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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수산물, 제대로 알면 싸게 살 수 있어요” 씨라이프사이언스랩

제5회 이커머스 피칭페스타 본선 진출팀 릴레이 인터뷰 ⑨ 수산물 데이터 표준화에 나섰다, ‘씨라이프사이언스랩’

영화 <수리남>에서 주인공인 배우 하정우와 현봉식이 ‘홍어’를 맛있게 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서 퀴즈. 이 영화와 비슷한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 국가가 있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홍어가 많이 나지만 국민들이 먹질 않아서 그냥 내다 버렸고, 이를 한국 사람들이 수입해와 국내 유통했다고 하는데요. 이 나라는 어디일까요? 참고로, 수리남은 아닙니다.

두 번째 퀴즈입니다. 알래스카에서 많이 나는 생선으로, 현지에서는 몸통만 식재료로 쓰이기때문에 그냥 버려지던 것을 한국에서 들여와 ‘0000’로 많이 판매하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는 찜으로, 탕으로 먹는 이 생선 부위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 정답은 ‘칠레’이고요. 두번째는 ‘대구뽈살’ 입니다. 두 이야기를 얼마전에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와, 가끔 별미로 찾는 이 음식들을 맛있게나 먹었지 우리 식탁에 올라오기까지의 사연(?)은 몰랐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세 번째 퀴즈 나갑니다. 이 이야기들을 전해준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정답은, 정영인 씨라이프사이언스랩 대표(=사진)입니다. 20년 수산물 현장에서 다진 경험을 바탕으로, “수요자 중심의 유통 구조를 만들어보겠다”고 창업한 인물이죠. 수요자 중심의 유통구조란 말을 쉽게 풀자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서 싸게 수산물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로 요약됩니다.

지난 11일,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주최한 이커머스 피칭페스타 현장에서 정영인 씨라이프사이언스랩(이하 씨라이프) 대표를 만났습니다. 씨라이프는 올해 이커머스피칭페스타 본선 무대에 오른 10팀 중 하나로, 우수상을 받았는데요. 정 대표에게서 국내 수산물 유통 시장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데이터를 확보하고 가공해 시장을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것인지 들어봤습니다.

이커머스 피칭페스타 본선 무대에서 발표하고 있는 정영인 씨라이프사이언스랩 대표

왜 창업을 결정했나? 하필이면 수산물로

대학에서 수산경영학을 전공했다. 사실은 대학 졸업하고, 회계사 공부를 조금 했는데 시험에서 떨어졌다. 적성이 아닌가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내 본질에 가까운 수산으로 갔다.

진짜 전공을 살렸다. 시험에 떨어진 것이 오히려 잘됐다(웃음)

그때는 힘들었다(웃음).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제가 지금 (학교 동기 중에) 제일 전공을 잘 살려 일하고 있다. 오히려 대기업에 갔던 친구들이 우리 회사에 합류 해서 함께 일하고 있다. 다들 수산의 디지털전환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이쪽 현장이, 사실 아주 무식하게 일을 하고 있다.

어떤 점이 가장 문제라고 봤나

뉴스를 봤을 것 같은데, 사기 사건이 종종 있다. 도매상들이 수산물 값이 오를 거라는 말을 믿고 대거 사놓는데  실제 시세는 떨어져서 손해를 보는 경우다. 가격이 오른다는 말을 왜 믿느냐고 할 수 있는데, 일단 시장에 기본적으로 정보가 없다. 있다 치더라도 검증이 안 된다.

속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한 곳이 여기, 냉동 수산물 시장이다. 지난 20년 간 수산물 무역과 유통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다. 국내 수입업체들이 대체로 동일한 해외 공장에서 수산물을 받는다. 공급은 한 군데지만 수요는 여러 곳이다. 각자 협상에 나서다보니 공급자 중심의 정보 비대칭 구조가 발생해 협상력 부족 문제가 생긴다. 이런 문제를 현장에서 수차례 봐왔다.

이런 구조에서는 구매 단가가 오르고 수급이 불안정해진다. 결과적으로 유통과 가공 전반의 계획 수립이 어렵다.

