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RE100 가입을 결정하고 현대자동차그룹의 주요 4개사가 RE100에 가입하는 등 국내 기업이 RE100 가입에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했다. 전 세계 국가가 친환경 정책을 마련하면서 국내 기업도 친환경 캠페인에 좀 더 참여하려는 분위기다. 하지만 RE100 가입과 더불어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부 차원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RE100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을 재생에너지 전기로 100% 사용하겠다는 캠페인을 말한다. 그간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충당했던 전력을 모두 태양광, 풍력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해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업이 필수로 가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친환경 기조와 ESG 경영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이를 실천하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RE100을 가입하고자 하는 기업은 2050년까지 기업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를 전량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RE100 선언’을 먼저 해야 한다. 이후 RE100의 정식 회원사가 되고자 하는 기업은 기술적인 평가와 세부 절차 등 관련 서류를 작성해 제출한 후, 심사를 기다린다. 심사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Carbon Disclosure Project)가 중심이 돼서 진행하는데, CDP가 가입 승인을 하면 해당 기업은 RE100 정식 회원사가 된다.

현재 국내 기업 중 RE100에 가입한 기업 수는 SK그룹 계열사와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그룹 주요4개사를 포함해 총 18개다. 그 중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요 대기업은 아직 RE100 회원사가 아닌 실정이다.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경우 구글, 나이키, 애플,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메타(페이스북) 등 글로벌 주요 기업은 대부분 RE100에 가입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국이 다소 뒤처졌다고 평가한다.

국내 기업이 RE100 가입에 뒤늦게 뛰어든 이유는 지난 해 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민간 기업은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없었다. 하지만 2021년 1월 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소비자가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는 한국형 RE100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2021년부터 비로소 국내 기업이 공식적으로 RE100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국내 기업이 RE100에 참여하게 된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이 RE100에 참여하면서 재생에너지 수요가 늘어난 만큼,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양춘승 CDP한국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은 “각 재생에너지 종류별로 이유는 다르지만, 우리나라에 늘어나는 재생에너지 수요를 충족할 만한 공급 대안은 탄탄하게 갖춰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우선 태양광 에너지 사업 부문에서는 부지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 상임부위원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각 지역 주민이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오는 것을 꺼려하고 있기 때문에 태양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어렵다. 태양광 발전소를 들이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양춘승 상임부위원장은 “정부 차원에서 법적 제도를 마련해 합리적으로 지역 주민에게 보상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 대응단체 기후솔루션 출신의 한 관계자는 “임대료가 낮은 지역이나 사용되지 않는 부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국가 규제부터 완화돼야 한다”며 “우리나라에 부지가 없는 것이 아님에도 사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 차원에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풍력발전의 경우에는 지리적 조건으로 우리나라에서 가동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지형상 평지에서는 전력을 공급할 만큼의 풍력이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풍력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산간 지역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곳에 발전소를 설치하려면 산림을 파괴해야 한다. 차선으로 우리나라는 해상 풍력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 또한 아직 기술 초기 단계이고 바닷속에 있기 때문에 관리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여기에 발전소 건설을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아, 쉽게 진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거래 규제를 완화하고, 국내 기업이 RE100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 자체는 고무적이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앞서 언급한 기후솔루션 출신 관계자는 “RE100을 실현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자체 공급하기 위해서는 여러 문제를 동시다발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속도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정책적인 부분 개선이 필요하고, 또한 초기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만들기 위해서는 투자금이 다수 필요한데, 국가 차원에서의 비용 투자 등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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