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스바] 남들 문 닫는 협업툴 시장에서, 플로우는 어떻게 수익을 내고 있나
주스바는?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을, 바이라인이 만났습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아니고요, 탄탄한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이미 시장에서 가능성을 검증받은 곳들입니다. 이들의 과거 얘기 말고, 현재와 미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최근의 성장을 이끄는 것은 무엇인지, 미래에도 존속하기 위해서 어떤 것을 대비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플로우(마드라스체크) 편>에서 살펴볼 세 가지 파트
_ 바이라인네트워크가 묻고, 이학준 마드라스체크 대표가 답하다(각 ‘part(파트)’를 누르면 키워드가 나옵니다)
플로우의 현황
마드라스체크는 협업툴 ‘플로우’를 만든다. 웹케시 출신의 이학준 대표가 회사를 창업한 지 벌써 10년이다. 수많은 채팅 기반 협업툴 사이에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에 특화 한 협업툴로 국내 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현대모비스, 포스코, 삼성전자 등이 협업툴로 플로우를 쓴다. 대부분의 협업툴 서비스가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로 제공(SaaS)하는데, 플로우는 SaaS+온프레미스 전략을 썼다. 기업이 원하면 내부에 협업툴을 구축해 주는 전략이 보안을 중요시하는 기업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해 133억원의 매출을 낸 마드라스체크는 올해 흑자 전환을 유력시하고 있다. 매출도 지난해보다 30% 이상 성장을 기대한다. 지난해부터 베타로 테스트해 온 AI 서비스는 올 9월 말 정식 출시한다. 그간 협업툴이 가져온 한계나 문제를 AI로 잘 풀어낸다면 내년부터는 더욱 큰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 보고 있다. ‘그래봤자 국내용’이라는 한국 소프트웨어의 한계도 깨고 싶어 한다. 글로벌 협업툴 시장에선 아직 존재감 작은 후발 주자이나, 이제는 AI라는 무기가 있다. 이학준 대표는 AI를 목적에 맞게 잘 벼리면 카레이싱 경기의 짜릿한 코너링 역전승처럼, 플로우가 충분히 글로벌 시장에서 승산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Part1. AI는 협업툴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협업툴은 그동안 무엇이 가려웠나’의 문제
“AI 기능이 있느냐 물었는데 없다고 하면 예선 탈락이 되어버리는 시대가 돼 버린 것 같아요”
세상 모두가 빠르게 AI라는 옷을 입고 있다. 협업툴 ‘플로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일부 기능을 만들어 베타 테스트 중인 AI 서비스 ‘메이트X’를 올 9월 말 정식 출시한다. AI를 통해서 프로젝트를 생성하고, 주간 업무를 정리하고, 상위 업무와 연관한 하위업무를 추천하는 등의 기능을 도입했다. 이용자들이 그간 협업툴에 어딘가 부족하다 느꼈던 바로 그 지점이다. 이학준 마드라스체크 대표는 “베타 기간,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웃었다.
플로우가 AI 기능을 입었다. 솔직히, 원래 AI 하던 회사도 아닌데 여러 기능을 만드는 것이 어렵진 않았나
기억을 거슬러보면, 내가 웹케시에 입사했던 때가 2010년이다. 당시에 스마트폰 뱅킹 프로젝트 SI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그때 웹케시 개발자들 책상에 애플 iOS, 구글 안드로이드 개발 책이 쫙 깔려 있었다. 그걸 보고 자바 개발하던 사람, C 개발하던 사람들이 은행 뱅킹 시스템을 만들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회사는 아니지 않나? 이미 나와 있는 API나 거대언어모델(LLM)을 가지고 우리 서비스에 어떻게 잘 녹여낼 것인가, 고민하고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AI는 우리 입장에서 하나의 기술 인프라다.
필요한 기능을 찾아내고 기획하는 사람의 역량이 훨씬 중요하단 이야기다.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이나 수요를 어떻게 잘 잡아낼 수 있나?
소프트웨어의 역사는 인터페이스 혁명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마침, 내일(인터뷰를 한 날짜는 7월 14일이다) 한국거래소에 강의를 하러 간다. 1990년만 해도 거래소 전광판 앞에서 사람들이 주가를 확인하면서 주식을 사고팔던 것을 기억하나? 인터넷과 퍼스널 컴퓨터(PC)가 발전하면서 주식 거래 단말을 썼고, 지금은 다 스마트폰으로 주식 거래를 한다.