그 문제를 어떻게 풀려고 했나

‘데이터 기반 수요자 중심의 유통 구조 전환’을 핵심 가치로 삼았다. 수산물 시장에 특화된 분석 플랫폼과 공동구매형 GPO(그룹구매조직) 모델을 개발해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자 했다.

이커머스와 물류 영역에서도 유사한 문제를 인식했다. 수산물 식자재 유통은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에 의존하고 있고, 정량적인 수요 예측 없이 공급 위주로 운영되는 구조가 지배적이다. 거래는 불투명하고 단가는 불안정하며, 소상공인과 외식업체는 적시에 적정 가격으로 제품을 조달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시장의 페인포인트를 해소하려면 공급·유통·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플랫폼 구조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보다 효율적이고 예측 가능한 이커머스 기반 수산물 유통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듣다보니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이 생각난다. 홍어 가격 이야기 말이다

사업모델 발표를 할 기회가 생기면 수리남과 홍어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수리남에서 홍어가 안 난다. 실제로는 칠레에서 유사한 일이 있었다. 칠레에서 홍어가 나는데, 거기선 다 버린다. 한국 사람들이 보고 그걸르 가져와서 팔았다. 유사한 사례가 알래스카의 대구다. 거기는 머리랑 꼬리는 버리고 몸통만 먹는다. 한국에서 버리는 머리를 가져와서 대구뽈살로 판다.

원래는 현지에서 가치가 없는 거라 처음엔 킬로그램에 100원, 500원에 사오던 것이, 지금은 5000원에 들여온다. 이게 다 정보와 협상력이 부족해서 오는 현상이다. 아, 그리고 실제로 생선을 어두일미(머리가 맛있다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아니다. 자신있게 말하는데 생선은 몸통이 맛있다(웃음).

수산물 시장에 데이터가 없는 문제는 왜 발생하나

전 세계 바닷가, 해안도시를 모두 다녀봤다. 그리고 두 가지를 느꼈다. 첫째, 우리나라의 인프라는 세계 톱3에 든다. 진짜다. 배를 타고 나가서 물고기를 잡는 인프라, 하역하는 인프라, 전처리 하는 인프라 등등. 모든 걸 하나씩 보면 다 최고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인프라들이 연결이 안 된다.

인프라 간 단절을 말하나

그렇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좋은 인프라를 갖고 있는지 자체를 모른다. 이결 연결해 데이터가 흐르게 만든다면 한국 시장에 충분히 비즈니스 기회가 있을 거라고 봤다. 물론, 해외 스탠다드도 될 수 있고.

그렇게 만든 솔루션이 씨차트(SeaChart)인가?

그렇다. 씨차트는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수산물 데이터 솔루션이다. 다양한 수산물의 가격, 수급, 원산지 데이터를 분석해서 수입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데이터 서비스다. 수입 수산물의 가격, 수급, 계절성, 원산지별 특성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 합리적인 수입 판단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목적이다. 단순한 통계 수치 제공을 넘어, 대체 어종 및 대체 산지 추천, 수급 시점 전략 수립 등 실질적인 유통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AI 기반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기도 하다.

씨차트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스마트 아웃소싱’과 ‘씨픽’이라는 두 가지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왔다. 정밀한 수산물 유통 전략을 실행할 수 있게 돼서 짧은 시간 놀랄만한 비즈니스 성과를 달성했다.

그 모델로 어떻게 돈을 버나

데이터 분석, 소싱, 유통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수산물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스마트 아웃소싱 솔루션은, 하나의 해외 공장에 다수의 국내 수입 회사가 거래하는 원료 구입의 비효율성을 해결하려고 만드들었다. 즉, 우리가 해외 공장하고 일 대 일로 협상해 대량의 수산물을 수입해 오고, 국내 수입업체들은 우리에게 더 좋은 가격에 수산물을 사가는 방식이다.

