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민희진, 하이브에 화해 제의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기사회생했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대표 유임이 결정됐다. 그러나 이사회 장악력은 잃었다. 날 선 비판이 넘쳤던 지난 기자회견과 달리 ‘대의’, ‘모두를 위한 방안’ 등을 언급하며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
31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기적으로 생각했을 때 모두에게 유리한 방안을 생각하자”며 “대의를, 모두를 위한 방안을 생각하자”고 하이브 측에 제안했다.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한 하이브는 경영권 찬탈 시도 등을 이유로 민 대표 해임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한 바 있다. 민 대표는 지난 7일 하이브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고 요청,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가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민 대표는 차분한 자세를 보였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누명을 벗었기 때문에 홀가분한 것도 있다”며 “뉴진스라는 팀으로 이루고 싶었던, 우리 멤버들과 비전을 이루고 싶다는 소망이 크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어도어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장악력을 잃었다. 하이브 측이 법원의 판결을 수용해 민 대표 해임 건은 부결됐지만, 법원 판결에 포함되지 않았던 민 대표측 인사였던 어도어 부대표 신씨와 크리에이티브 팀장 김씨 등 사내 이사 두 명이 해임됐다.
새롭게 등장한 어도어 이사회 인물은 하이브 이재상 CSO, 김주영 CHRO, 이경준 CFO 세 명이다.
민 대표는 어도어 이사회 내 하이브 인사들과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 가운데 자신의 공을 재차 짚으며 대표직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민 대표는 “주식 회사는 한 사람만의 회사가 아니며 여러 주주로 구성됐고, 그들의 이익과 사업적 비전을 위해 다 같이 가야 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어도어를 위해 헌신하고 열심히 했는데, 하이브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 대표 법률대리인 이수균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어도어가 앞으로 할 일이 많고, 이사 취임 전부터 어도어 창립 멤버로 일해왔기 때문에 계속 근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법원에서도 어도어에 대한 배임이 아니라고 본 상황에서, 건설적으로 건강하게 논의해야 한다”며 “모두를 위해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 제고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숙미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주주간계약에서 하이브는 민희진이 어도어 대표이사로 재임할 수 있도록 5년 동안 의결권을 행사하면 안 되고, 하이브가 선임한 이사들로 하여금 민 대표가 계속 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유지해야 한다”며 “법원이 주주간 계약을 지키라고 판결했으며, 해임 사유가 없기 때문에 이사들 또한 민 대표를 해임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하이브 측에서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이날 법원 판결문에서 ‘하이브에 대한 배신일 수는 있으나, 배임은 아니다’는 문구가 나온 것에 대해 “(배신이) 중요한 워딩이 아니라, 상대(하이브)가 주장하는 내용을 배척하기 위해 쓰였다”며 “배신은 감정적인 표현이며, 배임은 법률적이고 경영적인 표현으로 인과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카톡, 문서 등 배신행위일 수 있다고 지적된 내용에 대해 “자회사 입장에서 방안이 없어 괴롭힘을 벗어나기 위해 하이브에 어떻게 제안해야 하냐”를 말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보이그룹이 5~7년만에 낸 실적을, 걸그룹으로 2년 만에 냈는데 배신이라고 할 수 있냐”며 “배신과 같은 감정적인 단어는 의리집단에서나 쓰는 것이지, 주식회사에서 쓰여야 하는 단어인지는 모르겠다”, “어느 때에는 감정을 적용했다, 어느 때에는 이성적인 것, 아전인수격으로 하는 건 말장난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숙미 변호사는 하이브 정관상 어도어에 또 다른 대표를 선임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공동대표는 대표권이 제한돼 주주간 계약 위반이며, 각자 대표는 검토해봐야 하지만 주주간계약 전체 해석에 비춰보면 위반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경찰 측에서 민 대표의 배임 혐의를 여전히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용산경찰서는 30일 민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하이브 측 관계자에 대한 2차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민 대표는 이날 법원에서 배임 행위가 없다고 판결했다고 봤지만, 배임에 대한 조사는 별도의 사안이다.
민 대표는 해당 건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지금 상황에서 이사회를 열어 나를 해임하지 않으면 상관이 없다”며 “대의를 생각하는 게 맞지 않겠냐, 시시비비를 하나하나 가리기보다는 모두를 위한 방향으로 생각해보자”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