거래 방식은 바뀌었어도 계좌 관리, 상품 거래, 자금 이체 등의 레거시는 바뀐 게 없다. 그러면, AI 시대에 증권 거래소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지 않겠나?
AI라는 새로운 기술이 들어오면 기존에 풀지 못했던 문제를 풀 수 있는 지점이 생긴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PC 시대에선 어려웠던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문제를 풀어낸 것처럼. 플로우라는 협업툴의 본질이 ‘프로젝트 관리와 소통을 잘하게 하는 것’인 만큼, 이 부분에서 그간 우리가 풀지 못했던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풀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있다. 우선, 우리가 정의한 문제는 크게 다섯 가지다.
다섯 가지나 되나
세상에 정말로 많은 툴이 있다. 그걸로 큰 돈을 버는 기업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협업툴을 제대로 쓰는 기업은 아직 10분의 2, 10분의 3도 안 된다고 본다.
만드는 사람은 많은데 잘 쓰는 사람은 없다
바이라인네트워크도 협업툴을 쓰지 않나. 슬랙도 쓰고. 그렇지만 파워 유저라고 할 만큼 잘 쓰는 건 아니지 않나?
(머쓱) 어떻게 알았지. 그렇다. 제대로 쓰진 못한다
우리나라는 제조기업이 많은데, 자동차나 반도체 1~2차 부품 협력 회사들에 가보면 아직까지도 이메일 같은 옛날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협업툴을 몰라서 못 쓰는 거냐, 아니다. 안다. 아는데, 그들이 갖고 있는 문제가 뭐냐면 “온보딩(프로그램을 사용법을 이해하고 익숙해지는 과정)이 너무 어렵다”는 거다. 기존에 엑셀로 하던 작업을 협업툴로 가져오는 게 너무 어렵다는 게 첫 번째 문제다.
두 번째는, 툴 안에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가 쌓이는데 검색이 약했다. 키워드 검색 정도만 되는 수준이었다. 챗GPT나 퍼플렉시티 같은 데는 검색어를 넣으면 결과가 너무 완벽하게 나오는데, 그룹웨어를 쓰는 고객들은 “우리 회사 규정 하나 찾으려고 해도 한참 걸린다”라고 말한다.
세 번째는 협업툴이 아직 비서와 같은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미리 챙겨주고 알려주는 걸 해야 한다. 이런 걸 일일이 프로그램으로 짜라고 했으면 어려웠을 텐데, 이제는 AI가 비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동감이 간다. 내 일정 같은 걸 알아서 체크해서 알려주면 정말 좋겠다
그렇다. 네 번째는, 고객들이 여전히 주간 보고서, 월간 보고서 같은 것을 정리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인다는 거다. 그런데, 보고서에 들어갈 내용이 이미 협업툴 안에 다 있다. 내가 이번 주에 뭐 했고, 다음 주에 뭐 할 거냐 하는 내용들 말이다.
특히, 플로우 같은 경우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툴’이니까 더더욱 업무가 다 등록되어 있다(앞서 언급했듯, 협업툴은 무엇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사용 성격이 달라진다. 통상의 ‘메신저’ 기반과 달리 플로우는 작업 관리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현장에서는 수기로 작업 내용을 쓰고 있다더라.
다섯 번째로, 이용자 습관을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는 거다. 카카오톡이나 이메일같이 익숙한 툴을 계속 쓰려 한다. 이 다섯 가지 문제를, AI로 풀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이학준 대표가 보는 지금의 협업툴이 가진 다섯 가지 문제
1) 협업툴로 기존의 데이터를 가져오기 어렵다
2) 협업툴 안에 기존의 데이터를 많이 쌓아도, 검색이 어렵다
3) 협업툴이 아직은 비서의 역할을 못 한다
4) 아직도 사람이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
5) 카카오톡이나 이메일 같은 기존의 툴을 쓰는 습관을 바꾸기 어렵다
다섯 가지 문제를 AI로 풀어낼 방법론
1) AI로 데이터 일괄 등록 기능 생성(엑셀의 칼럼/ 프로그램마다 다른 세팅 값 등을 AI가 학습, 프로젝트별로 필요한 포맷에 맞게 데이터 등록)
2) 기존 키워드 검색의 한계를 뛰어넘도록 AI의 벡터 검색(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벡터 형태로 변환하여 유사도를 기반으로 검색하는 기술) 활용
3) 일의 맥락을 이해하는 AI 비서가 일정을 알려주고, 해당 일정에 필요로 하는 유의 사항(복장, 미팅 시 필요한 물품) 등을 코멘트
4) 여러 시각 자료를 포함한 보고서를 AI가 대신 코딩
5) 고객의 습관을 바꿀 수 없다면, 카카오톡과 이메일 등의 데이터를 협업툴과 연동, 알아서 AI가 협업툴에 업무 등록을 하도록 함
AI로 문제 해결이 어떻게 가능한가?