수입업자 입장에선, 중간에 도매상이 하나 더 낀 느낌 아닌가? 손해라곤 생각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각자 사면 1000원에 사던 것을, 우리가 대량의 컨테이너로 사오기 때문에 가격 협상력이 생겨 900원에 들여오는 구조다. 그러면 수입상은 950원 정도로 더 싼 값에 사갈 수 있다. 각자 사는 것보다 더 싸게 수산물을 공급 받으니, 싫어할 이유가 없다. 이미 국내 수산 원료 수요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그 실효성을 확인했다.

씨픽(seapick)은 뭔가?

시차트 데이터 기반의 원가 경쟁력으로 수산물 판매에 특화한 유통 플랫폼이다. 아주 좋은 품질의 수산물 식자재를 20% 가량 싼 가격으로 판매한다. 데이터 기반의 부산-서울 간 최적의 콜드체인 집배송 유통 시스템을 완성해서 가능한 일이다. 지난해 씨차트와 씨픽으로 매출 40억원을 냈고, 흑자전환했다. 씨픽의 월평균 매출 증가율은 10%대다.

타깃 시장은 어디인가?

국내 수입 수산물 시장과 식자재 유통 시장이다. 국내 수산물 수입 시장은 연간 약 9조원 규모다. 전체 식자재 수입 시장 중에서도 핵심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어묵, 연육, 냉동수산물 등 주요 가공용 원료를 중심으로 중견 가공공장, 수입 유통사, 외식 프랜차이즈 본사 등이 주된 수요처다.

또, 정책기관 및 공공기관(B2G)을 대상으로 수급 예측 리포트와 물가 안정 전략 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수산물 GPO 시스템을 통한 베트남·칠레·대만 등 해외 수산물 가공공장과의 협상 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통해, 아시아 전체 수산물 공급망을 통합 관리하는 시장으로의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커머스 피칭페스타에는 왜 도전했나?

데이터 기반 플랫폼과 유통 구조 혁신 모델이 이커머스 산업 전반에 어떤 변화를 제시할 수 있는지를 검증받고, 산업 관계자들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단순한 제품 소개를 넘어, 기술력과 비즈니스 구조의 차별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 봤다. 시장의 반응을 실질적으로 확인하고, 다양한 전문가 및 투자자들과의 네트워킹 기회를 확보하려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향후 씨픽 유통망 확장과 씨차트의 SaaS 서비스화 등 중장기 성장 전략을 가속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으려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수산물 밸류체인을 데이터로 통합하는 유일한 플랫폼 기업으로서, 향후 3년간 단계별 고도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고자 한다.

단기적으로는, 현재 운영 중인 씨픽 유통 플랫폼의 전국 확대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서울·경기 지역에 집중된 식자재 유통망을 인천, 대전, 부산, 광주 등 6대 광역권으로 확장하며, 각 지역의 물류 파트너사와 협업하여 고정비 부담 없이 효율적인 배송 구조를 정착시킬 예정이다.

중기적으로는, 씨차트의 SaaS 서비스 전환 및 해외 시장 확장을 본격화하려 한다. 공공기관 및 유통사, 가공공장을 대상으로 정기 구독형 분석 리포트를 제공하고, 나아가 API 형태의 공급예측 데이터 서비스를 글로벌 바이어에게 제공함으로써 수산 유통 시장의 디지털 표준으로 자리잡고 싶다.

또한, 스마트 아웃소싱 솔루션(S.O.S)은 국내 고객사와의 안정적인 계약 공급 구조를 바탕으로, 베트남·중남미·유럽 등 글로벌 수산물 원료 공급망을 전략적으로 다변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원재료 단가 경쟁력은 물론, 공급 안정성까지 확보함으로써 대한민국 식품 제조업계의 원료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수산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수산 GPO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씨라이프사이언스랩이 보유한 수요 예측, 가격 분석, 협상력 통합 기술을 통해, 아시아와 남미, 유럽 등 주요 수산 수출국과의 집단구매 협상 모델을 구축해, 글로벌 단위의 수산 유통 질서를 새롭게 정의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씨라이프사이언스랩은 수산물 유통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가격 예측 불가능성’을 제거하려 한다. 그렇게 ‘유통 구조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선도 기업으로 성장해 데이터 중심의 글로벌 식품 유통 허브 기업으로 도약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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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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