 뜨거운 반응에도 불구하고, 챗지피티의 이미지 생성 기능은 ‘저작권’ 문제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AI와 저작권 문제는 아직 법적으로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분명히 챗지피티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콘텐츠를 닮았습니다. 하지만 명확히 법 위반이라고 말하기 애매한 상태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챗지피티는 스튜디오 지브리 스타일을 모방했을 뿐, 작품 자체를 모방한 것은 아닙니다. 스토리나 이미지와 같은 작품의 결과물에는 저작권이 있지만 추상적 개념인 스타일은 저작권으로 보호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지브리 애니메이션처럼 보이지만, 챗지피티가 만든 이 이미지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는 없습니다. 

물론 지브리 작품을 학습해 유사한 이미지를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작권이 있지만 인터넷에 공개된 이미지를 학습에 사용하는 것이 법 위반인지도 아직 불명확합니다. 테크크런치는 “저작권이 있는 작품으로 AI 모델을 훈련하는 것이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지는 법원의 판결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스튜디오 지브리를 공동 창립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2016년에 AI로 생성한 애니메이션을 보고 “삶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야오 감독은 각본을 하나하나 손으로 그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클릭 몇 번으로 뚝딱 만들어내는 AI 창작물은 모욕이라고 느꼈을 겁니다.

반면, 샘 올트먼 CEO는 저작권 문제에는 신경 쓰지 않는 듯합니다. 올트먼은 소셜미디어 X에 본인의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초지능보다 지브리 스타일이 더 관심을 보인다며 오히려 즐거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비지알(BGR)은 AI 창작의 자유를 강조하고 저작권을 무시하는 듯한 올트먼의 태도를 언급하며, “오픈AI와 같은 AI 회사가 디자이너와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가람 기자> ggchoi@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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