예를 들어 플로우를 자동차 제조 회사에서 쓴다면, 각 제조 공정에서 나온 엑셀로 정리된 데이터를 협업툴에 일괄 등록하는 기능을 만들면 된다. 기존의 칼럼 분류나 프로그램마다 다른 세팅을 AI한테 읽혀 학습시킨다. 그러면 AI가 어떤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하는지, 각 프로젝트에 필요한 칼럼은 무엇이고 그것에 맞게 진행 상태를 어떻게 표기하고 세팅해야 하는지 등을 할 수 있겠더라. 지금 그걸 1차로 만들고 있다.
검색도 마찬가지다. 이미 벡터 검색이 되기 때문에, 기존의 키워드 중심 검색을 넘어섰다. AI가 출장 규정을 찾아서 경비를 알아봐 줄 수도 있다.
일정 관리도, AI가 비서처럼 “오늘 인터뷰가 있다”고 알려주면 편하다. 미팅과 관련해 유의할 사항을 미리 프롬프트를 짜두면 그에 따라 안내를 할 수도 있다.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기존에는 프론트 단에서 개발하거나 혹은 외부에 비용을 주고 맡겨야 했는데 AI가 그래프와 같은 시각 자료를 포함해 보고서를 코딩해 줄 수 있다.
기존에 카톡이나 이메일 쓰던 고객들의 습관을 바꾸긴 어렵다. 고객은 안 바뀌지 않나. 그러면, “오케이 좋아, 이메일 쓰세요!”라고 말하자. 그리고 (카톡이나 이메일의) 데이터를 협업툴과 연결해 놓으면 알아서 협업툴에 업무를 등록해줄 수 있다. 이번에 플로우도 외부 AI 회사와 협업해서 클로바 노트와 같은 기능을 출시했는데, 여기서 회의록을 만들 수 있다. 그 회의록 안에서 AI가 맥락을 파악해서 해야 할 일(to do) 목록을 뽑아 업무로 등록해 주는 것은 사실 일도 아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두 가지가 궁금해진다. 4년 전에, 우리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경쟁사로 ‘MS팀즈’를 꼽았다. 여전히 같은가? 두 번째로는, AI가 점점 쓰기 편해지지 않나. 그러면 개인이 프롬프트를 넣어서 자기가 필요한 솔루션을 만들어 쓰기도 하는데. AI 시대가 오히려 위협적으로 느껴지진 않나?
그 문제에 대해 사실 많이 고민한다. 우선, 협업 툴에서 팀즈 뿐만 아니라 글로벌로 데카콘 규모의 기업들이 많아졌다. AI 베이스로 어떻게 인터페이스를 다시 설계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그들을 이길 수 있는 최적의 역전 기회라고도 보고 있다. 혹시 영화 ‘F1 더 무비’를 봤나? 직진 코스에서야 당연히 엔진이 좋은 차를 따라갈 수 없다. 그런데 코너링이라는 기회에서 인코스, 아웃코스를 어떻게 치고 들어가느냐에 따라 승부가 바뀔 수도 있다. 지금의 AI 시대가 우리의 코너링에 되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어떻게 AI로 잘 코너링 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기업을 이길 좋은 기회가 되리라는 것이다.
반대로 신생 스타트업이 AI 베이스로 협업툴을 만들어 치고 올 수도 있느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글쎄.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아까도 지금의 상황을 ‘인터페이스 혁명’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AI만 갖고 나온다고 해서 PC랑 모바일이 필요 없느냐, 그렇지 않다. 카카오톡도 모바일에 최적화해 ‘네이트온’ ‘마이피플’ 같은 채팅 솔루션을 이겼으나, 자본력을 바탕으로 PC 버전을 만들었다. 만약 PC 버전을 만들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영향력이 생기진 못했을 거다.
AI 베이스로 협업툴을 만들어도 개인의 프로젝트는 관리할 수 있을 거다. 그렇지만 협업툴이라는 것은 어드민(관리자 모드)에서부터 시작해 엄청나게 많은 기능을 요구한다. 개발사 입장에선 리소스가 많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여전히 기존의 PC와 모바일도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므로 신생 스타트업이 쉽게 덤비진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Part2. 명멸하는 협업툴 시장, 플로우의 생존법
지금 협업툴 시장에서, 플로우의 위치는 어느 정도 된다고 보고 있나?
국내에서는 경쟁사를 다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다. 비슷하게 시작했던 경쟁 협업툴이 서비스를 접거나 사세가 많이 기울었다. 그렇지만, 한국도 (우리 입장에서는) 여럿 중 하나(one of them)로 봐야 하는 것이 맞다. 글로벌로 가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지금 우리는 ‘지라’ ‘아틀라시안’ ‘노션’ 같은 회사나 ‘아사나’ ‘먼데이닷컴’ ‘트렐로’ 같은 글로벌 서비스와 경쟁해야 한다고 본다. 그들 역시 AI 시대에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지 진짜로 많이 고민하고 있을 거고, 물밑에서 많이 개발하고 있을 거다.
무엇이 플로우의 생존을 가능하게 했나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첫 번째로는 저희가 온프레미스(기업 내에 서버, 네트워크 등의 인프라를 개별 구축하는 것)를 했다. 미국에서 시작했다면 모를까, 오로지 SaaS만 갖고는 한국에서 버티기 쉽지 않다. 한국 시장에 맞는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여전히 온프레미스가 강세다. 금융회사, 공공기관, 국방 등에서는 여전히 온프레미스를 선호한다. 플로우도 올해 온프레미스 장사가 너무 잘됐다.
방금 언급한 곳들이 플로우의 고객사인가
그렇다. 온프레미스를 하면서 플로우가 얻은 몇 가지 효과가 있다. 첫 번째가 레퍼런스 확보다. B2B 시장은 무조건 레퍼런스 싸움이 중요하다. 누가 이 제품을 쓰는지, 그 레퍼런스가 제품에 대한 신뢰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온프레미스로 돈을 벌었다(웃음). 어쨌든 직원들을 먹여 살리고 R&D 투자를 지속하고 마케팅 비를 쓰려면 자금이 모여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한 번에 목돈이 들어오는 구축형 사업의 매출이 SaaS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추가로 매출 비중을 물어보니 SaaS와 온프레미스가 반반 정도라고 답했다).
금융, 공공 등에서 왜 플로우의 협업툴을 쓴다고 보나?
우리가 온프레미스 구축을 하는 것이 승부를 갈랐다. 또 다른 하나는 나를 포함해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의 초기 멤버들이 웹케시 출신이다. B2B 출신이라는 DNA가 알게 모르게 되게 중요하다.
어떤 부분에서 그런가?
우리가 만약 B2C, 예를 들어서 카카오와 같은 곳에서 일했던 사람이라면 온프레미스를 안 했을 것 같다. 기업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B2C는 그렇게 기업 고객을 만날 일이 별로 없다. 마드라스체크에는 B2B DNA가 기업 문화로 녹아 있다. 새로 들어온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지방 파견을 가야 한다”고 말할 때 우리는 “개발자가 무슨 지방에 갑니까” 이런 소리를 하지 않는다. 고객이 우리를 먹여 살려주고 있는 거고, 우리는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다.
팔란티어가 잘 되는 이유도 사실은 마찬가지다. (구매자인) 미 국방부나 CIA가 원하는 대로 커스터마이징도 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B2B 기업으로 성장했다. 만약 메타 개발자한테 국방부에 들어가 프로젝트를 하라고 했으면 제대로 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첫 번째 전략이 온프레미스라면, 두 번째는 무엇인가?
포지셔닝(차별화) 전략도 잘 짰다고 본다. 남들이 다 메신저를 만들 때, 우리는 메신저 중심이 아니라 워크 플로우 관리, 태스크(task, 업무) 매니지먼트 툴 중심으로 잘 갔다.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 여러 협업툴이 싸울 때, 플로우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툴로서 외산 솔루션과 경쟁했다. 그게 국내에선 중요한 성공 전략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AI가 이런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더 강화해주는 툴로 기능하고 있기도 하고.
그렇게 돈을 벌었다. 흑자인가?
올해부터 흑자가 난다. 지난해 매출 133억원에 적자가 20억원 대였다. 그런데 올해 매출이 훨씬 커지고 있고 적자 폭도 많이 줄었다. 적자는 없어진다고 보면 될 것 같고, 예상하기로는 지난해 대비 올해 30%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이 어디에서 늘어날 것이라 보나
올 하반기(9월 말)에 AI 기능을 선보인다. 제품 고도화를 하면서 그간 약했던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강화한다. 최근에 고객사에 베타 버전을 오픈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다. 거의 반년을 R&D 해 업데이트하는 거다. 예를 들어, 영업의 경우엔 유입 경로 선택, 예상 매출 입력, 합계 등을 각자 원하는 대로 프로젝트에 맞춰 구성할 수 있어 고객들의 활용도가 좋아질 수 있다.
플로우도 그렇고, AI 시대가 오면서 각 기업이 조직을 재편하는 분위기다. 이럴 때, 리더의 역할은 어때야 한다고 보나
우리 같은 회사들이 AI를 탑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AI 네이티브 조직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바일 시대에 스마트폰을 안 쓰고 피처폰 쓰면서 모바일 앱을 만든다고 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닌가.
그래서 내부적으로 직원들에게 AI 교육을 독려하고 있다. 개발자에게는 모두 커서를 사주고 커서로 개발하라고 말한다. 기획팀, 디자인팀, 마케팅팀도 AI 전환을 독려하고 있고. AI가 개발자 마케터를 대체하는 게 아니고, AI를 잘 쓰는 개발자와 AI를 잘 쓰는 마케터로 대체될 것이기 때문에 “너희가 대체되지 않으려면 스스로 AI를 잘 써야 한다”고 말이다.
예전에, 우리도 그러지 않았나? 젊은 친구들이 실무를 잘 못하는 나이 든 임원들을 무시하고(웃음). “아니, 저 사람들은 연봉도 많이 받는 데 엑셀도 못 써, 파워포인트로 자기 자료도 하나 못 만든다”고. 그런데, 그 시대 그 사람들은 다른 가치가 있었던 거다. 반대로, 우리도 10대 20대 젊은 사람들이 올라오면서 “아, 저 사람은 AI도 하나 제대로 못 쓰고…” 이렇게 말할 수도 있는, 똑같은 상황이 되어버린 거다. 지금은 AI를 잘 쓰도록, 문화를 바꾸는 데 제일 많이 노력하고 있다. 외부 강사도 초청하고, AI 프롬프트를 잘 쓰도록 강의도 계속하고. 필요한 툴도 사주고.
Part 3. 협업툴은 글로벌로도 통한다
아까 사무실에 들어오면서 보니까, 여러 나라의 국기가 붙어 있더라. 플로우가 잘 성장하고 있다고 해도 국내 시장만 놓고 보면 규모가 작지 않나. 글로벌로 나가는 것도 어느 정도 진행된 게 있나?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한 지 2년 정도 됐다. 일본, 영국, 미국, 멕시코에 법인이 있다. 가장 반응이 빠른 곳은 일본이다. 최근에 일본 내 대형 파트너 두 곳과 계약을 맺었다. 그 과정에서 일본 시장에 대해 많이 배웠다. 고객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라마다 문화가 다른 것을 알았고, 그에 따라 마케팅 전략 등을 달리 세워야 한다는 것 등을 시행착오를 하면서 배워가고 있다.
그래도 SaaS 기업 중에서 협업툴은 해외 진출이 괜찮은 편이다. 예를 들어, 인사관리(HR)나 세금, 재무 관련된 솔루션은 나라마다 규제나 문화 등이 많이 달라서 제품을 다 바꿔야 한다. 회계 솔루션 갖고 미국에 갈 수 있겠나? HR도 노동법이나 근무시간 계산이 모두 다르다. 그렇지만 협업툴은 나라별 특성을 잘 안 탄다. 팀즈가 미국용, 일본용이 따로 있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프로덕트 차원에서 글로벌 진출이 좋다.
글로벌로 목표는 어느 정도로 잡고 있나?
우리가 아사나나 먼데이닷컴 정도로 크려면, 한국보단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이 훨씬 더 커져야 한다. 3년 뒤에는 국내보단 국외에서 매출이 더 큰 회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또 장점이 있다. 글로벌 제품에 비용 부담을 느끼는 기업이 많다. 그런데 우리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툴 안에 메신저를 녹였다(한 툴 안에 여러 기능을 넣었다는 뜻). 저렴한 가격 정책은 후발주자가 쓸 수 있는 전략이다. 현대차나 삼성전자도 20~30년 전에는 (글로벌 시장에) 저가로 들어갔다가 지금은 프리미엄이 되지 않았나?
글로벌 경쟁사들은 가격을 내리기 힘들다. 그렇지만 우리는 처음에 시장에 저렴하게 진입할 수 있다. 프라이싱 전략을 잘 만들어 가격으로 침투하는 것이 첫 번째 전략이다.
그리고, 글로벌로 먹힐 수 있는 레퍼런스도 있다. 플로우의 고객사 중에는 삼성전자 반도체나 현대모비스와 같은 곳이 있다. 이들은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기업이다. 또,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인식이 많이 올라와 있다. 우리 같은 후배 기업가들은, 기존의 1세대 벤처 선배 기업가들보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기 좋은 환경에서 사업을 한다고 생각한다.
아까, 국내에선 온프레미스 수요가 계속 있다고 했는데,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나?
다른 나라도 수요가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우리 파트너가 온프레미스를 판매하려 한다. 잘하면 일본에서도 온프레미스 레퍼런스가 올해 두 개 정도 나올 것 같다. 우리보다 보수적인 일본에서는 온프레미스에 대한 수요가 확실하게 있다.
온프레미스를 하면서, 패키지화를 잘해놓았다. 그래서 어느 나라에서든 이걸 도입하겠다고 하면 한 달 내로 세팅이 다 가능하다. 실제로 BMW 코리아가 플로우를 온프레미스로 쓴다. 한국지사지만, 이런 IT 솔루션을 쓰려면 본사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 거버넌스를 충족시키는 걸 우리가 해봤다. 글로벌로 온프레미스에 대한 수요가 있다면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는 상태다.
협업툴을 넘어서 혹시 다른 걸로도 사업을 확장할 생각이 있나?
협업툴로 시작했지만 B2B AI SaaS 플랫폼 기업이 되는 게 꿈이다. 카카오톡이 메신저를 베이스로 게임으로도 진출하고 쇼핑으로도 진출한 것처럼 말이다. 플로우는 기업용 협업툴이지만, 말단 사원부터 회장님까지, 인사 마케팅 영업 개발 등 모든 직무가 매일 들어와서 쓰는 툴이다.
그렇다 보니 이분들이 원하는 솔루션이 되게 많이 있을 것 같다. 그런 것을 우리가 (툴에) 붙여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도 넓혀 가려 한다. 그래야 플로우도 매출이 확확 크지, 협업툴 하나만 해선 (규모가 원하는 만큼) 크지 않으니까. 그래서 상황이 되면 투자도 받고,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서 자금을 모집해 인수합병(M&A)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B2B 계의 카카오처럼 시장도 넓혀 나가고.
앞으로의 계획은?
글로벌과 AI, 두 가지가 플로우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보면 된다. 요즘 고객들을 보면, 고객들도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 각 회사의 CIO나 IT 팀장들이 회사로부터 “AI가 세상을 바꾼다는데, 너희들은 무얼 하냐, AI와 관련한 뭔가를 가져오라”고 압박을 받는 것 같다. 그런데 이분들도,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 막연하지 않겠나.
이분들의 하소연을 듣다 보면, AI로 뭔갈 해야겠다는 상황은 알겠는데, 정확히 무얼 하겠다는 건지 그 목표는 모호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게 사실은 AI 도입의 과도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 문제를 플로우가 같이 풀어나가는 파트너가 되고 싶다. 이분들의 이야길 듣다 보면 우리한테도 비즈니스 기회가 막 떠오르기도 한다. 인사이트를 얻어서 제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측면에서 플로우가 협업툴이라는 바운더리를 넘어서 기업용 AI 솔루션의 파트너로 커나갔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AI라는 무기를 들고 글로벌로 나가서, F1 경기처럼 코너링 역전 기회를 만드는 것이 올해 중요한 목표다. 2025년은 플로우에 정말로 중요한 해다.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하반기까지 잘 마무리하면 내년부터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플로우가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